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탑이 싸웠다'... '오겜' 시즌2 '배척 사회' 풍자로 비극 키웠다
"난 이 게임을 해봤어요. 이러다 정말 다 죽어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 예고편에서 기훈(이정재)은 이렇게 울부짖듯 소리쳤다. 참가자들에게 게임을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그런 놈이 여기를 왜 다시 기어들어 와?"란 참가자들의 냉소뿐이다. 게임 중단을 원하는 기훈의 가슴엔 'X' 자 모양의 빨간색 스티커가, "한 번 더!"를 외치며 게임을 계속하길 원하는 참가자들의 가슴엔 'O' 자 모양의 파란색 스티커가 각각 붙어 있었다.
'O·X 투표'가 키운 비극
다음 달 26일 공개될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선 3년 전 이 게임에서 우승한 기훈이 사람 목숨을 담보로 456억 원의 상금을 건 이 잔혹한 서바이벌이 반복되는 걸 막으려는 과정이 그려진다. 뜻을 이루기 위해 기훈은 다시 게임에 참여한다. 가장 달라진 규칙은 'O·X 투표'. 시즌2에선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이 투표를 통해 더 많은 상금을 받기 위해 계속 게임을 이어갈지와 중단할지를 결정한다. 예고편 영상을 보면, 투표를 끝낸 참가자들이 숙소에서 'O' 자와 'X' 자 불이 켜진 두 곳으로 갈라져 대립각을 세운다.
"편 가르기로 인한 갈등이 요즘 많잖아요. 영토(러시아 전쟁), 종교(중동 지역) 문제로 밖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국내에선 노년·청년 세대의 갈등뿐 아니라 '이대남'(20대 남자) '이대녀'(20대 여자)란 표현으로 젠더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요.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집단을 '틀리다'고 말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자주 봤죠. 그 풍자적 요소로 O·X 투표를 통한 서로 간의 구별을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중요한 테마로 녹였습니다."지난겨울 충남 소재 '오징어 게임' 촬영장에서 만난 황동혁 감독이 들려준 시즌2 연출 의도다. 3년 전 공개된 시즌1이 자본주의의 계급화를 비판했다면, 시즌2는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집단에 대한 극단적 배타성 표출에 따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혐오' 현상을 직격한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너랑 나랑 다르고 내가 맞고 너는 틀리다'는 대비를 부각하기 위해 숙소 바닥에 'O·X'를 빨간색과 파란색 조명으로 구현했다"고 세트 제작 배경을 들려줬다.
부둥켜 우는 양동근·강애심
시즌2엔 게임 참가자들의 인연이 곳곳에 엮여 있다. 기훈이 시즌1에서 함께 경마장에 간 친구는 390번(이서환)으로 게임에 참여했다. 예고편에서 7번(양동근)은 백발 여성인 149번(강애심)과 나란히 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고 나중엔 그를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와 아들 관계로 추정된다. 황 감독은 "시즌2에선 시즌1보다 더 많은 사적 관계가 있는 참가자들이 등장한다"고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서바이벌의 비극을 키우기 위한 장치다.
시즌2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전재준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성훈이 단발머리의 파격적 모습인 120번 참가자로 나오고, 강하늘은 긴 머리를 묶은 채 388번 참가자로 등장한다. 그룹 아이즈원 출신 조유리도 222번으로 출연했다. 예고편을 통해 게임에 참여한 젊은 배우들이 여럿 눈에 띄자 일부 누리꾼은 "가상화폐 등 새로운 경제 문제가 다뤄질 것 같다"고 추측했다. 영어 버전 예고편엔 보라색 머리를 한 그룹 빅뱅 출신 탑(본명 최승현)이 숙소에서 333번으로 게임에 참가한 임시완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의무경찰 입대 전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적발돼 2017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탑을 캐스팅해 논란이 불거진 만큼, 시즌2 공개 후 그의 캐릭터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종이 대본 없애고 배우 휴대폰에도 보안 스티커 부착
시즌2에 이어 시즌3는 2025년에 공개된다. 시즌2 숙소 벽면엔 철봉 같은 것을 잡고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새 시리즈에 등장할 게임 등 스포일러 유출을 막기 위해 넷플릭스는 '007 작전' 같은 보안 속에 촬영을 진행했다. '오징어 게임' 새 시즌 제작에 참여한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배우들은 촬영장에 갈 때마다 비밀 유지 서약서를 썼다. 개인 촬영 자체를 막기 위해 휴대폰에도 보안 스티커를 붙였다. 복사 등을 방지하기 위해 종이 대본도 없앴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한 배우의 소속사 한 관계자는 "대본을 모니터로만 볼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가 시청한 드라마란 대기록을 세운 '오징어 게임'의 시즌2, 3 제작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넘게 진행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한미군 볼모로 잡은 트럼프... 한미동맹 핵심을 흥정 카드로 | 한국일보
- "일본 초등생이 중국 침공 결의?"... 중국 '혐일' 정서 뒤엔 괴담 방치 있었다 | 한국일보
- [단독] 명태균 "창원산단, 윤석열을 박정희처럼 만들려고 기획" | 한국일보
- 오은영, 대장암 투병 심경 고백... "나쁜 사람 아닌데 왜" | 한국일보
- 며느리를 믿는다면, 분산 증여는 가장 확실한 절세 방법 | 한국일보
- "냄새 나서 그냥 나왔다"... 18만원 입금하고 성매매 업소 간 경찰관 무죄 | 한국일보
- "여자들은 부엌으로" "흑인들은 농장으로"… 트럼프 승리 뒤 퍼지는 혐오 | 한국일보
- 임현택 의협 회장 쫓겨났다… 의정 갈등에 돌파구 마련되나 | 한국일보
- 비트코인 사상 첫 8만 달러 돌파... 트럼프 대선 승리 후 연일 신고가 | 한국일보
- '전랑외교' 중국의 깜짝 유화 제스처... '한국인 무비자' 내민 속내는[문지방]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