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尹 아직 현실인식 부족…김건희, 국정에 지나치게 관여"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번갈아 지낸 정치 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민생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야권·시민사회에서 나오는 탄핵, 임기단축 등 주장에 대해서는 "임기 단축, 개헌 얘기는 야당에서 하는 소리"라며 "대통령은 일단 5년 대통령으로서 뽑았으니까 5년의 임기를 마치는 것이 제가 보기에는 정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은 1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건 국민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야당의 힘으로는 할 수가 없는 거고, 국민이 진짜 (윤 대통령을) 못 받아들인다고 하면 결국 가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으리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현상을 가지고 대통령 임기가 단축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지난 2년6개월 임기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서 갑자기 대통령의 자리에 오신 분이기 때문에 국정 전반에 대한 준비가 철저히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년 반을 잃어버린 윤 대통령의 상반기였다"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제가 보기에는 지난번 기자회견 내용을 봤을 적에 현실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번 기자회견은 주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변명을 하는 형태로 기자회견을 하셨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전반적인, 국민이 느끼고 있는 어려움 등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언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왕 국민에게 사과를 하시려고 할 것 같으면 지난 2년 반 동안에 국민 생활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 본인 스스로가 인식을 하고 그 점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저는 김건희 여사의 문제는 지엽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총선이 끝나고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도가 20%로 떨어졌는데 최근에 또 17%까지 내려갔다"며 "총선 이후에 점점점 나빠지는 것은 결국은 김건희 여사의 문제"라고 하기는 했다. "김건희 여사께서 한동안 전혀 나타나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검찰 조사가 끝나고 난 다음에 한강 다리에 나와서 이상한 포즈를 (한 것이) 사진으로 공개됐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이 굉장히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나"라는 것이다.
그는 "사실은 그 문제는 윤 대통령이 푸는 것보다도, 김건희 여사 자체가 윤 대통령이 성공하길 바라고 일반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으려면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된다는 걸 본인이 알고 적절하게 처신하는 것이 가장 옳은 방향"이라며 "(본인이) 그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대통령이 수정해주는 역할을 하셔야 될 텐데 그동안에는 그런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도 지난번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선거 기간에 본인의 당선을 위해서 많이 노력을 한 사람처럼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 그러니까 김건희 여사가 생각하기에는 자기가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한테 조언한다고 하는 것이 결국 국정에 대해 지나치게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라고 그는 비판했다.
여권 내 이른바 '윤석열-한동훈 갈등'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한동훈 대표 본인이 지향하는 바가 다음 대선"이라며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실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원활하게 가야 된다. 윤 대통령도 어느 정도 한 대표의 의사를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두 분이 조화를 이루어야만이 두 사람 다 자기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그게 안 됐을 때 둘 다 다 성공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한 대표에 대해서는 특히 "지금 당장 그렇게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할 게 없다", "(김건희 리스크) 그 자체 가지고서 차별화할 수가 없다"고 그는 충고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자신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명태균이란 사람을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김영선 전 의원이 데리고 와서 알게 됐다"며 "그 이후에 찾아오면 만나주고 사진 찍자면 사진 찍고 했는데, 그거를 자기 목적을 위해서 막 말을 만들어내는 걸 보고 일일이 대꾸하기 싫으니까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보였다.
그는 명 씨가 '15층 김 전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 청와대가 잘 보이더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된 것과 관련 "우리 사무실은 앞에 큰 건물들이 가려서 청와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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