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 기자회견’ 이후 윤석열-한동훈 움직임 [11월11일 뉴스뷰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11.11) 아침신문 1면에는 △윤석열 대통령, 트럼프 2기 대비 경제·안보 회의(3곳) △윤 대통령에 대한 주문(3곳) △의협 회장 탄핵(3곳) 등이 주요하게 실렸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그기자회견 이후
② 시선, 클릭!
- 사이버도박, 절반이 청소년
- 2030 당뇨, 30만명
- 보유세 낮추니 APT 증여 줄어
- 서울시내 등산객, 외국인 북적
- 늘어나는 디스플레이 화면
③ Now and Then : 미안 미안해(태진아, 1990)
① 차이의 발견
# 기자회견 이후
-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은 전체 국민들은 물론, 국민의힘 ‘친윤계’조차 당혹하게 만들었습니다. 애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큰 기대는 없었지만, 윤 대통령은 늘 그 ‘낮은 기대’조차 깨뜨리는 분입니다. 한동훈 대표도 ‘위기’ 앞에 오히려 일단 ‘동반’을 택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것이 한 대표에게 유리할지 의문입니다. 설령 그 길이 한 대표에겐 유리한 길이라 하더라도, 국민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쨌든 한 대표는 일단 그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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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석열 대통령 움직임
1) 인적쇄신 시늉?
- 기자회견 다음날인 8일(금),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알려졌던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이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을 자진 철회했습니다. 강 전 비서관은 최종 후보 3인에 올라있는 상태이나, 전문성이 전혀 없어 ‘여사 낙하산’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한남동 7인회’ 멤버로 지목된 강 전 비서관은 철회하면서 낸 입장문에서 몹시 억울한 듯 “거론된 비서관들이 모여 밥 한 끼 한 적 없는데 어느새 저는 7인회 일원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윤 대통령 면담에서 대통령실 인사 조처를 건의하면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의 공공기관 사장 선임에도 우려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 문제는 강훈은 바꿔야 할 인사들 가운데 가장 연결고리가 약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조선일보 법조기자 출신인 강훈이 관광공사 사장으로 거론될 때, 비판받은 이유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이라는 것이었지, 구체적으로 심각한 비리나 문제가 발견된 건 아니었습니다. 자진철회를 하려면, 강훈보다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지원이 먼저여야 했습니다. 김오진 전 비서관은 전문성도 없는데다, 현재 대통령 관저 공사 총괄책임자로, 불법증축 의혹에 연루돼 있습니다. 김 여사와 인연이 깊은 무자격업체 ‘21그램’이 공사 업체로 선정된 경위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데, 김 여사는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입니다.
- 또 대통령실에서는 지난 6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형(800만원)을 받은 강기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최근 대통령실로 복귀했습니다. 지난 9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2개월 징계를 받고 직무에서 배제됐는데, 그 기간이 끝나자마자 복귀한 것입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강 행정관을 문제삼은 바 있습니다. 강 행정관은 임명 당시에도 지나친 극우 성향으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2020년 총선 당시 자유의새벽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다고 주장했고, 총선 부정선거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 김 여사 최측근으로 거론되며 윤-한 면담 과정에서도 모습이 공개된 이기정 의전비서관도 여전합니다.
- 이들 인사는 모두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며, 이 가운데 자진철회한 사람이 가장 외곽에 있는 ‘강훈 전 비서관’ 1명입니다.
- 앞으로 개각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찰 출신인 윤재옥 의원(4선·대구 달서을)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임으로 인사 검증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 법대 후배인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참사 책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인사입니다.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 가능성도 이전부터 거론됐고, 몇 달째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던 여성가족부 장관도 임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현재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윤석열식 인적쇄신’을 상징화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2) 김 여사 순방 포기, 다음번 순방은?
- 대통령실은 또 회견 다음날인 8일, 김건희 여사가 이번 APEC, G20 회의에 동행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연말까지 국내 활동도 전혀 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국내 활동은 문화예술, 반려동물 등 분야에서 참석 요청이 많아 내년부터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참석 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 김 여사는 올해에도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대외활동을 중단하다가, 지난 9월 초 검찰 무혐의 처분에 이어 검찰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가 발표되자, 그 직후인 10일 마포대교에 나가 자살예방 차원 ‘순시’를 하는 등 곧바로 활동을 재개한 바 있습니다.
- 제2부속실장에 장순칠 전 시민사회비서관이 임명됐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휴업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뭔가 하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 “김 여사가 활동 중단하는 수준에서는 민심이 회복되기가 어렵다. 관저에서 나오거나 해외로 유학 가는 식의 대응이 필요하다”(한 국민의힘 의원, 경향신문)
3) 특검 없이는 어떤 것도 다 무효
- 동아일보가 원로 및 전문가 8명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제언을 물었습니다.
- “김 여사 특검을 받아들이고 혐의를 소명하면 된다. 특검을 받지 않으면 어떤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특검을 누가 하더라도 없는 범죄 혐의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석연 전 법제처장)
- “(김 여사는) 대외 활동뿐만 아니라 대내 활동도 안 해야 한다. 국민 앞에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 “국민의 허를 찌를 정도로 과감하고 대대적인 쇄신이 아니면 안 된다. 가령 유승민 전 의원과 같은 인사를 국무총리로 데려오는 것”(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명예교수)
2. 한동훈 대표의 애매모호
1) 하루 뒤 낸 입장문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 당일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습니다.
- 그러다 하루 지난 8일 오전에 “대통령께서 어제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의 조건없는 임명에 대해 국민들께 약속하셨다. 실천을 위해서 당은 지금보다 더 민심을 따르고, 지금보다 더 대통령실과 소통하고 설득하겠다”고 SNS를 통해 밝혔습니다.
- 진심으로 대통령 기자회견을 이렇게 평가한다면 ‘판단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고,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면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입니다.
- 한 대표의 곤궁한 입장이야 이해가 됩니다만, 한 대표는 ‘여권 위기’ 앞에 일단은 미우나 고우나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것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순망치한이라 생각한 듯합니다.
- 한동훈의 한계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제2의 윤석열’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2) 이재명 때리기
- 한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향해 “무죄라면 ‘판사 겁박 무력시위’ 대신 ‘재판 생중계’를 하자고 해야 한다. 죄가 없어서 무죄라면 재판 생중계만큼 이 대표와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는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며 ‘재판 생중계’를 주장했습니다. 다시 민주당을 공격하던 법무장관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입니다. 장외집외에 대해서도 “판사 겁박 무력시위”라며 비난했습니다.
- 15일 이재명 대표 1심 선고를 앞두고 시선을 이재명 대표에게 돌려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것입니다.
- 내일(12일)은 ‘이재명 선고 긴급대책회의’도 열 예정입니다.
- 15일 선고가 나면, 유죄든 무죄든 국민의힘과 한 대표는 스피커 볼륨을 최대치로 높일 것입니다. ‘김건희’에서 ‘이재명’으로 일종의 여론환기 작업을 시도하려는 것입니다.
3) 다시 특별감찰관 목소리
- 특별감찰관은 지난달 23일 한 대표가 제안했으나,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의 육성녹음이 공개되면서, 완전히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직후 한 대표도 더 이상 ‘특감’ 얘기를 꺼내진 못했습니다.
-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규명인데, ‘특감’은 지나간 것은 거론않고, ‘앞으로는 잘하자’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특감은 그 나름 의미가 있지만, 특감이 특검의 대체제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한 대표의 특감은 마치 특검을 덮고, ‘이 정도에서 타협하자’는 식으로 제시하는 듯합니다.
- 그래서 국민들이 시큰둥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친윤계’에서는 반대했습니다.
- 그런데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면서, 한 대표가 다시 ‘특감’을 무기로 또 꺼냈습니다.
-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의견 수렴에 나섭니다. 이날은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상정하기로 한 날입니다.
- 한 대표 입장에선 ‘특감’이 일석삼조라 느끼는 듯합니다. 1)민주당의 특검 공세 물타기 2)보수층 결집 3)당내 리더십 회복 등입니다. 그러나 특감은 민주당과 합의가 되어야 합니다. 민주당은 ‘특감’ 요구에 대해 ‘특검’을 조건으로 내걸 것입니다. 그러면 한 대표는 ‘민주당이 특감을 반대한다’고 또 맹비난할 것입니다.
- 이처럼 문제는 한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왜 그러는지, 그게 너무 뻔히 보이는 것입니다. 초보 정치인이 리더가 될 때 생기는 문제는, 대통령실 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3. 검찰, 무조건 불기소
-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 고발인인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고이유서를 제출해 서울고검이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아마 항고를 기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를 직접 지휘할 예정입니다.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아내의 사건’이라는 점을 이유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는데, 이후 후임 법무장관들이 이를 복원하지 않아 지금도 검찰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습니다. 그런데 항고 사건은 서울지검이 아닌 서울고검이 관할하기에 총장의 수사지휘가 가능하다는 게 검찰 논리입니다.
4. 사설
1)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11월10일)
한겨레 = 대결정치·여사의혹·정책실패만 남은 윤 대통령 전반기
동아 = 임기 후반 시작한 尹, 쓴소리에 귀 열고 인적 쇄신 서둘라
중앙 = 신속한 변화·쇄신에 윤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명운 걸어야
2) 주말 장외집회
한겨레 = 정권퇴진 집회 강경대응 경찰, 국민과 싸우겠다는 건가
경향 = 시국선언과 집회에서 표출된 민심, 여권은 두렵지 않나
한국 = 매주 장외 집회 민주당, 제1당의 마땅한 자세인가
조선 = 정치 투쟁 올라타고 다시 고개 드는 민노총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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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Now and Then
지난 7일(목)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말미에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가 다음과 같이 질문했습니다.
“(대통령님은)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하셨습니다. 명태균씨와 관련돼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휴대폰을 바꾸지 못해서라든지, 사람관계에서 모질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마치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바깥에서 그러니까 사과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국민들이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우리에 대해서 사과를 했는지 어리둥절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보충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윤 대통령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은 딱 집어 가지고,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라고 해주시면은 제가 거기에 대해서 딱 그 팩트에 대해서 제가 사과를 드릴거고…,(…) 어 그렇다고 해서 그걸 다 뭐 맞습니다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아마 우리 부산일보 기자님께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거는 뭐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어떤 점에서 딱 집어서 한다면은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사과를 드리죠. (…) 그러니까 그런 점은 좀 양해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노래는 태진아의 ‘미안 미안해’(1990)입니다.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수원 왕갈비 통닭’ 가게 앞에서 ‘사과 이벤트’를 할 때, 이 노래가 나옵니다.
태진아 - '미안 미안해' 【KBS 쇼 토요특급】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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