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BMW R12와 가을을 달리다

박홍준 2024. 11. 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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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적인 느낌 가득한 구성, 매력 더해
 -안정적인 주행 성능, 여유로운 라이딩에 제격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길 위에서 BMW R12는 동반자였다.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도를 지나 경상북도까지 이어진 800여㎞의 여정은 도로와 자연의 조화 속에서 잊지 못할 라이딩의 기억을 전달했다. 공기가 서늘하게 얼굴을 스치고, 단풍이 물든 나무들 사이로 펼쳐진 길은 라이더를 감싸 안는다.

 R12는 이런 여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장거리 주행에 맞춘 편안한 포지션 덕분에 피로 없이 길을 달릴 수 있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도 따스하게 시동을 걸 때의 묵직한 엔진 소리는 가슴 깊숙이 울렸다. 고속도로에서의 탄력 있는 주행감, 국도의 굽이진 길에서 보여준 코너링의 안정감은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완벽한 라이딩의 순간을 연출했다.

 R12는 크루저의 감성을 깊이 담아낸다. 1970년대의 R90이 지녔던 매력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이 모터사이클은 지난 10년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알나인티(RnineT)의 후속이다.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했고 옆모습은 그 매력을 극대화한다. 물방울 모양의 연료탱크와 커다란 뒷바퀴가 조화를 이루며 싱글시트가 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라인은 크루저 특유의 여유로움을 뽐낸다.


 새롭게 개발한 일체형 프레임은 깔끔하고 고전적인 인상을 준다. 19인치의 앞바퀴와 16인치의 뒷바퀴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시트 높이는 낮게 조정해 라이더는 편안하게 앉을 수 있으며 널찍한 핸들바는 장거리 주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마치 느긋하게 도로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배처럼 긴 여행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알나인티의 상징적 요소였던 원형 계기반은 이제 3.5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작은 듯 보이지만 주요 주행 정보와 기어 인디케이터를 명확하게 제공하며 강한 햇빛 아래에서도 정보가 또렷하게 보인다. 여전히 연료 잔량을 표시하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다.

  R12의 심장은 1,170㏄ 수평대향 2기통 박서 엔진이다. 최고출력 95마력과 최대토크 11.2㎏·m을 내며 6단 수동변속기는 클러치 조작 없이도 변속이 가능해 라이딩의 재미를 더한다. 스로틀을 감으면 바이크는 좌우로 약간 흔들리며 그 독특한 엔진의 심장 박동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주행 모드는 일상적인 주행에 적합한 '롤(Roll)' 모드와 스포츠성을 지닌 '락(Rock)' 모드 두 가지가 있다. 락앤롤(Rock n Roll)이라니 BMW의 작명 센스는 칭찬할 만 하다. 롤 모드에서는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며, 시골길을 천천히 달릴 때도 두어 번의 변속만으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도로를 달리는 그 자체로 즐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과 경기도에 솟은 빌딩 숲을 지나 진짜 숲이 빼곡한 문경새재에 이르기까지, 롤 모드에서의 여유로움은 단풍이 물든 도로와 어우러지며 나른한 가을 오후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락 모드를 설정하고 스로틀을 당겼을 때, 속도감이 살아나며 가슴이 뛰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고속에서도 안정적이고 자신 있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는 R12는 단순히 도로 위의 바이크가 아니라, 가을의 찬란함을 만끽하게 해주는 친구와 같았다.

 클러치 조작 없이 변속을 하는게 재미없는 일이라 느낄지 모르겠지만 레이싱카의 시퀀셜 기어를 조작하는 것 만큼이나 재밌다. 1단 기어에서 클러치를 붙여주기만 하면 이후부터 클러치를 당기지 않고도 변속할 수 있는 점이 똑같다. 저속에서 덜컹대며 운전자를 자극하는 것 까지 영락없는 시퀀셜 기어의 느낌이다. 

 락 모드에 진입하면 롤 모드로 돌아오기 힘들어진다. 스로틀 반응은 날카로워지고 가속감은 시원하다. 불규칙적으로 토해내는 배기음은 라이더를 자극시킨다. 자동차에서는 좀처럼 다가서기 힘든 6,000~7,000rpm에서 변속할 때의 그 짜릿함은 바이크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기쁨. 기어를 바꾸고 속도를 높여 나갈 때는 흡사 날고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R12의 출력은 차고 넘치지만 생각 이상으로 가속하기 어렵다. 맞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편의품목이 아무것도 없어서다. 거대한 윈드쉴드나 페어링을 원하는건 아니지만 맞바람과 싸우다 보면 자연스레 속도를 낮출 수 밖에 없게 된다. 

 BMW R12는 고전적인 외관과 함께 균형 잡힌 주행 감각을 선사하는 모터사이클이다. 크루저 특유의 여유로운 성격을 바탕으로 일상과 특별한 라이딩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태를 뽐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자동차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평대향 박서 엔진의 심장을 느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바이크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R12와 달린 가을은 단순한 시승이 아니었다. 바람과 엔진의 고동감, 계절이 선사하는 모든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끼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순간들이었다.

 BMW R12의 가격은 2,380~2,6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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