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같은 분홍색 계단, O·X 구역… ‘오징어 게임2’ 세트, 1편과 달라진 것은
출발부터 ‘오징어 게임’스러웠다. 지난해 12월 초,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2 촬영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보안이 삼엄했다. 가는 날까지 촬영장 위치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서울 광화문에서 촬영장으로 향하는 대형 버스에 올라탔다. 휴대전화는 봉투에 밀봉해야 했고, 촬영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다음 달 26일 시즌2 공개를 앞두고 넷플릭스는 엠바고(보도 유예)를 약 1년 만에 해제했다. 2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대전 엑스포 공원 내 스튜디오 큐브.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곳에서 촬영했다. 시즌2에선 복수를 위해 게임장으로 돌아온 성기훈(이정재)과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다.
미로 같은 분홍색 계단 세트에 들어서니 상징적인 오프닝곡 ‘그때 그 시절’의 리코더 소리가 흘러나왔다. 11m 높이, 약 120평의 거대한 계단으로 들어가는 순간 작은 아이가 된 듯했다. 시즌1보다 30~40평을 넓히고 새로운 통로를 추가해 규모를 키웠다. 섬뜩한 리코더 소리에 맞춰 알록달록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왼쪽으로 가고 있는지,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지 방향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할 때쯤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미로를 한 바퀴 돌고 나오니 계단 위에서 황동혁 감독과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가 나타났다. 황 감독은 “제가 만든 작품이 화제가 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만들기도 전에 온 세상의 관심을 받는 일은 처음이라 무척 낯설고 부담도 된다”면서 운을 뗐다. “불행히도 인기 있는 캐릭터를 거의 다 죽여버려서 새로운 배우들이 투입됐다. 시즌1의 기훈과 상우가 어린 시절 동네 친구였던 것처럼 이번엔 사적인 관계가 있는 참가자들이 더 많이 등장하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참가자들이 먹고 자는 숙소 세트는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열악했다. 층층이 쌓여 있는 철제 침대엔 낡고 누런 매트리스와 베개만 덜렁 놓여 있었다. 13m 높이, 400평 규모의 세트장은 숙소보다는 거대한 물류 창고 같았다. 시즌1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바닥에 LED 조명으로 파란색 ‘O’와 빨간색 ‘X’ 기호가 설치돼 있었다. 길게 그어진 파란 선과 빨간 선을 따라 구역도 O와 X로 나뉘었다.
시즌2에선 매 게임이 끝날 때마다 OX 투표를 통해 게임을 중단할 수 있는 규칙이 추가됐다. 투표에 따라 무리가 나뉘고 갈등이 벌어진다. 황 감독은 “요즘 어디서나 편 가르기가 많지 않은가. 세계 곳곳에서 지역·종교 갈등,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세대·성별·지역·계급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고 했다. “선을 그어 편을 가르고,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을 틀린다고 말하면서 공격한다. 이에 대한 풍자로서 이번엔 선거 시스템과 O와 X를 통한 구별 짓기를 시즌2의 중요한 테마로 녹여냈다.”
촬영이 3라운드까지 진행되고 난 후라, 침대는 100개쯤 남아 있었다. 1편에서는 숙소 벽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등 게임의 단서가 숨겨져 있었다. 촬영장의 벽화를 보고 어떤 게임이 나올지 추측해 보는 것도 시즌2를 기다리는 재미가 되겠다. 이번엔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과 십자가가 빼곡히 꽂혀 있는 체스판이 그려져 있고, H·O·B등 뜻을 알 수 없는 알파벳이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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