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리 아버지 회에 소주 한 잔이 낙인데”…떼죽음 당한 이 국민 생선, 어쩌나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2024. 11. 1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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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최대 광어 양식장 가보니
추석까지 이어진 긴 무더위로
광어 양식장 30% 폐업 직전
올봄 1kg당 1.5만원 산지가
내년 봄이면 2.7만원 될 전망
360g 광어회는 4~5만원 예고
이마트, “소비자 부담 줄이고자
3kg 大광어로 대폭 키워 출하”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국내 최대 광어 양식장 ‘행복한광어’ 내부.
지난 4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국내 최대 광어 양식장 ‘행복한광어’ 입구. ‘제주 어류 양식’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5톤 트럭 한 대가 들어오더니 죽은 광어들이 담긴 노란 플라스틱 박스 50여개를 직원들이 싣고 있다. 사체들에게서 비린내가 진동하는 가운데 아직 숨이 붙은 광어 한 마리가 ‘팔짝’ 뛰어 콘크리트 바닥에 곤두박질한다. 이를 지켜보던 오기수 행복한광어 대표가 말했다.

“저 놈도 곧 죽을 녀석이에요. 올 여름 무더위가 유난히 길었던지라 고(高)수온에 의해 매주 2톤에 달하는 광어들이 폐사했습니다. 지금 상황은 여름보단 낫지만 녹록지가 않아요. 광어가 다 죽어 산지(産地) 가격은 계속 치솟는데, 양식장은 팔 수 있는 광어가 태부족이니 폐업 직전인 곳이 수두룩합니다.” 오 대표는 6000평(1만 9835㎡)에 이르는 제주 최대 규모 광어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 여름 무더위가 추석 연휴까지 길어진 여파로 국내 최대 광어 산지인 제주도에 ‘초비상’이 걸렸다. 제주 내 광어 양식장마다 집단 폐사 쓰나미를 피해가지 못해 전체 업장의 30%가 폐업 직전에 내몰린 것이다. 양식장마다 광어들이 사라져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1kg당 1만5000원이던 산지 가격은 2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더 심각한 것은 내년 봄이면 1kg당 2만7000원까지 산지 가격 폭등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이마트 측은 기존 2kg대 광어에서 3kg대 대광어 양식에 방점을 찍고 비용 효율을 높여 ‘광어 대란’에 대비하려 하지만,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접하게 될 광어회 폭등은 막기 어려워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강순창 이마트 생선회 바이어는 “산지 가격이 이정도로 오르면 올 봄 2만 4000원가량이었던 260g 광어회와 3만 5000원가량이었던 360g 광어회 소비자 가격이 각각 3만원, 4만원 이상으로 급등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1kg 광어회 소비자 가격은 최소 11만원이 넘게 된다. 강 바이어는 “이것도 이마트가 내년에 마진 할인으로 최대한 가격 상승을 억눌렀을 때의 전망치”라며 “일반 소매 시장이나 다른 마트에선 이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제주도에서는 국내 광어 물량의 60%가량을 소화하고 있다. 완도가 35%, 나머지 지방이 5% 수준이다. 지난해 광어 출하량은 총 3만 7246톤으로 제주가 2만 2855톤(61.4%)을 차지했으나, 올해 1~9월 광어 출하량은 2만 8866톤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1만 5237톤에 불과한 제주 물량 급감이 주된 원인이다. 공급이 급감하니 가격이 치솟는 것이다. 오 대표는 “연말까지 최대한 양식을 해도 2만톤 초반대가 한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여름 광어가 집단 폐사한 것은 해수(海水)를 끌어다 쓰는 광어 양식업 특성에 기인한다. 통상 광어를 양식할 수 있는 적정 수온은 21~24도다. 수온이 26도로 올라가면 광어가 사료를 먹지 않고, 29도부터는 죽는다. 올해는 추석 연휴 후에도 수온이 내려가지 않아 집단 폐사가 불가피했다.

강문호 제주어류양식수협 경제상무는 “제주도에 광어양식장이 약 360곳 있는데, 이중 전기요금조차 내지 못해 사실상 ‘파산 상태’인 양식장만 100곳이 넘는다”면서 “광어 가격이 올라가면 양식업자들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상은 다수의 양식업자들이 거리에 나앉기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날 이마트는 제주에서 양식장 3곳을 운영, 20곳을 관리하는 오 대표와 제주어류양식수협 강 경제상무, 이마트 강 바이어 등과 모여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했다.

내년 봄께 폭등이 예정된 광어 가격을 조금이라도 안정화하기 위해 3kg급 ‘대광어’ 양식에 사활을 걸자는 게 회의 내용의 골자였다. 기존에 제주 23곳의 양식업장은 주로 2kg 안팎 광어를 이마트에 공급해왔다.

강 바이어는 “광어를 3kg대까지 키워 소비자에게 팔면 내년에 광어값이 폭등하는 것을 약간은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kg 광어를 2kg으로 키우는 데 6개월이 소요되지만, 2kg 광어를 3kg 대광어로 키우는 데 3.5개월 걸리기 때문에 비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나머지 마트, 소매 시장 전체를 감안한 광어값 폭등은 다가올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내년에도 무더위가 지속되면 폐사 양식장이 속출해 국산 광어를 보기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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