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35% 어닝쇼크… 코스피 성적 부진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국내 상장사 3곳 중 1곳이 3분기 어닝 쇼크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내 주력 기업들이 줄줄이 부진하면서 코스피 수익률도 주요 20개국(G20) 중 최하위권의 성적을 거뒀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치(컨센서스)를 낸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지난 7일까지 3분기 연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65곳이며, 이 중 102곳(61.8%)은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 낮거나 적자 전환, 또는 적자가 확대됐다. 특히 전망치를 10% 이상 하회한 기업도 집계 대상 상장사의 34.6%인 57곳에 달했다.
발표 실적과 전망치의 괴리가 가장 큰 상장사는 코스닥 상장사 심텍이다. 증권사들은 3분기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5억원에 불과해 괴리율이 -95.9%였다. 심텍은 반도체 및 통신기기용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레거시 메모리’의 한계”라며 “지난 8월 중순 이후로 고객사의 주문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연말 재고조정 및 1분기 계절적 비수기를 고려해도 당초 예상보다 쉽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834억원을 기록, 증권사 전망치 10조7717억원보다 14.7% 적었다. 반도체 부분의 부진이 이어진 탓으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공개적으로 사과문도 발표했다. 이외에 원익머트리얼즈(-33.7%), 해성디에스(-42.4%) 등 반도체 및 관련 장비 관련 다수 업종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도 부진했다. 187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던 포스코퓨처엠은 14억원에 그쳐 괴리율이 -92.7%로 나타났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적자가 확대됐고,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전망치를 4.5%, 5.0% 밑돌았다.
현대차(-7.5%), 기아(-7.4%)도 어닝 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기대를 하회했다.
OCI홀딩스(-77.3%), CJ ENM(-66.2%), 한화오션(-54.8%), HD현대(-50.2%), LG이노텍(-49.4%) 등도 시장의 눈높이에 크게 못 미쳤다.
3분기 시장 전망을 웃돈 실적을 낸 상장사는 63곳(38.2%)으로, 이 중 36곳이 전망치를 10% 이상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컨센서스(4억원)를 15배 가까이 상회한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의 낮은 실적치는 증시 발목을 잡았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2561.15로 블랙 먼데이 직전인 8월2일과 비교하면 7.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20개국(G20)의 주요 증시 지수 수익률과 비교하면 러시아(-19.83%), 튀르키예(-17.2%)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낙폭이다. 반면 미국(9.7%)과 캐나다(9.3%), 독일(6.6%), 일본(3.6%), 이탈리아(3.0%), 호주(2.5%) 등의 증시는 블랙 먼데이 이후 뚜렷한 우상향 추세다. 멕시코(-0.2%)와 인도네시아(-0.5%), 영국(-2.5%), 인도(-2.9%) 등은 코스피와 견주면 하락폭은 작은 편이다.
미국 중심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으로 상징되는 미 대선의 후폭풍은 향후 우리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우리 증시는) 상대적인 언더퍼폼(낮은 수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부양·압박 순서, 중국의 대응 부양책 등이 증시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일 1억1000만원을 넘어서며 국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더리움 등 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자산인 알트코인으로도 가격 상승세가 확산 중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한층 커진 결과로 보인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1억1037만원을 찍었다. 업비트에서 이전 최고가 기록은 지난 3월14일 기록한 1억500만원이었는데, 약 8개월 만에 넘어선 셈이다. 전날 오전 1억500만원을 넘어서더니 이날 오후에는 1억1000만원 돌파에도 성공했다.
지난 3월 당시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경신했을 당시에는 국내외 비트코인 가격 차인 일명 ‘김치프리미엄’이 10%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김치프리미엄은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0.8%를 찍고 있어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싼 상황이다. 비트코인 해외 가격은 같은 시간 기준 7만9771달러로 8만달러에 육박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김치프리미엄은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사고 싶다는 수요가 수치로 나타난 것으로, (마이너스인 상황은) 국내에선 아직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김치프리미엄은 ‘거품’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아직 비트코인의 상승 여력이 크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비트코인에 비해 상승세가 약했던 알트코인은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인다.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 5일 329만원에 머물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계기로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445만2000원까지 35.3% 급등했다. 솔라나와 도지코인의 가격도 각각 34%, 52% 급등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더리움 생태계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광범위한 규제 위협이 있었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SEC 기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한 시장이 관심을 다시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주요은행에서 판매된 골드바(금괴)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미 달러 예금 잔액도 최대 규모를 찍으면서 ‘안전자산’에 시중 자금이 대거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골드바 판매액은 259억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고였던 지난 8월 208억원을 경신한 수치다.
국제 금 시세에 따라 예금처럼 투자하는 골드뱅킹 잔액도 치솟았다. 골드뱅킹을 운영 중인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달 잔액은 7773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 5일(현지시간) 미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금 투자 열풍은 다소 진정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화에도 투자가 몰렸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9월 말 638억9600만달러로, 2023년 1월 말(680억5200만달러) 이후 1년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지난달 말엔 환율 상승에 603억2200만달러로 줄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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