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저마다 제각각'…집회 산정 인원 누가 맞나?

박형빈 2024. 11. 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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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특정 시점 최대 인원ㆍ주최 측은 누적 참가자 계산
경찰ㆍ주최 측 모두 정확성 떨어져…디지털 추산방식 시도
서울광장에서 열린 집회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2024.10.27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우리나라에서는 수만 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마다 참가자 규모에 대한 경찰 추산치와 집회 주최 측 주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규모 집회 시 모인 인원의 규모를 놓고 논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은 참가자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주최 측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인원을 부풀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달 27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에서 경찰은 참가자를 23만명으로 추산했지만, 주최 측은 약 11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발해 여의도에서 연 집회 역시 경찰과 주최 측의 추산치가 각각 1만2천명과 4만명으로 달라 3배 이상 벌어졌다.

요즘과 같은 최첨단 시대에도 같은 집회를 놓고 양측의 주장은 왜 이렇게 다를까.

경찰은 특정 시점 최대 인원 세는데…주최 측은 누적 참가자 계산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회 인원을 집계하는 경찰과 주최 측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찰은 2017년 탄핵 촛불집회 당시 경찰 추산 인원과 주최 추산 인원의 차이가 커 정치적 시비에 휘말린 뒤로 공식적으로는 집회 인원 집계치를 공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인원을 추산하고 있고, 이 내용이 언론의 취재를 통해 보도된다.

경찰은 집회에서 '페르미 추정법'에 기반해 특정 시점에 모인 최대인원을 집계한다. '일시점 최대인원' 방식이라고도 한다.

이는 3.3㎡(1평)당 앉으면 5∼6명, 서면 9∼10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집회 사진 등을 참고해 단위 면적당 인구밀도에 따라 전체 인원을 계산하는 식이다.

예컨대 13만207㎡(3천995평)인 서울 중구 시청광장이 인파로 가득 찼다고 가정하면 약 2만∼4만명까지 모였다고 단순히 추론할 수 있다.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2024.10.3 jieunlee@yna.co.kr

반면 주최 측은 흔히 '연인원 집계방식'이라고 불리는 누적 참가인원 집계 방식을 사용한다.

집회 도중 들어오거나 빠진 사람과 현장에 잠시라도 머문 사람 등을 모두 더해 전체 참가자를 구하는 것인데, 집회 인원을 세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탄핵 촛불집회 주최였던 박근혜퇴진행동은 당시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 지하철역 승·하차 인원, 교통 분담률, 인구밀집도, 과거 집회와의 참여 인원 비교 등을 종합해 총인원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경우 집회에 참여하는 가맹 산하 조직별로 참가자를 집계해 취합된 인원에 집회 장소의 유동적 참가자를 더해 총인원을 낸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결국 참가자를 누적 집계하는 주최 측 방식이 당연히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집회 인원 집계 목적도 달라…주관적 요소에 정확도 낮아

경찰과 주최 측이 이처럼 각각 다른 방식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의 안전·질서유지와 효율적인 경찰력 운용을 위해 인원을 센다. 특정 시점에 모이는 최대 인원을 기준으로 삼는 점도 이 때문이다. 집회 관리가 목적인 경찰 입장에서는 유동 인구를 포함한 누적 인원을 산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런던 수도경찰청), 미국(LA 경찰국, 뉴욕 경찰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주요 해외 국가 경찰도 우리나라와 같은 일시점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주최 측은 최대한 많은 참가자가 집회에 참석했음을 알리는 데에 목적이 있다. 참가자의 규모가 곧 집회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세 과시' 차원에서라도 누적 집계방식이 효과적인 셈이다.

두 방식 모두 한계점은 있다. 양쪽 모두 전체 집회 면적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경찰 측 방식은 유동 인구를 측정하지 않으므로 실제 총 참가인원은 알 수 없고, 페르미 추정법이 다소 주관적 요소가 있어 인원 부풀리기나 축소 여지도 있다.

주최 측 방식은 목적의식이 있는 참가자와 우연한 행인을 구분해내기 어렵고 중복 집계의 위험이 있다. 특별한 기준이 없어 누가 집계하는지에 따라 숫자가 제각각일 수도 있다.

디지털 기술로 집회 인원 파악 시도…IT·AI 기법 적용

최근에는 기지국,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다양한 전파 정보로 밀집된 인구를 측정하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어, 이를 활용해 집회 참가 인원을 정밀하게 집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인구밀집도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캡쳐]

서울시는 '열린 데이터 광장' 홈페이지에서 5분 단위로 실시간 인구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통해 집계되는 사용자 인구를 전체 이동통신 사용자 인구로 전수화한 뒤, 50㎡ 가중치에 따라 지역별로 대략적인 인원을 추산하는 식이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도 유사한 방식으로 통신사 기지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년 방문객 수를 집계한다.

이 밖에도 드론으로 촬영한 집회 현장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참가자 수를 일일이 세는 방식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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