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의 이슈잇슈]"목숨 몇개? 불편하고 위험해"…전동킥보드, 짜증난다는데

보도블록 한켠에 세워진 전동킥보드와 전동스쿠터.<박상길 기자>

개인형 이동장치 민원접수 및 사고 현황(위)과 견인건수 및 예산지출 현황.<한병도 의원실 제공>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각종 사고와 셀프 방치에 따른 보행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동킥보드로 추정되는 이동장치가 180㎞의 빠른 속도로 도로를 주행하는 영상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누리꾼들은 "목숨 3개냐", "황천길 직행"이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이 지난 8월 발간한 학술지 '교통안전연구'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교통사고의 35%는 무면허 운전자가 일으킨다. 연구팀은 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활용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발생한 PM 사고 관련 5900여건의 데이터를 수집, 이 중 사고자 연령대가 확인된 5860건을 분석했다.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20세 미만이 32.4％로 가장 많고 20대 32.1％, 30대 14.7％로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은 5.5％에 그쳤다.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와 달리 면허 절차 확인 없어 미성년자라도 손쉽게 대여할 수 있다. 이경숙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운영 중인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5곳 모두 성인 이용자의 경우 면허 인증이 '선택사항'이었다. 도로교통법상 공유 전동킥보드는 16세 이상이면서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지만 면허 확인이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는 아닌 것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5개 업체 가운데 미성년자 면허 인증을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둔 곳은 3곳에 그쳤다.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도 최근 3년 새 크게 늘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서울시에 제기된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민원은 38만건에 육박했다. 특히 불법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견인하는 데만 8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서울시는 불법 주차된 개인형 이동장치 처리를 위해 2021년 7월부터 견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올해 8월까지 투입된 예산만 79억5144만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보행 안전을 해치는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해 견인 이상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병도 의원은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지키기 위해 실시한 견인제도가 문제 해결은커녕 예산만 축내고 있다"라며 "서울시는 보행자와 개인형 이동자치 이용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전동킥보드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서울 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전동킥보드 운영 금지에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개인형 이동장치(PM) 대시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5.6%가 '민간 대여 전동 킥보드 운행 금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서울시가 지난 9월 15∼69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79.2%는 '타인이 이용하는 전동 킥보드 때문에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93.5%는 통행을 방해하는 전동 킥보드를 수거하는 등 '견인 조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했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 사고나 민원과 관련해 해당 업체보단 최종 이용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PM산업 협회장)는 "전동킥보드 주·정차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해당 업체에 과실을 물어서는 안 된디"라며 "최종 이용자가 전동 킥보드를 세워놓은 위치를 근거로 삼아서 주·정차 이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최종 이용자에게 벌금을 매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올해 연내 전국 최초로 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의 전동킥보드 통행을 금지하는 '킥보드 없는 거리'를 추진한다. 또 불법 주정차 된 전동킥보드는 즉시 견인하고 필요한 경우 민간업체가 아닌 관할 공무원이 직접 견인에 나선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