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트럼프 집권은 수출 중심 한국에 거센 도전”

이진경 2024. 11. 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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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위기 대응 시스템 운영해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큰 변화가 예고됐다.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은 미국 우선주의가 한층 강화되고, 미 행정부 정책 불투명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면서 민·관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1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트럼프 신정부 통상정책 전망과 한국 경제계의 전략적 대응책 모색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뉴시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은 우리는 물론 전 세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수출중심 경제구조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거센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 정부와 경제계는 새롭게 구성될 미 신정부의 통상정책 기조와 정책 방향에 대한 냉정한 전망과 정교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2021~2022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현지 화상연결을 통해 대선 결과에 대한 현지 반응을 생생히 전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당초 예상과 달리 레드 웨이브를 몰고 오며 낙승함에 따라 제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의제는 취임 100일 이내에 강력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정부는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흥, 미·중 패권경쟁 우위 확보라는 3대 목표하에 관세 등 통상정책을 핵심수단으로 사용해 ‘아메리카 퍼스트’ 비전 실현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민관의 위기 대응 시스템을 기민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트럼프 1기 당시보다 한국 기업의 투자 등 위상이 8년 전에 비해 높아진 만큼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이어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방안과 미래 △보편관세 가능성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 통상정책 이슈 △미·중 관계 등 미국 신정부의 정책 방향과 한국 기업들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눴다.

2006년 한·미 FTA 협상의 수석대표로 활약했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2007~2011년, 제19대 국회의원)은 “트럼프 2기에서는 국경의 높이와 함께 시장의 장벽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한 상태이므로 보편관세 도입 등을 통해 기존의 FTA를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는 것은 대외관계 전반과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미국 입장에서도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며 “그럼에도 개정협상을 하게 된다면, 양측의 이익이 균형 있게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2011~2013년 통상교섭본부장)은 신정부 통상정책에 대해 “보편관세가 실제 한국에도 적용된다면 한·미 FTA 협정의 상호관세 철폐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IRA와 관련해서는 혜택을 받는 공화당 지역이 많으므로 보조금 삭감 등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며, 반도체지원법 역시 큰 변화는 없겠으나 보조금 지원 축소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박 원장은 “트럼프 2기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취했던 중국 견제조치는 그대로 두면서 중국 수입품에 대해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추가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1기 후반에 했던 것처럼 중국과 대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2019~2021년 통상교섭본부장)는 “트럼프 정부가 양자 관계를 판단하는 척도는 무역적자”라며 “무역적자국 8위인 우리는 트럼프 정부의 1순위 고려대상은 아니겠지만, 중국,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 이어 타깃 국가가 될 수 있다. 차분하면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트럼프 1기 통상정책의 키맨이자, 트럼프 2기 무역대표부(USRT) 대표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의 협상 경험을 전하며 당시 미 정부는 동맹 여부는 무관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주요 기준이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와 한·미 FTA 위반 여부는 개의치 않고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위한 어떤 조치도 도입하려 했고, 협상요구 시 한두달 내에 진전 없으면 조치 부과도 불사하는 빠른 속도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트럼프 당선인에게 관세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 수단인 동시에 협상을 위한 레버리지”라며 “미국의 일방 조치에도 우리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관세 면제나 우리 요구사항 반영이 가능할 수 있다. 정부 협상팀에게 도전이자 기회”라고 조언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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