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가야리 유적서 가야 토성 배수체계 첫 확인

이수지 기자 2024. 11. 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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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야의 왕성으로 알려진 '함안 가야리 유적'에서 토성 내·외부 연결 배수 체계가 처음 확인됐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아라가야 전성기인 5~6세기 축조된 국가 주요 시설물로 추정되는 토성과 건물지가 분포한 유적이다.

국가유산청은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이 유적의 발굴조사에서 토성 내·외부를 연결하는 배수 체계를 가야문화권 유적에서 처음으로 확인했으며 성벽 축조 구조와 성 내부 대지 조성 과정도 새로 밝혔다"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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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함안 가야리 유적 곡간지 성벽과 석축 배수시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4.1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아라가야의 왕성으로 알려진 '함안 가야리 유적'에서 토성 내·외부 연결 배수 체계가 처음 확인됐다.

'함안 가야리 유적'은 아라가야 전성기인 5~6세기 축조된 국가 주요 시설물로 추정되는 토성과 건물지가 분포한 유적이다. '함주지' 와 '동국여지지' 등 조선시대 문헌자료에서 옛 나라의 터로 기록돼 있다.

최근 지표·발굴조사 결과 아라가야 왕성으로 추정되고 있어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이 유적의 발굴조사에서 토성 내·외부를 연결하는 배수 체계를 가야문화권 유적에서 처음으로 확인했으며 성벽 축조 구조와 성 내부 대지 조성 과정도 새로 밝혔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해부터 가야리 유적 북서편 곡간지(谷間地)에 대한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곡간지는 좁게 움푹 패어 들어간 지형으로, 주변의 물이 모여 자연 배수되는 곳이다.

[서울=뉴시스] 함안 가야리 유적 곡간지 성벽과 석축 배수시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4.1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발굴조사 결과, 이 곡간지에 내부 배수 문제와 습하고 연약한 지형 특성을 고려해서 성벽과 배수체계를 조성한 고대 가야인의 뛰어난 토목기술이 확인됐다.

성벽은 곡간지의 좁은 입구 부분을 막아 쌓았다. 먼저 판축기법으로 흙으로 쌓아 둔덕지게 만든 방어용 시설인 중심 토루를 쌓았다.

이어 좁게 골이 진 성 안에 지형을 평탄하게 하려고 바닥에 부엽공법으로 대지를 조성했다. 부영공법은 습한 곳이나 연약지반에 제방, 성벽, 대지 성토 등 토목공사를 할 때 배수, 필터, 토사 유실 방지를 위해 초본류 ·나뭇가지 등 유기물을 기저부에 깔아 지반을 강화하는 고대 토목기술이다.

판축 토루 안팎에는 경사지게 흙을 켜켜이 다져 쌓은 내벽과 외벽을 조성해 성벽을 보강했다. 판축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판재를 이어 붙여 네모꼴 구조틀을 만들어 그 안에 흙을 다져 성벽을 쌓는 고대 토목기술이다.

이렇게 조성된 판축 토루의 너비는 5.5m, 내·외벽 기저부 너비는 각각 12m, 판축 토루와 내·외벽을 포함한 기저부 너비는 29.5m로 확인됐다.

대지 성토층 안에는 짧은 목 항아리와 솥 모양 토기가 발견됐다. 대지 조성 과정에서 제사 의례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성 내부 곡간지로 모이는 물을 성 밖으로 빼내기 위한 석축 배수시설이 성벽을 통과해 밖으로 이어지는 양상도 확인됐다.

배수시설은 너비 1.0~3.5m, 잔존 길이 16.5m이다. 성벽을 통과하는 부분은 뚜껑돌을 덮을 수 있게 암거(땅 속에 매설한 수로) 너비를 1m 내외로 좁게 만들었다.

성벽 밖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너비가 최대 3.5m까지 벌어지는 나팔 모양이다. 뚜껑돌이 없는 개거(위를 덮지 않고 터놓은 수로)로 파악된다.

국가유산청은 "성 밖으로 나오면서 수로가 나팔 모양으로 벌어지게 만든 것은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토성의 배수 체계는 가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함안 가야리 유적 곡간지 성벽과 석축 배수시설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4.11.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는 오는 13일에는 이번 발굴 성과를 일반에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오는 20일에는 함안박물관에서 지역민 대상 학술토론회를 진행한다.

이번 학술 토론회는 '아라가야 왕성, 판축으로 성벽을 쌓다', '아라가야인들 자연을 개척하다', '소금길을 통해 본 고대 아라가야의 라이프라인', '아라가야, 산성을 쌓아 왕성을 보호하다' 등 주제발표 4건을 통해 가야리 유적 발굴성과와 함안지역 연구 성과를 살펴보는 자리다.

현장설명회와 학술 토론회는 누구나 별도 신청 없이 현장 등록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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