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보고서 손도장은 ‘진술’... 대법 “헌법상 권리, 거부해도 징벌사유 아냐”

교도소 수용자가 자신의 규율 위반행위가 적힌 징벌 보고서에 사실이라는 취지로 손도장 찍기(무인)를 거부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징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무인하는 행위도 언어적 표출인 ‘진술’에 해당해 진술거부권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조선일보DB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수용자 조모씨가 대구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징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무인의 의미는 기재된 규율 위반행위가 사실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적발 보고서의 기재 내용과 일체가 돼 언어적 표출인 ‘진술’을 구성하므로 헌법상 진술거부권의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규율 위반행위는 형집행법상 징벌 사유에 해당할 뿐 아니라 형법상 모욕죄 등과 같은 형사책임에 관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조씨는 보고서에 기재된 규율 위반행위를 형사상 불이익한 진술로서 부인하며 교도관의 무인 지시를 거부할 헌법상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인을 거부하는 행위 역시 “모든 국민은 고문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헌법 12조 2항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부산구치소에 구속된 후 진주교도소를 거친 조씨는 2022년 3월 2일 오전 6시 20분쯤 대구교도소에서 다른 수용자들과 이불을 정리하는 문제로 시비가 붙어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안 한다. 니들이 알아서 해라. X발”과 같은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교도관은 같은 날 징벌 보고서를 작성해 발부한 뒤 조씨에게 손도장을 찍으라고 시켰는데, 조씨는 “난 잘못한 것이 없다, 일이나 똑바로 해라” “생활하다가 말다툼을 할 수도 있는데 왜 무인을 찍느냐”는 등 고함을 지르며 두 차례나 거부했다.

이에 교도소장은 최초 소란과 두 차례 거부를 각각 사유로 들어 조씨에게 같은 해 4월 금치 20일 징벌 처분을 했다. 금치는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내려지는 징벌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으로 독방에 가두고 전화·편지 왕래 등을 막는 처분이다.

결국 조씨는 “보고서 기재 내용을 인정할 수 없어 무인을 거부했고, 징벌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며 작년 1월 소송을 냈다.

사안의 쟁점은 조씨가 무인을 두 차례 거부한 것이 적법한지였다. 1·2심은 무인을 거부한 것은 징벌 사유로 삼을 수 없고, 이불 정리를 둘러싼 최초 소란 행위만으로는 금치 20일의 징벌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이를 취소하고 더 가벼운 징벌을 하라고 판결했다.

교도소 측이 불복했으나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