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좀 낳으라더니...육휴 복귀하니 내 책상은 어디로?

#육아휴직 복직 이틀 전 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원래 일하던 사무실에 책상을 놔줄 수 없고 다른 공간에 책상을 재배치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새롭게 배정받은 공간엔 책상이나 컴퓨터 등 사무 업무를 위한 기본 세팅도 돼 있지 않았습니다. (2023년 3월 이메일 제보)

#육아휴직 사용 후 출근을 한 달여 앞두고 있던 때 인사팀으로부터 복직 후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모든 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해서 신청을 하기 위해 회사에 갔는데, 대표가 제게 육아휴직에 이어 단축 근무까지 요청하는 걸 보니 일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3월 이메일 제보)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생률이 0.72명으로 떨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의 저출생 문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를 낳은 직장인들이 오히려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임신·출산·육아 갑질' 이메일 제보 41건을 분석한 결과를 전날(10일) 공개했습니다.

분석 결과(중복 집계)에 따르면, 이익 유형은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한 '직장 내 괴롭힘'이 63.4%(26건)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부당평가·인사발령'(31.7%, 13건), '단축 근무 등 거부'(24.3%, 10건), '해고·권고사직'(12.2%, 5건), '연차사용 불허'(12.2%, 5건) 등이 있었습니다.

사례를 좀 더 보면, A씨의 경우 "육아휴직을 신청한 후 태움이 시작됐다"라며 "휴직 전 집안 사정으로 휴가를 사용하려 하자 상사는 다른 사람들은 휴가를 안 쓰는데, 당신만 쓴다며 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B씨의 경우 "출산휴가에 이어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하자, 부서장이 굉장히 불쾌해했고,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핑계로 받아들였다"라며 "이후 부서장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말 것을 회유하는 한편, 과도하게 업무 지적을 하기 시작했고요. 심지어 직원들 모두 있는 대화방에서 비방도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병원에 초음파를 받으러 가면 전화해서 '왜 일을 안 하냐'며 고성을 지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직장갑질119는 "모부성제도 개선 및 '저출생 해소' 당위 강조만으로 문제 해결 어렵다"라며, "전체 노동조건의 상향과 성평등 관점에서 제도의 실효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공짜 노동 철폐 ▲성별임금격차 해소·육아휴직 급여액 상향 ▲소극행정 개선으로 사용자 책임 강화 ▲소규모 사업장 실태 파악 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편, 직장갑질119가 올해 2월 2일부터 2월 1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95% 신뢰수준, ±3.1p)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24.6%는 육아휴직·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과 관련해 불이익은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