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에 각기 다른 정답? 스타트업에 불어닥친 이 논란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1. 11. 09:03
[트렌드 언박싱] 창업자는 좋은 경영자일까 (글 : 최화준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벤처/창업 겸임교원)
트렌드를 알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내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 있는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트렌드 언박싱'.
최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자의 스케일업 능력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잠재력을 인정받아 거액을 투자 유치했거나 기업 공개에 성공했던 여러 스타트업들이 연달아 추가 성장, 즉 스케일업(scale-up)에 실패하고 기업 가치가 감소한 까닭이다.
스케일업 실패 원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중 하나는 창업자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기술 특례 상장 방식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입성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추락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창업자가 초기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만, 후기 스케일업에는 알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이런 시장 흐름 속에 일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대안으로 전문경영인을 찾고 있다. 엔지니어 배경을 가진 창업자들은 기업 경영 전문가를 영입해 그들에게 기업 성장을 부탁한다. 벤처캐피털들은 피투자 스타트업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때 곁에서 도와줄 전문경영인을 내부에 위촉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기업 성장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경영인 영입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인다. 이와 달리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전문경영인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논란의 계기는 실리콘밸리 유명 창업 기획자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이른바 '창업자 모드(founder mode)'와 관련한 짧은 글이었다. 그가 제안한 창업자 모드는 창업자가 경영자인 경영 방식이다. 창업자 모드를 지지하는 그는 스타트업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직접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또한 창업자는 기업 비전을 유지하고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부연했다.
그는 창업자 모드의 반대 개념으로 '경영자 모드(manager mode)'를 함께 제시했다. 경영자 모드는 MBA 수업에서 가르치는 전통적인 경영 방식을 의미한다. 즉, 관리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레이엄은 이러한 경영자 모드가 스타트업에는 알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창업자 모드가 임기 기간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전문경영인의 경영 방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면서, 전통적인 경영 방식이 조직에 안정을 줄 수는 있지만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내 많은 창업자들은 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해당 글에 "충분히 의미 있다(worth reading)"라는 답변을 달았고, 수많은 창업가 역시 그의 의견에 적극 동감하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 성과를 분석한 조사 결과는 창업자 모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포춘 500대 기업 중 창업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22개이다. 젠슨 황(Jensen Huang)의 엔비디아(NVIDIA),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의 메타(Meta)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Bom Kim) 대표가 이끄는 쿠팡(Coupang)도 속해 있다.
조사는 창업자 모드로 운영되는 회사의 CEO 재임 기간 동안 성과를 계산하고, 이를 같은 기간의 나머지 500대 기업 성과와 비교했다. 성과는 주가 실적과 배당금을 포함한 누적 수익률로 측정되었다. 창업자 모드 회사들이 기록한 누적 수익률 중간값은 1,129%, 경영자 모드 기업의 누적 수익률 중간값은 57%로, 창업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실적이 훨씬 뛰어났다.
창업자 모드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커지는 동안 경영자 모드에 대한 지지 의견도 역시 존재한다. 경영자 모드 지지자들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거대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을 예시로 들며 그들의 주장을 펼친다.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가 물러나며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현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해 이끌면서 예전의 위상을 되찾았다. 그는 모바일 시대에서 조연으로 밀려난 마이크로소프트를 인공지능 시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는 받는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 타계 이후 애플은 현 CEO 팀 쿡(Tim Cook)의 리더십 아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알파벳(당시 구글) 역시 전문경영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를 영입하며 고속 성장을 이룩했다. 이는 전문경영인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트렌드를 알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내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 있는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트렌드 언박싱'.
최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자의 스케일업 능력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잠재력을 인정받아 거액을 투자 유치했거나 기업 공개에 성공했던 여러 스타트업들이 연달아 추가 성장, 즉 스케일업(scale-up)에 실패하고 기업 가치가 감소한 까닭이다.
스케일업 실패 원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중 하나는 창업자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기술 특례 상장 방식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입성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추락하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창업자가 초기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만, 후기 스케일업에는 알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이런 시장 흐름 속에 일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대안으로 전문경영인을 찾고 있다. 엔지니어 배경을 가진 창업자들은 기업 경영 전문가를 영입해 그들에게 기업 성장을 부탁한다. 벤처캐피털들은 피투자 스타트업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때 곁에서 도와줄 전문경영인을 내부에 위촉하고 있다.
한국은 경영자 모드로, 미국은 창업자 모드로
논란의 계기는 실리콘밸리 유명 창업 기획자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이른바 '창업자 모드(founder mode)'와 관련한 짧은 글이었다. 그가 제안한 창업자 모드는 창업자가 경영자인 경영 방식이다. 창업자 모드를 지지하는 그는 스타트업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직접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또한 창업자는 기업 비전을 유지하고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부연했다.
그는 창업자 모드의 반대 개념으로 '경영자 모드(manager mode)'를 함께 제시했다. 경영자 모드는 MBA 수업에서 가르치는 전통적인 경영 방식을 의미한다. 즉, 관리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레이엄은 이러한 경영자 모드가 스타트업에는 알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창업자 모드가 임기 기간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전문경영인의 경영 방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면서, 전통적인 경영 방식이 조직에 안정을 줄 수는 있지만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내 많은 창업자들은 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해당 글에 "충분히 의미 있다(worth reading)"라는 답변을 달았고, 수많은 창업가 역시 그의 의견에 적극 동감하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 성과를 분석한 조사 결과는 창업자 모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포춘 500대 기업 중 창업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22개이다. 젠슨 황(Jensen Huang)의 엔비디아(NVIDIA),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의 메타(Meta)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Bom Kim) 대표가 이끄는 쿠팡(Coupang)도 속해 있다.
조사는 창업자 모드로 운영되는 회사의 CEO 재임 기간 동안 성과를 계산하고, 이를 같은 기간의 나머지 500대 기업 성과와 비교했다. 성과는 주가 실적과 배당금을 포함한 누적 수익률로 측정되었다. 창업자 모드 회사들이 기록한 누적 수익률 중간값은 1,129%, 경영자 모드 기업의 누적 수익률 중간값은 57%로, 창업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실적이 훨씬 뛰어났다.
경영자 모드의 성공 사례들,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일까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가 물러나며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현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해 이끌면서 예전의 위상을 되찾았다. 그는 모바일 시대에서 조연으로 밀려난 마이크로소프트를 인공지능 시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는 받는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 타계 이후 애플은 현 CEO 팀 쿡(Tim Cook)의 리더십 아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알파벳(당시 구글) 역시 전문경영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를 영입하며 고속 성장을 이룩했다. 이는 전문경영인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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