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병원, 유공자만 찾는 질 낮은 공공병원 인식… 진료역량 강화 시급”
고질적 인력난·지속적 경영악화
보훈 의료체계 ‘질적 성장’ 멈춰
복합·중증환자들 상급병원으로
민간과 차별화한 진료과 키우고
치료 - 재활 - 요양 중심 전환해야
문화일보는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시작된 올해 국가보훈부 출범 63주년과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이 나아갈 미래 청사진을 그려보는 <보훈 63주년·광복 80주년 미래 청사진>을 국가보훈부와 공동기획했다. 11일부터 보훈부 정책자문위원회가 주관하는 ‘의료·정보기술(IT)·복지’ 분야별 국회 정책 포럼과 연계해 그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그동안 우리 보훈 의료 체계가 양적으로는 급속히 성장했지만 질적 성장은 부족했습니다. 중증 질환 진료 역량을 강화하고 특성 진료과를 집중 육성하는 대수술이 필요합니다.”
심홍방 전 중앙보훈병원장은 지난 8일 ‘보훈의료 60년,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재 보훈병원 의료진의 이탈과 이로 인한 진료 및 검사 대기의 장기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보훈병원과 보훈공단의 경영 악화 등이 환자들의 불편과 불만족을 초래하고 보훈과 국가에 대한 신뢰까지 저하시키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심 전 원장은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으로 고질적인 의료진의 인력난을 꼽았다. 그동안 보훈병원에선 타 병원 대비 열악한 처우로 소속 의료진이 줄사직을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보훈병원은 공공기관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에 있기 때문에 총액 인건비가 제한된다. 의료진 임금 수준을 민간 병원처럼 유동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년이 60세로 너무 짧은 것도 인력난의 또 다른 원인이다. 대학병원들이 65세 이상 의료진까지 수용하는 경우와 차이가 있다. 대학병원들이 제공하는 연구, 논문, 학회 지원도 보훈병원에선 턱없이 부족하다.
고령의 보훈 대상자 특성상 만성질환·경증질환자가 많은데, 이는 곧 병원의 진료 역량과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졌다. 심 전 원장은 “이는 또다시 복합질환과 중증질환자들은 보훈병원이 아닌 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게 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보훈병원 입원환자 전문진료군(중증환자) 비중은 2020년 26.9%에서 2023년 25.2%로 점차 하락해왔다.
심 전 원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훈병원의 중증 질환 진료 역량 강화 △민간 의료기관에 비해 우위에 있는 전문 분야 집중 육성 △보훈병원 장점인 ‘치료-재활-요양’의 통합형 의료서비스망 활성화를 꼽았다. 그는 “단순한 인프라 구축 차원을 넘어 통합 의료서비스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급성기(치료) 보훈병원은 보훈대상자(특히 고령의 남성 환자)의 다빈도 질환에 특화된 특성 진료과를 집중 육성해 민간병원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재활센터는 상처 재활에서부터 노인 재활까지 재활치료 분야를 전문화해 특화된 프로그램 운영으로 보훈대상자의 치료와 회복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보훈요양병원은 민간 대비 우수한 시설·장비 등으로 차별화된 요양진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훈환자의 원활한 회복과 일상 복귀를 지원하고, 급성기 보훈병원이 중증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 전 원장은 보훈병원의 복잡한 관리운영체계(거버넌스)가 의료 서비스 질 제고를 막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보훈병원은 보훈공단 산하에 6개 병원이 있고, 현재 보훈공단은 병원 외에도 보훈요양원 등 복지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훈병원은 의료의 전문성을 독자적으로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에, 또 공공성과 정부 재정의 효율적 운영을 고려한 관리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존하고 있다.
심 전 원장은 “병원 간에도 서울과 지방 간 지역별 여건에 따라 각 기관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총괄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의료 전문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운영 구조가 무엇인지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국가 전체적인 의료정책에서 보훈의료는 특수한 대상자만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는 점에도 주목했다. 정부나 정치권의 의료정책의 큰 논의의 흐름에서 소외돼 정책적 투자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헌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일반 의료보다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며 보훈의료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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