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식 떠나면 75이닝 누가 메우나' 전천후 마당쇠 치솟는 몸값에 KIA도 난감
2024~2025시즌 FA 시장이 시작부터 매우 뜨겁다. 개장 첫날인 6일 베테랑 우완 사이드암 우규민(39)이 원소속팀 KT 위즈와 2년 7억 원 계약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뒤이어 FA 최대어 최정(37)이 예고대로 원소속팀 SSG 랜더스와 4년 110억 원으로 잔류했다.
이튿날부터는 한화 이글스가 주인공이 됐다. 유격수 심우준(29)을 4년 50억 원에 데려오더니 8일에는 우완 선발 투수 엄상백은 4년 78억 원에 낚아챘다. 같은 날 두산 베어스 프랜차이즈 스타 허경민(34)이 4년 40억 원에 KT 위즈로 향했다.
준척급 불펜들의 거취도 정해졌다. 김원중(31), 구승민(34)이 각각 4년 54억 원, 2+2년 21억 원에 차례로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FA 계약을 맺었다. 생각 이상으로 속전속결로 계약이 성사되는 가운데 예상외로 치솟는 FA 몸값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정 에이전트에 선수들이 쏠려 있는 것도 구단들이 오버페이 논란을 우려하는 이유다.
한 KBO 구단 관계자 A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몇몇 선수가 생각 이상의 금액을 받았다. 이러면 다른 FA 선수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FA 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또 다른 KBO 구단 관계자 B 역시 "선수와 에이전트가 나뉘어 있어야 이런저런 협상을 하고 이야기를 할 텐데 지금은 금액을 제시하면 한 에이전트가 이곳저곳에 이야기해 경매처럼 돼버리니까 솔직하게 오픈하기도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3명의 내부 FA를 보유한 KIA도 과열된 시장 분위기가 난감한 구단 중 하나다. 일례로 FA B등급의 필승조 장현식은 최근 예상 몸값이 50억 원 근방까지 나오고 있다.
장현식은 표면적인 성적 이상으로 팀에 있으면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유형의 선수로 꼽힌다. 선발 투수가 일찍 강판당한 뒤 2이닝 이상의 롱릴리프 역할을 해내면서 만루 위기의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도 거뜬히 이겨낸다. 몸도 일찍 풀려 빠른 등판과 연투에도 능해 장현식은 그야말로 전천후 투수로 불린다. 경기 운영을 쉽게 하는 투수를 현장에서는 단연 선호할 수밖에 없다.
KIA도 장현식 효과를 경험했고 그 진가를 인정했다. 장현식은 2020시즌 도중 NC 다이노스에서 KIA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이적 이듬해인 2021년부터 매 시즌 50이닝 이상 소화하면서 KIA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선발 경험을 살려 KIA 이적 후에만 3연투 7회, 2연투 75회, 멀티 이닝도 60회를 소화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올해는 절정을 이뤘다. 무려 75경기에 등판해 5승 4패 16홀드를 기록했는데 75⅓이닝을 버티면서 평균자책점은 3.94에 그쳤다. 불펜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KIA도 장현식이 없다면 당장 75⅓이닝을 몇 명이 나눠 책임져야 할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하지만 KIA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기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당장 내년 시즌을 마치면 내·외야 수비를 책임지는 유격수 박찬호(29)와 외야수 최원준(27)이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고 양현종(36), 최형우(41)와 계약도 고려해야 한다. KIA도 내부적으로 장현식에 대한 적정가를 정하고 잔류를 최우선 목표로 뒀지만, 상상 이상의 열기에 플랜 B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최근 수년 이상 많은 이닝을 던진 불펜 투수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투자가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KBO 구단 관계자 A는 "장현식이 나이가 어려 메리트는 있다. 하지만 마무리 급 투수가 아닌 이상 필승조 투수 FA는 잘 모르겠다. 물론 팀 사정에 따라 가치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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