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과 첫 통화···“우크라 확전 말라”며 토지 문제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일 당선 직후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유럽에 배치된 미군의 존재를 상기시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통화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은 유럽 대륙에서의 ‘평화’라는 목표를 논의했으며,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관한 논의를 위해 조만간 후속 대화를 하는 데 관심을 표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이번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일부를 인정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는 신호를 주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토지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고 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조금 (영토를) 포기했어야 했다. 최악의 협상도 지금보다 나았을 것” 등 발언을 해 그가 우크라이나 쪽에 불리한 협상안을 구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최소 20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한 채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종전 구상으로 거론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6일 보도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평화에 대해 말하고,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려는 욕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며 종전협상과 관련한 트럼프 당선인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고, 그가 선거 운동 때 한 발언을 얼마나 지킬지도 알 수 없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 간 전화 통화에 대해 통보받았으며, 이에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은 오래전부터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외교적 해결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한 약 70명의 각국 정상과 통화했다고 NBC방송에 밝혔다. 다만 트럼프 인수팀은 아직 미국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를 위한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의 전화는 국무부나 미국 정부의 통역 지원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후 종전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주고받았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드론 145대가 전국 각지로 날아왔으며 대부분 격추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6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84대를 격추했으며 이 중 34대는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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