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노력하는 모습이 예뻤어요" 상대 구슬땀까지 지켜본 '챔프' 김가영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정말, 정말 우승할 줄 몰랐다" 아마 결승전 경기를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그간 보여줬던 것처럼 역전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선도 많았다. '제왕' 김가영(하나카드)은 팬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김가영은 10일 오후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24-25 결승전에서 김민영(우리금융캐피탈)을 세트스코어 4-3(4-11, 7-11, 11-0, 2-11, 11-2, 11-8, 9-3)로 꺾고 프로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가영이 세운 이 또 한번의 우승에 담긴 의미는 무수하다. 개인 통산 16번째 결승, 한 시즌 4연속 결승 진출, LPBA 최초 4연승, 프로 통산 11승, 개인 투어 24연승.
직전 PBA-LPBA 통합 최다 연승은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지난 21-22시즌 세운 23연승이지만 김가영은 이 우승으로 최다 기록마저 깨버렸다.
이 날 김가영은 1, 2세트를 김민영에게 내주고 정처없이 흔들리며 시작했다. 3세트를 11-0, 완봉승으로 한번 반격했지만 4세트를 다시 내줬다. 아무리 역전의 명수라지만 1-3을 단번에 뒤집는 기적을 또 연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김가영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김민영이 5세트에서 1~4이닝을 빈 손으로 물러나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상황을 뒤집었다. 그리고 기어이 경기를 풀세트 혈전으로 끌고가며 자신의 독주 무대를 꾸몄다.
경기 후 김가영은 "오늘은 정말 우승할 줄 몰랐다"며 "분명 4강까지는 컨디션이 좋았다. 초반에는 김민영이 잘 쳤고 반대로 나는 안 풀렸다. 정말, 정말 우승할 줄 몰랐다"고 멋쩍은 소감을 전했다.
이하 김가영 일문일답
-소감?
오늘은 정말 우승할 줄 몰랐다. 분명히 4강까지는 컨디션이 좋았는데… 초반에 김민영 선수가 잘 쳤다. 반대로 나는 잘 안 풀렸다. 정말, 정말 우승할 줄 몰랐다. 경기 내내 집중도 잘하지 못했다. 나도 (또 우승했다는 사실을) 못 믿겠다. 어떻게 계속 우승하는지 잘 모르겠다. 기분 좋은 얼떨떨함을 느낀다.
- 결승전 초반에 집중을 잘 못했던 이유?
경기 중반부까지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았다. 경직됐을 때나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굳는다. 스트로크도 평소와 달리 둔탁해진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왜 결승전만 되면 이럴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흔들렸다. 그런 생각을 털어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 김민영을 결승전서 상대한 소감은
김민영 선수가 위협적이었다. 초반에 뱅크샷을 굉장히 깔끔하게 처리했다. 팀리그에서도 김민영 선수를 만나왔고, 얼마 전 열렸던 4차 투어(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2024 한가위) 4강에서도 상대했기 때문에 상대를 잘 알고 있었다. 기량이 많이 늘었고, 자신의 장단점을 아는 선수다. 노력도 많이 한다. 틈을 보이면 파고들어올 거라고 예측했다. 아니나다를까 내가 초반에 주춤하니까 강력한 공격력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후반에는 다소 긴장한 것 같다. 내가 경험에서 우위였기에 후반부에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 경기 종료 후 김민영의 손을 번쩍 들어줬는데
큰 의미는 없었다. 김민영 선수가 열심히 하는 게 보였다. 의도하거나 계획한 행동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 노력하는 게 예뻐 보였다. 김민영 선수가 첫 결승이어서 크게 아쉬울 것이다. 2등의 아픔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잘했고, 많이 성장했다. 나도 2등을 많이 했다. 2등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한다.
- 오늘 경기에서 고쳐야 한다고 느낀 점은
정말 많다. 매 경기 고칠 점을 느낀다. 결승전에서 유난히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부터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결승전에 임하는지 분석하겠다. 실력 부족인 것인지, 결승전에 심리적으로 문제를 보이는 건지 확인해야 한다. 또 스트로크, 테이블 파악 등 아쉬운 점은 늘 많다.
- PBA-LPBA 최다 연속 우승 동률(4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최다 우승(11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뛰어난 기록이 스스로를 자극하는지, 오히려 부담을 야기하는지?
기록에 관해서는 정말 별 생각 없다. 나도 내가 어떻게 기록을 세우는지 모르겠다.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많은 선수, 많은 사람이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노력에 비례한 보상을 얻지는 못한다. 내 운이 다소 좋은 것 같다. 나는 당구 실력을 더 늘리고 싶다. 더 늘릴 것이다. 지금 실력이 내 당구의 끝은 아니다. 몇 번 우승하고, 몇 연승을 하는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경기력에 관한 목표를 세운다. 24-25시즌에 애버리지를 높이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애버리지 1.3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크게 못 미친다. 애버리지 1.3이 정말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고 느낀다. 이번 시즌 안에 목표 애버리지를 달성하고 싶다.
사진=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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