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강과 바다 기운 여과 없이 받는 건 해로울 수도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2024. 11. 1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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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의 웰빙 풍수] 물가는 ‘돈 되는 곳’이지만 일반인이 감당하기엔 기세 너무 강해

"산골 부자는 해변가 개보다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바닷가는 물산이 풍성해 개도 항상 먹을 수 있지만 궁벽한 산골에서는 고기가 귀해 부자도 먹기 힘들다는 뜻이다. 한국처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육지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진 지형에서는 그럴 듯한 표현이다.

실제로 산간벽지는 길이 막히거나 좁아서 교통과 교역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사람이 모여들기 어렵고 삶 자체도 궁핍하다. 반면 강변이나 바닷가는 물길을 따라 각종 물산과 사람이 오가면서 시장이 서고 도시가 발달한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가 모두 큰 강을 끼고 있고, 현재도 세계 각국 수도가 대부분 강 혹은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수세권 아파트 인기

경기 광교신도시 광교호수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 [안영배 제공]
사람이 많이 모이는 조건을 갖춘 물가 혹은 물길이 '돈 되는 곳'이라는 사실은 풍수에서도 통용된다. 고전 풍수서에서는 "부귀(富貴)와 빈천(貧賤)이 물에 달려 있다"고 말할 정도다. 조선 실학자 이중환 역시 '택리지'에서 "물은 재록(財祿)을 맡은 것이므로 큰 물가에는 부유한 집과 유명한 마을이 많다. 비록 산중이라도 시내와 계곡물이 모이는 곳이라야 여러 대를 이어가며 오랫동안 살 수 있는 터가 된다"고 언급했다.

물을 만나야 부귀를 누릴 수 있다는 조선시대 '택리지'의 논리는 현대라고 예외는 아닌 듯하다. 강, 바다, 호수 등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가 이른바 '돈이 들어오는 뷰'로 인식되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산 또는 숲이 바라보이는 숲세권이나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보다 강·호수 등을 끼고 있는 수세권 아파트가 더 주목받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도시에서 수세권을 갖춘 입지가 많지 않다는 희소성도 한몫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현상은 호수공원을 낀 수도권 아파트에서 흔히 목격된다.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를 중심으로 대규모 공원이 들어선 경기 수원의 광교호수공원을 보자. 광교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이곳에서 호수와 가깝거나 호수를 영구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의 경우 3.3㎡당 5000만 원 넘게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광교신도시 아파트 단지라 해도 호수공원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상대적으로 값이 싸지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이는 화성, 동탄, 용인 등 수도권 신도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인공 호수나 저수지는 불안감 조성할 수도

그러나 호수나 저수지가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일단 물이 흐르지 못하는 곳은 좋지 않다고 본다. 낚시터처럼 물이 고여 녹조가 낀 호수나 쓰레기 등이 쌓여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저수지가 이에 해당한다. 풍수에서 산은 정적인 것이기에 음(陰)으로 보고, 물은 움직이는 것이기에 양(陽)으로 본다. 따라서 호수나 저수지 물이라 해도 유동성을 확보해야 물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 흐르는 물은 항상 깨끗한 상태가 유지된다. 이럴 때에야 물의 좋은 기운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물이 오염됐다는 것은 땅의 생기(生氣) 역시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또 인위적으로 조성한 저수지나 호수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자연은 음과 양이 조화로운 상태로 있는 것을 가리킨다. 산과 바람, 땅과 물이 서로 음양으로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사람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갓 바다를 메운 간척지나 인공으로 조성한 호수는 땅과 물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사람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변화된 환경에 맞추려고 땅이나 물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어 그 근처에 사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뜻이다.

인공 호수나 저수지는 그 규모에 따라 기운이 안정되기까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인공 호수인 경기 화성의 시화호는 올해로 간척된 지 30년을 맞은 곳이다. 호수 조성 당시에는 시화호 유역의 공장 오폐수와 생활하수 유입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지금은 땅과 물 기운이 상당히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 터 기운이 안정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화호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화성시가 친환경 관광레저도시인 송산그린시티(15만 명 규모 신도시) 건설을 계획 중이고, 신세계그룹이 주도하는 초대형 국제테마파크인 '스타베이시티' 등도 조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물 전망 명소로 치면 강이나 바다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 한강이 보이는 한강 뷰 아파트 단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게 거래된다. 한강이 아름답게 흐르는 모습이 보이는 집에서 사는 삶을 성공의 척도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풍수 측면에서는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집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한강은 서울을 대표하는 큰 강이다. 북한산, 관악산 등 강북·강남 산세와 음양의 조화를 이루면서 흐르는 물줄기가 바로 한강인 것이다.

큰 강과 바다는 살짝 보여야

한강 조망을 강조한 한강변 아파트. [안영배 제공]
큰 산을 상대하는 큰 강은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기세가 너무 강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치여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마음이 우울할 때 강물을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우울한 기분이 더 커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아름다운 강변 뷰로 유명한 한강변 땅에 집을 짓고 사는 한 대기업 회장 부인은 우울증에 걸려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회장 부부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은 거실 쪽으로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집에 살다 보니 회장 부인의 증세가 쉽게 완화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럴 때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강물이 보이지 않도록 커튼 등을 이용해 조절하는 것이 좋다. 수변 경관을 보고 싶을 때는 창문을 활짝 열어 놓더라도 평상시에는 물이 살짝만 보이게 하는 것이다. 한강 뷰가 좋다는 한남동 재벌가 저택 중에서도 한강이 살짝 보이는 집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편으로 한강 동쪽 방면에 위치한 회장 집은 한강이 굽이치며 흐르는 게 아니라 곧장 직선으로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물이 직선으로 흐르는 강가로는 바람이 강하게 분다. 이러한 바람은 살풍(殺風)이라고 해서 오랫동안 쐴 경우 사람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풍수에서는 물이 둥근 활 모양으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모습을 이상적이라고 여긴다. 이런 곳에서는 물이 잔잔히 흐르고 땅의 생기도 안정된 상태로 유지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의도에서 김포에 이르는 강변처럼 강물이 직선으로 흐르는 곳은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자연을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게 더 어울린다.

강변 뷰보다 더 주의해야 할 것이 바다 뷰다. 양의 기운이 매우 강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질병 혹은 여러 우환을 불러일으키는 '풍파(風波)' 이미지가 바로 파도를 거세게 일으키는 바닷바람이다. 특히 밤낮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 언덕 집에서 오래 살면 바람의 기운에 치여 면역력이 약해져 풍병에 시달릴 수 있다. "바닷가에서는 귀인(貴人)이 나지 않는다"는 속언도 바닷바람이 강한 곳에서는 훌륭한 인물을 배출할 수 있는 생기(生氣)가 생성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남 홍도 포구. 바다 앞으로 늘어선 섬이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안영배 제공]
‌따라서 필자는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해변 아파트는 풍수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섬이나 바닷가에 집을 짓는 경우 먼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굳이 확 트인 바다 뷰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최소한 바다 앞쪽으로 방패 역할을 하는 조그마한 섬이 있는 곳이 좋다. 바닷가에서는 포구처럼 산자락이 좌우를 가려 바다가 은근하게 보이거나, 아예 산이 앞을 가려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이 명당일 확률이 높다.

풍수서에서는 "산은 사람을 관장하고,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山管人丁 水管財)"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재물을 얻으려 큰 강이나 바다 같은 물 기운을 여과 없이 받으려 하다가는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논어'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은 풍수에도 적용된다.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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