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아, 나도 2등 많았단다" 후배 손을 들어준 당구 여제의 품격, 우리는 지금 김가영의 시대에 산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4. 11.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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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이 10일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24-25'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11번째 정상 등극을 기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


적수가 없다. 프로당구(PBA)에서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을 누를 사람이 없다. 남녀부 통틀어 자신의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고, 최장 연승 기록까지 세웠다.

김가영은 10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24-25' 여자부 결승에서 김민영(우리금융캐피탈)을 제압했다. 1, 2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4 대 3(4:11, 7:11, 11:0, 2:11, 11:2, 11:8, 9:3) 역전승으로 우승을 장식했다.

통산 11번째 정상 등극이다. 김가영은 이미 남자부 최강이었던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의 8회 우승을 넘어 남녀부 최다 10회 우승을 달성했는데 기록을 '11'로 늘렸다. 또 김가영은 쿠드롱의 역대 최장 23연승을 넘어 남녀부 최장 24연승을 달성했다.

여자부에서도 전인미답의 기록을 수립했다. 김가영은 2020-21시즌 '당구 여신' 이미래(하이원리조트)의 3회 연속 우승을 넘어 4회 우승의 최장 기록을 세웠다. PBA의 첫 해외 투어인  '2024 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부터 4번 모두 우승컵은 김가영의 차지였다.

또 김가영은 여자부 최초 누적 상금 5억 원을 돌파했다. 이번 대회 4000만 원을 더해 5억180만 원이 됐다.

결승은 왜 김가영이 당구 여제인지 입증해준 경기였다. 1, 2세트를 뺏기는 등 세트 스코어 1 대 3으로 밀려 벼랑에 몰렸지만 무서운 집중력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 김가영은 5년 만에 처음 결승에 오른 김민영의 패기에 고전했다. 김민영은 1세트에서 뱅크 샷만 4개를 터뜨리며 2번의 5이닝 장타로 따냈고, 2세트도 11 대 7(9이닝)로 이겨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김가영이 3세트를 11 대 0(7이닝)으로 따내 반격했지만 김민영이 4세트 6 대 2로 앞선 8이닝 뱅크 샷 2개 등 또 5점을 몰아치며 3 대 1로 앞서갔다.

김가영이 10일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24-25' 여자부 결승 경기를 펼치고 있다. PBA


하지만 벼랑 끝에서 김가영이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5세트 초구부터 4이닝 연속 득점으로 6 대 0으로 달아난 김가영은 6이닝 4점, 7이닝 1점 등 11 대 2(7이닝)로 만회했다. 분위기를 탄 김가영은 6세트를 11 대 2(7이닝)로 따내 기어이 승부를 7세트로 몰고 갔다.

김민영도 7세트 2이닝까지 3 대 0으로 앞서 첫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김가영이 3이닝에서 5점 하이 런을 터뜨리더니 4이닝 3점으로 매치 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이어 5이닝째 쉽지 않은 뒤돌리기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뒤 김가영은 "김민영이 초반 너무 잘 쳤고, 나는 잘 안 풀려서 정말, 정말 우승할 줄 몰랐고, 경기 내내 집중도 잘 하지 못했다"면서 "나도 (또 우승했다는 사실을) 못 믿겠다. 어떻게 계속 우승하는지 잘 모르겠다. 기분 좋은 얼떨떨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직됐을 때나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굳고 스트로크도 평소와 달리 둔탁해진다"면서 "왜 결승전만 되면 이럴까 하고 생각하면서 조금 더 흔들렸는데 그런 생각을 털어버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결승전을 돌아봤다.

김가영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24-25' 여자부 결승전 뒤 후배 김민영을 격려하고 있다. PBA

경기 후 김가영은 후배 김민영을 안아주며 위로했다. 또 김민영의 손을 잡고 위로 번쩍 들며 5년 동안 실력을 다져온 후배의 노력을 인정해줬다.

이에 대해 김가영은 "의도하거나 계획한 행동은 아니었다"면서 "김민영이 예전부터 열심히 노력하는 게 예뻐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김민영이 첫 결승이어서 크게 아쉬울 것이지만 2등의 아픔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나도 2등을 많이 했는데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하고 김민영은 정말 잘했고, 많이 성장했다"고 격려했다.

수많은 기록에 대해서 김가영은 "정말 별 생각이 없고, 나도 내가 어떻게 기록을 세우는지 모르겠다"면서 "많은 사람이 노력에 비례한 보상을 얻지는 못하는데 내 운이 다소 좋은 것 같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몇 번 우승이나 연승보다 나는 당구 실력을 더 늘리고 싶다"면서 "올 시즌 이닝 평균 1.3점 목표에 아직 크게 못 미치는데 달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가영은 올 시즌 애버리지 1.195점을 기록 중이다. 모든 것을 이뤘지만 당구 여제의 열정은 식지 않는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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