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안나 "내 아이를 위한 '특별한 기억법'을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인터뷰]

2024. 11. 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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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요? 저는 난독증이 있었어요. 배우고 싶은 욕망이 누구보다 컸지만, 시골이라는 폐쇄적인 환경과 난독증이라는 선천적인 내재적 핸디캡 때문에 원하는만큼 배울 수 없었고, 당연히 성적도 좋지 못했죠. 무조건 외워야 하는 주입식 교육은 공포였고, 책상에 앉아서 글로 배우는 공부는 늘 괴롭기만 했어요. 내 아이만큼은 학업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부하게 하고 싶었어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처럼요" - 작가 이안나
 
서양화가이자 동화작가 이안나가 특허받은 암기법을 적용한 인문학 도서 '쏙쏙 세계그림지도 시리즈'를 출간했다. '쏙쏙 세계그림지도'는 세계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지도와 지형을 통해 살펴보고 이해하는 인문 지리학 도서다.
 
이는 이안나 작가만의 독특한 암기법을 적용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재미있고 쉽게 전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기억법을 그림에 적용한 '기억방'을 탐방하는 특별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때문일까? 이안나 작가의 명함을 살펴보면 '아동 미술 콘텐츠 전문가', '편집디자이너', '기억법 및 학습법 강사'라는 다양한 직업이 유독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안나 작가는 왜 이토록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됐을까? 또한 캔버스 위에 붓칠이 더 잘 어울릴 법한 화가가 '인문학 저서'를 집필. 더구나 시리즈를 출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색적인 인문학 저서 '쏙쏙 세계그림지도 시리즈'로 새로운 인문학 교육의 장(場)을 열고자 하는 작가 이안나를 만났다.
 


■ 내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작가

 
이안나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강남의 어느 작은 카페에서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을 가진 그는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동그란 안경테가 돋보이는 안경에 단정한 단발머리를 하고, 테이블에 앉아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는 그는 '순수한 작가 정신'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는 "저는 평생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화가이고 동화작가지만 남들처럼 회사생활을 해 본적이 없거든요. 결혼을 한 후에는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싶었어요. 저는 제 삶을, 저 자신을 너무 사랑했거든요. 내 아이에게 제가 사랑하는 이 삶과, 저의 세계관을 그대로 심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 교육에만 몰두했어요. 그렇게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던 교재와 교구들이 지금 이 책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작가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육아를 전담하며 사교육 대신 홈스쿨링으로 직접  '세계지도'와 '지리', '역사와 문화' 등을 가르치며 인문학적 소양을 먼저 쌓아 주는데 힘을 쏟았다고 한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최소한의 사교육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상식은 엄마를 통해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그는 "아이가 어릴 때는 거의 동네 쓰레기장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제가 돈이 엄청 많은 엄마가 아니잖아요. 이집트에 대한 이야기를 한 날은 아이와 동네 쓰레기장을 뒤져서 박스를 구해다가 피라미드를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아이와 함께 관련 전시나 박람회를 가거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식으로 놀아요. 그럼 아이는 그 내용을 절대 잊지 않더라구요"라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아이를 직접 가르치다 보니, 저 나름대로 기억법이나 암기방법, 연상법 등 다양한 교육 노하우가 생겼어요. 또 인문학적 지식만 제대로 쌓아 줘도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이나 학업능력 발달에 굉장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죠. 지금도 학원을 많이 보내지 않는데, 아이 성적이 제법 좋은 편이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에서 저의 교육법을 책으로 써 보라고 응원을 많이 해 주셨어요. 그 결과 이렇게! 저의 암기법으로 특허도 받았고, 세계그림지도 시리즈도 출간하게 됐네요"라고 덧붙였다.
 

■ 특허받은 '기억법'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안내자'

 
이안나 작가의 책은 글보다 그림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선천적으로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글'보다 직관적인 '그림'이 편안했던 작가의 개인적인 서사가 작용한 탓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진짜 의도는 '그림이 주는 강렬함'에 있다.  
 
"글은 뜻을 알아야 상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림은 보는 순간 즉각적으로 인지돼요. 또 똑같은 그림도 2D 이미지보다는 입체감이 살아있는 3D 이미지가 훨씬 더 오래 기억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예요"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렇게 이입할 수 있는 장면을 '방'이라고 불를게요. 저는 이 책에 각각의 기억방을 만들었어요. 세계지도에 각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그림들을 입히고, 또 각각의 나라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저만의 방식으로 기억방을 구성해서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었어요. 더 쉽고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게 돕는 거예요. 제가 일종의 여행 안내자 역할을 하는 거죠(웃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안나 작가는 세계 40개국의 문화와 역사를 그림지도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어렵고 지루하게 여기기 쉬운 세계지리와 각 나라의 상징물들은 이안나 작가의 손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변해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 계획이다. 또한 이들은 연상기억법을 통해 마치 실로 연결된 것처럼,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기억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작가는 기억방에서 느끼고 체험한 세계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직접 그리고, 색칠하고, 스티커로 붙이고, 눈으로 보는 놀이를 통해 한 번 더 점검하는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책에 추가했다. 말 그대로 인문학을 즐기면서 느끼라는 배려인 셈이다.
 
■ 아이보다 ‘엄마’에게 먼저 추천해 주고 싶은 ‘책’
 
현재 이안나 작가의 '쏙쏙 세계그림지도 시리즈'는 총 5권이 나와 있다. ▲지도 위 쏙쏙 세계지도 액티비티북 - 핀란드, 프랑스, 영국편 3권과 ▲지도 위 쏙쏙 세계지도 컬러링북 - 세계그림지도, ▲지도위 쏙쏙 세계여행 - 유럽 그림지도 컬러링북 2권이 그것이다.
 
흔히 컬러링북이나 액티비티 프로그램하면 '어린이용 교재'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안나 작가는 이 책을 '아이보다 엄마에게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준비하는데만 7년이 걸렸어요. 저는 그림그리는 사람이잖아요. 각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고 지리와 문화에 대한 자료를 찾고, 기억법에 따른 연상법을 고안하는데만 6년이 걸렸죠. 그동안 여러 교수님께 자문을 받았고 BBC, 내셔널지오그래피 다큐멘터리 등 정말 수평생 할 공부를 다한거 같아요.(웃음) 내 아이를 가르치려면 엄마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거란걸 그때 깨달았어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작가는 아이에게 인문학적 배경을 깔아주기 위해 역사와 문화에 관한 다양한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각 나라의 수도를 찾고, 아이에게 유익한 정보를 찾기 위해 무료 대학강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자신의 노력은 노르웨이의 탐험가 '아문센과 난센이 남극을 정복하는 것과 같은 심경'에 비유했다.
 

■ 특허받은 암기법의 핵심은 '경계세포'와 '격자세포'
 
그렇다면 이안나 작가의 특별한 암기법이란 과연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뇌에 있는 '경계세포'와 '격자세포'를 활용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오래 기억하는 것이다. 특히 경계세포는 이 작가의 책과 아주 긴밀한 연관이 있다.
 
이 작가는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영국인 신경과학자 존 오키프(John O’Keefe) 교수, 노르웨이 출신의 부부 과학자 마이 브리트 모저(May-Britt Moser)·에드바르 모저(Edvard I.Moser) 교수에 의하면 우리 뇌에는 장소세포하고 격자세포하고 경계세포가 있다고 해요. 이 세포들을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저 역시도 실제로 대부분의 생각은 '문장이 아니라 그림'으로 기억된다고 생각해요. '기억은 학습이 아니라 이미지로 저장되고, 학습의 최초 단위는 기억'이라는 거죠. 제가 한 말은 아니고요.(웃음) 그래서! '기억법의 꽃'은 이미지연상법! 즉 장소기억법이라는 것이 저의 결론인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격자세포란 즉 '아우트라인'을 인식하는 세포다. 따라서 어떤 사물 또는 상황을 볼 때, 아우트라인이 주어지면 더욱 확실하게 기억한다는 것이 이 작가가 말하는 '장소기억법'이다. 이에 이 작가는 모든 국가의 지형을 아우트라인을 통해 소개한다.
 
또한 이 작가는 '텍스트 보다는 이미지가, 이미지보다는 영상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며 해당 저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콘텐츠로, 추후 유튜브를 통해 세계그림지도로 기억방을 탐방하는 '장소기억법' 강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줬지만, 그만큼 정서적 목마름을 느끼는 현대인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내적 양식을 채워줄 인문학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이때, 이안나 작가의 새로운 인문학 시리즈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  

김도윤 기자 yoon123@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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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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