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돼’와 ‘안돼’ 사잇길… “시간 낭비마, 그래봤자 나일 뿐이니까”[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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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기(穀氣)를 끊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지드래곤은 36세(1988년생) 조용필은 74세(1950년생). 그래서 공평하게(?) 36세의 조용필을 소환한다.
일단 조용필은 제목('그래도 돼')에서 할 말 다한 느낌이다.
인생이란 '그러면 안 돼'와 '그래도 돼'의 사잇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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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기(穀氣)를 끊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음악동네엔 다른 곡기(曲氣)가 존재한다. 여기선 인구절벽도 먼 나라 얘기다. 매일매일 새로운 가수, 새로운 노래가 탄생하지만 모두 환영받는 건 아니다. 출생 신고하자마자 묻혀버리는 노래도 수두룩하다. 무명의 노래가 자신의 처지를 노래한다면 이러지 않을까. ‘어머니 아버지 왜 나를 버렸나요 한도 많은 세상 길에 눈물만 흘립니다.’(1958 김용만 ‘생일 없는 소년’) 참고로 노래는 친부모(작사 작곡)가 아니라 양부모(팬들)가 키운다.
분위기가 정반대인 노래도 있다. ‘온 동네 떠나갈 듯 울어 젖히는 소리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1978 가람과 뫼 ‘생일’) 어깨춤이 나올 정도라면 연세 좀 드신 분 맞을 거다. 7080이 따라부르기 좋게 구성지고 활기차다. ‘하늘은 맑았단다 구름 한 점 없더란다 나의 첫울음 소리는 너무너무 컸더란다.’ 이윽고 노래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꿈속에 용이 보이고 하늘은 맑더니만 내가 세상에 태어났단다.’
두 사람 이름이 떠오른다. 조용필과 지드래곤. ‘꿈속에 용이 보이고’ 이 부분 때문만은 아니다. 거의 동시에 신곡을 발표했지만 달라도 꽤 다르다. 지드래곤은 36세(1988년생) 조용필은 74세(1950년생). 그래서 공평하게(?) 36세의 조용필을 소환한다. 그 무렵 대한민국 음악계는 조용필이 왕(가왕)이었다. 1986년(36세) 발표한 노래 ‘허공’은 MBC 10대가수가요제가 선정한 ‘올해의 노래’였다. 1982년 ‘잊혀진 계절’(원곡가수 이용)을 빼고는 ‘창밖의 여자’(1980, 30세) ‘고추잠자리’(1981, 31세) ‘나는 너 좋아’(1983, 33세) ‘친구여’(1984, 34세) ‘그대여’(1985, 35세) 모두 그해의 최고 인기가수, 최고 인기가요 부문을 수상했다. 조용필의 독주. 오죽하면 ‘이제부터 난 좀 빼 줘’라고 했겠는가.
팬들은 카운트 다운하며 신곡을 기다렸다. 일단 조용필은 제목(‘그래도 돼’)에서 할 말 다한 느낌이다. 하루로 치면 황혼의 노래 같다. 반격이 예상된다. 황혼이 어때서? 인정한다. 새 노래를 부르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조용필은 의도적으로 두 단어를 강하고 격하게 발음한다. ‘차가운 시선에 간직한 다짐을 놓쳐’에서 마지막 ‘놓쳐’와 ‘차가운 바람에 흩어져 버리는 외침’에서 마지막 ‘외침’이 그랬다. 놓치고 주저앉는 게 아니라 외치며 다시 서는 모양새다. 가사에 없지만 내겐 들린다. 과거의 훈장을 만지작거리지 않고 그래도 난 노래 부를 거야. 난 가수니까.
가수도 팬도 함께 익어간다. 언제부턴가 노래를 받아적을 수 없었다. 지드래곤 신곡은 ‘듣기평가’조차 어렵다. 영어가 많고 약어도 빈번하다. 그러나 들리는 부분만 가지고도 하고픈 말이 뭔지 대강은 알겠다. ‘나는 나다워서 아름다워’ ‘Do not waste your time yea it’s gotta be me.’(시간 낭비하지 마. 그래 봤자 나일 뿐이니까) 그게 이번 노래의 파워포인트 같다.
인생이란 ‘그러면 안 돼’와 ‘그래도 돼’의 사잇길이다. 두 노래를 반복해서 듣다 보니 동요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그냥 두고 밖에 나갔죠. 한참 놀다 들어와 보니 장난감이 울며 하는 말 나를 바닥에 그냥 두고 나갔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뻥 찼단 말이야 또 그러면 안 돼 또 그러면 안 돼.’(동요 ‘그냥 두고 나갔더니’) 마무리하자. 스타의 능력, 매력, 노력도 결국은 팬들의 협력으로 완성된다. 세상이 다 그렇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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