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자랑도 폄하도 아직 이르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2024. 11.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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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재원 불투명, 수익성 논란 휩싸여
“최종 협상에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올해 국정감사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체코 원전 문제였다. 여야는 금융 지원 여부와 수익성 문제를 놓고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공방을 펼쳤다. 조금이라도 성과를 과장하고 싶은 정부와 반대로 흠을 잡고 싶은 야당의 이해가 정쟁으로 이어졌다.

체코 원전은 이미 10년 전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우리 기업들이 꾸준히 수주를 위해 노력해 왔던 사업이다. 하지만 4년쯤 전까지는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러시아가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은 이미 체코가 운영 중인 원전 6기를 모두 건설한 실적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21년 4월 과거 체코에서 발생한 탄약고 폭발사고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양국 관계가 사상 최악의 상태가 됐다. 마침내 체코 정부가 러시아 로사톰을 퇴출하면서 기회가 열렸다. 체코는 원전 2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나라의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하고 내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원전 2기 신규 건설사업의 총사업비는 1기당 12조원씩 모두 24조원 규모다.

9월20일(현지시간) 체코 원전사업 터빈 공급 확정 MOU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맨 왼쪽)의 모습  ⓒ연합뉴스

체코 원전 '쪽박' 논란? "단언 어려워"

논란은 자금 조달 문제부터 시작된다. 야당은 수출입은행이 최적의 조건으로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대출의향서(LOI) 서한을 체코 측에 보낸 사실을 문제 삼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설명은 "아직 체코 정부가 자금 지원을 요청한 적은 없으며, 우리 정부 역시 정책금융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금융 지원 의향서는 원래 보내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라면 금융 지원을 같이 논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체코가 짓기로 한 원전은 모두 4기다. 잘되면 앞으로 우리가 모두 수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원이 확보된 건 가장 먼저 짓는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 정해지지 않았고, 체코 정부는 올해 말까지 세부적인 내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문제는 두 번째로 지어질 원전의 건설 재원부터다. 수출입은행이 보낸 대출의향서가 체코 원전 사업에 대한 자금 제공 확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금융 지원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아직 금융 지원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재원 조달 계획을 세우는 시기는 본계약 협상의 막바지 단계다. 먼저 전체 사업비와 원전 운영에 따른 수익까지 드러나야 재원 조달 규모를 정할 수 있다. 지금은 한수원과 체코가 설계부터 기자재 공급과 시공, 핵연료 공급까지 구체적인 역할 배분을 협의해 확정해야 한다. 그사이 체코 정부가 대출 규모나 전력구매계약(PPA)을 어떻게 맺을지 등을 결정하면, 이를 근거로 금융 지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앞으로 금융 지원을 하게 되더라도 적절한 방향으로 세부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익성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치열하다. 저가 수주는 맞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수주 경쟁을 벌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시한 공사비는 우리의 2배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보다 단가가 절반 이상 낮다는 건, 그만큼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적자라고 단언하는 건 무리다.

물론 정부가 자랑하는 것처럼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높은 현지 기업 활용 비율이 꼽힌다. 체코가 요구하는 현지 기업의 원전 건설 참여율은 60%다. 일반적 수준인 50%보다 높다. 현지화율이 높을수록 당연히 한국의 수익성은 떨어진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갈등도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당시 한국전력은 웨스팅하우스로부터 핵심 기자재를 납품받는 식으로 합의를 끌어냈다. 공개된 납품액 규모는 약 20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나마 당시에는 웨스팅하우스와 사전에 수출 협의가 이뤄졌으나 이번엔 그렇지 못하다. 원전을 수출할 때는 원전 원천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정부에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협상을 통해 합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원전 수익성 높일 세부 계약조건 고심해야"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기가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공사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경우다. 체코 원전 건설은 사업기간이 최소한 12년에서 15년에 이른다. 건설사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나 공기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사업비가 증가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특히 원전 공사는 간단한 시공 방법이나 설계 변경도 안전성 검토를 위해 절차와 규정에 따라 까다로운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시간은 더 걸리고 비용은 더 든다. 원래 장기간 진행되는 대형 플랜트 공사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30% 이상의 예비비를 확보해 둬야 안전하다고 한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 공사비용에 충분한 예비비를 포함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계산의 근거라는 게 한국의 신한울 3, 4호기의 경우다. 우리나라에서 공사를 할 때의 원가와 해외 공사의 원가를 같은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지금으로선 예상하기 힘든 위험 요소가 많다. 국제적으로 안전을 위한 규제와 노동 기준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수원이 내세우는 '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 약속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실은 정말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될지도 알 수 없다. 유럽에서 계획됐던 원전 건설이 중단되는 일은 흔하다.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지금 시점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예측한다고 해도 추정치와 실제 비용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바라카 원전 사업도 아직 적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시 수출입은행은 100억 달러 정도를 28년 만기라는 조건으로 대출해 줘야 했고, 군사 지원과 관련된 이면 계약도 있었다.

설사 생각보다 수익이 적다 해도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기는 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건설이 확정된 원전만 92기라고 한다. 유럽은 원전 신규 발주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잘만 된다면 체코 원전 건설사업은 유럽 시장 진출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주액이 24조원이라고 하지만, 그 모두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제 수익은 아니다. 웨스팅하우스와 협상해야 할 지식재산권 대가, 금융 지원 가능성, 높은 현지화 비율 등을 모두 계산한 뒤에 얼마나 남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한수원은 체코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일 뿐이다. 수주는 기정사실이 아니고 당연히 조건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수익도 확정된 게 아니다. 자랑도 폄하도 아직은 너무 이르다. 다만 지금 제기되는 수익성에 대한 논란이 백해무익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만큼 최종적인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대응할 수 있다. 수익성은 앞으로 정해질 세부 계약 사항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크다.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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