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100번 찍어 거둔 김아림의 LPGA투어 2승
[골프한국] 김아림(29)이 LPGA투어에 뿌리를 내리는 데 4년 걸렸다. 2013년부터 KLPGA투어에서 뛰었으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2019년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020년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2승이 전부다.
그의 LPGA투어 진출은 순전히 '코로나19' 덕분이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름에 열리던 US여자오픈이 2020년에는 12월 휴스턴 챔피언스GC에서 열렸다. 김아림은 비회원으로 이 대회에 출전했다가 극적으로 역전 우승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2021년 시즌엔 아예 무대를 LPGA투어로 옮겼다.
당시 세계랭킹 94위에 머물렀던 김아림은 우승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전년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 일본의 시부노 히나코나 미국의 숨은 강자 에이미 올슨 중 우승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4라운드 중 낙뢰와 폭우가 겹치는 악천후로 잔여 경기가 월요일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월요일 경기는 익스트림 골프를 방불케 했다. 선수들은 방한복으로 중무장해야 했고 페어웨이와 그린은 물기를 머금어 볼을 뱉어내지 않았다.
특히 볼에 진흙이 묻어도 손을 댈 수 없는 엄격한 규칙이 적용됐다. 보통 대회의 경우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에 진흙이 묻으면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 즉 공을 들어 올려 진흙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놓는 이른바 'lift, clean and place' 규칙이 적용되는데 이 대회를 주관하는 USGA는 '공이 놓여 있는 대로 플레이한다(play it as it lies)'는 전통적인 규칙 적용을 고수했다.
1오버파로 선두 시부노 히나코에 5타 뒤진 공동 9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김아림은 악천후 속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호쾌한 드라이브샷과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전반 3연속 버디에 이어 후반 마지막 세 홀에서 기적같은 3연속 버디로 끝까지 접전을 벌인 박인비와 시부노 히나코를 제치고 역전승에 성공했다.
김아림은 호쾌한 장타와 당당한 걸음걸이, 배에 손을 갖다 대는 특유의 인사로 갤러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계진들도 그의 신기에 가까운 퍼팅, 호쾌한 드라이버샷, 정밀한 아이언샷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우승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우울의 늪에 빠진 우리 국민에게 값진 '정신적 백신'을 선사했다.
그는 2021시즌부터 LPGA투어에서 뛰었으나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2021년 23개 대회에 출전해 15개 대회 컷 통과로 상금순위 52위에 머물렀다. 2022시즌엔 29대 대회에 출전해 27개 대회 컷 통과, 2023 시즌엔 22개 대회 출전에 19개 대회 컷 통과, 2024시즌엔 26개 대회에 출전해 18개 대회 컷 통과했다. 매 시즌 3~4번 톱10에 들었고 상금 순위도 조금씩 올라갔다.
이런 그가 1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호아칼레이CC에서 막을 내린 롯데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로 러시아의 나탈리야 구세바(21)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4년 만에 LPGA투어 등단 이후 첫 승, 통산 2승째다.
100번째 출전 대회 만에 거둔 귀한 우승이다. 올 시즌 한국 선수로는 양희영(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유해란(FM챔피언십)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우승으로 김아림의 CME 글로브 포인트 순위기 65위에서 22위로 뛰어올라 상위 60명까지만 출전하는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출전권도 확보했다.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은 LPGA투어 시즌을 총결산하는 대회로 오는 21~24일 플로리다주 네이플즈의 리츠칼튼 골프리조트의 티뷰론GC에서 열린다. 총상금 규모가 1,100만달러나 된다. 지난해에는 양희영이 우승했다.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는 김아림을 포함해 유해란, 김세영, 최혜진, 안나린, 임진희, 양희영, 신지은, 김효주, 이미향 등 10명이다.
김아림의 이번 우승은 그가 4년 만에 LPGA투어에 확실한 뿌리를 내렸음을 보여주었다. 1, 3라운드를 단독 1위, 2라운드를 공동 1위를 하다 우승했으니 그의 첫 LPGA투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기록이다. 특히 당당한 걸음걸이와 배꼽 인사에 뒤따르는 은은한 미소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듯했다.
한때 단독 또는 공동 1위에 오르며 우승 경쟁을 벌인 러시아의 나탈리야 구세바는 LPGA투어의 새로운 강자가 될 자질을 발휘, 앞으로 LPGA투어에 러시아 바람을 예고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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