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의 IT 월드 <20>] AI 기반 제조 혁신 ‘스마트 팩토리’…시스템 SW 인재 육성이 관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공장 폐쇄, 공급망 차단 등을 겪었던 제조업은 빠르게 변화를 겪고 있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채팅형 인공지능(AI) 챗GPT 공개 후 ‘생성 AI (Generative AI)’가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업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 라인에 센서를 설치해 생산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돼 생산량을 예측하고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게 된다. 그리고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예측 정비를 수행해 생산 중단을 최소화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공장 내 장비·라인 등에 AI 기반 기술을 접목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효율적이고 일률적인 제품 생산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 자동화' 아닌 '지능화'
제조 혁신은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활용하는데, 이는 과거부터 존재한 공장 자동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 공장 자동화(factory automation)와 가장 큰 차이점은 스마트 팩토리는 양방향 통신을 기반으로 작업 명령과 피드백이 가능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공정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즉, 컨베이어 시스템 기반의 연속 일관된 공정이 아닌 AI가 탑재된 각 설비와 기기가 스스로 판단해 최적화한 다음 공정 모듈을 찾아 제품을 이동시키며 생산이 진행되는 구조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생산공정과 관련된 모든 기술과 디바이스가 서로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공정을 스스로 판단해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기획·설계·생산·유통·판매 등 전 생산과정을 사물인터넷(IoT)·AI·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진화된 공장을 의미한다. 공정에서 생산에 관여하는 모든 사물이 연결돼 생산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데이터를 분석한 뒤 다시 공정에 적용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 사람에게 비유하면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두뇌가 결합해 움직이는 셈이다.
크게 보면 스마트 팩토리는 많은 IoT의 응용 중 하나다. 공장이라는 사물(thing)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초지능·초연결의 제어 시스템이라고 재정의할 수 있다. 생산과 관련된 환경 정보를 감지하고 감지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며 생산 현장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기술 격차 큰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내 스마트제조사업단은 스마트 팩토리 수준을 기초(레벨1·2), 중간 1, 중간 2, 고도화 등 5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기초 단계의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 정보 디지털화 및 제품 생산 이력 관리 등이 가능한데, AI 기술이 활용되지 않는다. 공장 내 아날로그 생산 정보를 디지털화(전산화)하는 수준이다. 바코드, RFID(무선 주파수 식별 장치) 등으로 생산 정보를 수집하고 제품 생산 단위(LOT)별로 생산과정을 파악하고 제품의 생산 이력 관리 정도가 가능하다.
생산 정보 실시간 수집과 분석이 가능한 중간 1단계, 시스템을 통한 생산공정 제어가 가능한 중간 2단계, 제조 전 과정 통합과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한 고도화 단계에는 AI 기술이 필수적이다. 모든 공정이 최적화돼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고객 요구에 맞춰 즉시 생산해 배송까지 진행하는 맞춤형 제조가 가능한 단계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대기업이 스마트 팩토리 5단계에 있다. 반면 중소기업이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는 물류 정보를 수집하고 실적 관리만 하는 중간1단계가 대부분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업종별로 정점에 있는 대기업이 먼저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를 추진한 뒤 협력 업체나 부품 업체로 확산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 후 생산력 높인 테슬라
공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AI 응용 분야는 기계 설비의 관리다. 기계와 장비가 고장 날 가능성이 큰 시기를 예측해 사전예방 정비의 최적 시기를 알려준다. 다양한 기계 설비 데이터를 수집한 후 단순한 통계 분석 대신 AI 분석을 적용함으로써 정비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국내 스마트 팩토리 사례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다. 2023년 삼성전자는 온양·천안공장에 세계 최초 반도체 패키징 무인화 라인을 가동했다. 웨이퍼 이송 장치, 리프트, 컨베이어, 반송 장비 등 설비 완전 자동화를 실현했다. LG전자는 스마트 팩토리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다. 자사 생산기술원에 스마트 팩토리 사업 부문을 신설하면서 자사 지원뿐만 아니라 외부 기업에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주요 고객사는 이차전지 제조 업체,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 물류 업체 등으로, 향후 반도체, 제약·바이오, F&B(식음료) 등 산업군으로 고객을 확대할 방침이다.
외국 사례로는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GIGA Factory)’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세계 곳곳에 기가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기가 팩토리에서는 차량의 뼈대 제조부터 조립, 도색까지 대부분 공정을 로봇이 수행하며, 사람은 차량을 검수하는 업무 정도만 하고 있다. 기가 팩토리가 도입되면서 테슬라는 생산성과 이익률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2017년 10만 대의 전기차를 겨우 생산하던 테슬라는 2022년 131만 대를 판매했을 정도로 생산력이 개선됐다. 중국 상하이공장인 ‘기가 팩토리 3’의 경우 2022년 전기차 100만 대 생산을 돌파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8년부터 세계 제조 기업의 미래를 선도할 ‘등대 공장(Light house Factory)’을 선정하고 있다. 등대 공장은 어두운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밝혀 배를 안내하는 것처럼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는 공장을 의미한다. 국내 기업 중에선 포스코가 2019년 국내 최초로 선정됐다. AI 도입으로 포스코의 열연 강재 생산과정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어서 LS일렉트로닉스(2021년), LG전자 창원공장(2022년), 아모레퍼시픽(2024년), 한국수자원공사(2024년)가 등대 공장으로 선정됐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전문가 확보가 우선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할 때 AI 솔루션 확보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 AI 솔루션을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할 현장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현장 전문가는 제조 장비 하드웨어를 잘 이해하고, 자사의 현재 수준을 파악해 어느 부분을 개선할 것인지, 어느 부분에 어떤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을 도입할 것인지를 찾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을 거친 다음 외부 AI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 외부 솔루션이 아무리 우수해도 결국 현장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가 없으면 원하는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또한 현장 전문가는 자사의 생산 제조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전문가여야 한다. 제조업 분야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크게 PC 같은 범용 컴퓨터를 기반으로 수행되는 응용 소프트웨어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제어를 위한 특정 목적의 소형 컴퓨터 칩을 기반으로 수행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이 가운데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국내 대학이나 정부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높은 인건비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팩토리 도입은 더욱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생산 인구가 급감 중인 우리나라의 경우 스마트 팩토리 도입은 필수다. AI와 로봇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스마트 팩토리 확산은 가속화할 것이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공장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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