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설경구VS장동건, 멜로 거장 허진호라 가능했던 서스펜스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기 보다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라고 되묻고 싶다. 멜로 거장 허진호 감독이 첫 서스펜스 작품 '보통의 가족'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 만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서스펜스물에선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세련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영화다. 네덜란드 국민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디너'를 원작 삼아 한국 영화로 탈바꿈했다.
'보통의 가족'은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과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분) 형제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재규의 아내인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김희애 분)과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지수(수현 분). 완벽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범죄자는 아니었던 평범한 네 사람은 아이들의 범죄로 급변한다.
"내 아이가 사람을 죽였다".
어느 부모에게도 섬뜩한 사건이 '보통의 가족'에서 네 부모 재완, 재규, 연경, 지수를 요동치게 만든다. 소위 '법꾸라지'로 불릴 만 한 위인이지만 마지막까지 죄책감을 간직하는 재완, 아들의 범죄를 경멸하지만 결국 '아빠'로서 참회하는 듯한 아들을 감싸려는 재규, 마찬가지로 엄마로서 아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싸는 연경, 친모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 걸음 뒤에서 합리적인 생각을 유지하는 듯한 지수. '보통의 가족'은 이들 네 부모의 사고방식과 변화를 통해 가족의 의미부터 사회적 문제까지 곱씹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네 부모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보여줬던 일상에서 아이들의 범죄 이후 전혀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재완, 재규 형제다. 차로 사람을 죽게 만든 망나니 재벌가 아들까지 변호했던 재완은 딸이 노숙자를 폭행해 죽게 만든 뒤에 참회는 커녕 반성의 기미도 안 보이는 모습에 죄책감을 느껴 자수를 결심한다. 반대로 형 재완을 비난하던 재규는 가장 먼저 아들의 자수를 시도하지만 끝내 실패한 뒤 재완과 대척점에 서고 만다.
이 가운데 허진호 감독 만의 섬세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재완은 타인의 범죄에 자신의 업무인 '변호'와 돈만 생각하던 그는 막상 자신과 관련 있는 자식의 죄에 강한 죄책감을 느끼고 남 모르게라도 배상을 시도하고, 조문을 가려는 행보를 보인다. 반면 재규는 아들의 처벌을 고심하지만 반성하는 기색에 쉽게 허물어지며 그의 도덕적 기준은 타인에게 엄격한 만큼 자신이나 가족들에겐 적용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재완의 최후와 재규의 마지막 선택은 파격을 넘어 경악에 가까운 결말로 치닫는다. 각각의 선택의 변화들이 쌓여 폭발한 결과, 멜로 거장 허진호 감독이기에 조금이라도 납득 가능한 마무리다. 기실 멜로라는 장르 만큼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풀어내고 몰입하게 해주는 장르가 또 있을까. 이를 통해 호평받았던 허진호 감독이기에 서스펜스에서도 감정 변주를 통한 파격적 결말을 유의미하게 풀어낸다.
결국 폭발하듯 몰아치는 네 인물의 감정선에서 영화는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를 본 당신은 재완, 재규 심지어 연경, 지수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정답은 없다. 오히려 영화가 끝난지 관객 개개인이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기 쉽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 '보통의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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