[이윤정의 차이나 라이브 | 세계 휩쓴 中 로봇 청소기 비결] 6개월마다 신기술 내놔야 생존…혁신 못 하면 도태
올해 2분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 청소기를 판매한 기업 10곳 중 9곳이 중국 기업으로 나타났다. 중국 로봇 청소기 기업은 자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막대한 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올해 하반기에도 중국 로봇 청소기 기업은 보다 정교한 기술력을 갖춘 고급 제품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로봇 청소기 출하량은 511만7000대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대비 15.7%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로 보면 약 960만 대에 달한다. IDC는 당장 올해 하반기 출하량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5% 늘어난 1025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기준 로봇 청소기 2000만 대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 같은 전 세계 로봇 청소기 시장의 성장은 중국이 이끌고 있다. 올해 2분기 출하량 상위 10위권 업체를 살펴보면, 미국 아이로봇(2위)을 제외한 나머지 9곳 모두 중국 기업 또는 대주주가 중국계 기업인 곳이었다. 특히 중국 대표 로봇 청소기 기업 로보락이 이번에 아이로봇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 세계 가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로보락의 2분기 출하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0% 증가한 반면, 아이로봇은 6.0% 감소하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외에도 에코백스, 샤오미, 드리미 등의 순으로 중국 주요 로봇 청소기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6위를 기록한 윈징은 출하량이 121.7% 늘어 상위 10위권 업체 중 유일하게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이 덕분에 중국 기업의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26.2%로 미국(21.6%), 유럽(20%)을 제치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中 기업, 걸레 빤 물 자동 정수 기술 첫선
중국 로봇 청소기 기업이 세계시장을 휩쓰는 비결은 강력한 기술력에 있다. 세계 1위 로보락만 봐도 올해 상반기에만 4억1000만위안(약 788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42.9% 늘린 액수다. 여기에 상반기에만 786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는데, 이 중 R&D 인력이 287명이었다. 현재 로보락의 전체 직원 중 37.6%가 R&D 직군이다. 로보락을 추격하고 있는 에코백스도 올해 상반기 4억4600만위안(약 857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로보락과 에코백스는 2022년 먼지 비움, 물걸레 청소·건조 기능을 모두 넣은 ‘올인원’ 시대를 열었고, 최근엔 4~5㎝ 높이의 턱을 넘을 수 있는 신제품을 공개했다. 두꺼운 매트나 문지방을 넘을 수 없는 기존 제품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삼성전자·LG전자의 로봇 청소기는 최대 2㎝의 턱까지만 넘을 수 있다. 이외에 각이 져 있는 가장자리 부분을 청소할 수 있도록 로봇 팔이 나오는 기술, 걸레를 빨고 난 뒤 나온 더러운 물을 자동으로 정수해 주는 기술 등도 중국 기업이 최초로 선보였다.
중국 로봇 청소기 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이들의 기술력을 키워주는 원동력이다. 현재 중국에는 200개가 넘는 로봇 청소기 브랜드가 있다. 이들은 가격 경쟁 단계를 지나 특허 경쟁 단계에 돌입했다. 중국 가전 업계 관계자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로봇 청소기의 혁신 속도는 2년마다 신기술 하나를 내놓는 수준이었지만, 1년 주기로 점차 빨라지더니 최근엔 6개월까지 단축됐다”라고 했다.
중국 기업은 소비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로보락은 올해 상반기 해외시장에서 22억9400만위안(약 440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의 51% 수준이다. 로보락은 상반기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태평양 시장 발굴에 더욱 속도를 올려 해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에코백스 역시 상반기 유럽 시장에 출시한 신제품의 매출이 66% 급증하며 해외 매출이 1년 전보다 11.3% 늘었다.
앞으로도 중국 기업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하이엔드(고급) 제품을 통해 다른 나라와 격차를 벌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현재 평균 3289위안(약 63만원)인 중국 로봇 청소기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자오스취안 IDC 중국 수석 분석가는 “인공지능(AI) 기능 도입에 따라 (제품별로) 사용자 명령에 대한 이해도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고, 물걸레 부착 구조의 가속화 역시 또 다른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정부 보조금에 광군제 조기 개최까지
中 로봇 청소기, 4분기는 내수도 ‘맑음’
중국 로봇 청소기 업계가 올해 4분기만큼은 내수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시행한 ‘이구환신(以舊換新·중고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에 더해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광군제까지 겹치면서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는 10월 23일 현재 로보락 로봇 청소기 최신 모델인 G20S를 4639위안(약 8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정가 7399위안(약 142만원)보다 무려 37% 넘게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 정부가 이구환신으로 지급하는 가전 보조금에 따라 15% 할인된 데다, 예년보다 앞당겨 시작하는 타오바오의 광군제 보조금까지 합쳐진 데 따른 것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는 내수 시장보다는 해외시장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궈신증권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중국 내 로봇 청소기 평균 가격은 4084위안(약 78만원)이었다. 비교적 고가의 가전인 셈이다. 최근 중국 가계 자산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쪼그라들었고, 아직 필수 가전이라고 보기 어려운 로봇 청소기의 중국 내 수요는 갈수록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4분기만큼은 내수 시장에서 로봇 청소기의 선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이구환신 등 중국 정부의 내수 활성화 의지 덕이 크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15일 기준 2000만 명 이상의 소비자가 이구환신 보조금을 신청했다.
1000만 명의 소비자는 여덟 종류의 가전제품을 구매해 131억7000만위안(약 2조5309억원)의 보조금을 타갔다. 많은 지방정부가 로봇 청소기를 보조금 수령이 가능한 가전제품에 포함한 영향이 컸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가 역대 가장 빠르게 광군제를 시작한 점도 로봇 청소기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10월 8일부터 핀둬둬와 더우인(중국판 틱톡)을 시작으로 타오바오, 징둥 등 주요 전자상거래 업계 모두 광군제 기간에 돌입했다. 중신증권은 “징둥닷컴 기준 플랫폼 자체 할인과 국가 보조금을 합하면 정가 대비 할인율이 20~40%에 달한다”며 “국내 로봇 청소기 산업이 내수 활성화와 경기회복의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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