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의존하던 반도체용 효소 '국산화'…TSMC도 사 갔다
고분자 유기 화합물인 효소는 산화 및 환원, 전이, 가수분해, 합성 등 다양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촉매제로 식품·세제·섬유·화학·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쓰인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효소 시장규모는 2027년 92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에선 재조합 유전자 발현기술 등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효소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된 반면 우리는 고전해왔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데다 손쉽게 수입해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R&D(연구개발) 투자가 많지 않았고 관련 전문기업이 나오거나 성장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산업용 특수 효소로 락타아제, 리파아제, 카탈라아제 등이 있다. 특히 락타아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미국,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제노포커스의 락타아제는 면역증강물질이자 프리바이오틱스의 일종인 갈락토올리고당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 갈락토올리고당은 모유의 올리고당과 구조와 기능이 유사하기 때문에 분유 원료로 활용된다.
카탈라아제는 폐수 내 과산화수소를 제거할 수 있다. 주로 반도체·섬유 공정에서 쓴다. 김 대표는 "해외에 전량 의존하던 카탈라제를 국산화해 TSMC 등 국내외 주요 반도체 공정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소재도 개발한다. 우선 SOD는 활성산소를 분해하는 효소다. 장 염증 완화와 함께 습성 황반변성과 같은 안질환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혈전을 실타래처럼 둘러싸고 있는 피브린을 분해해 뭉쳐 있는 혈전을 풀어주는 나토키나제도 생산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 판매량 1위 제품이다.
이밖에 기존 화학적 생산법이 아닌 미생물을 이용해 화장품 원료인 바이오 레티놀도 생산한다. 김 대표는 "미생물을 활용하면 화학적인 유독 원료나 고온, 고압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친환경적으로 레티놀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 K2는 혈액 내에 있는 칼슘이 혈관에 쌓여 석회화되지 않고 뼈로 흡수될 수 있게 도와주는 영양소다. 칼슘이 뼈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오스테오칼신을 활성화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개선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찾는 곳이 많다. 해외에선 오래 전부터 비타민K2에 대한 효능, 안전성이 입증돼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는 올해 3월 비타민K2가 건기식 원료로 인정돼 관련 제품이 하반기부터 출시되고 있다.
김 대표는 "비타민K2를 연구할 시점에 해외에선 세상을 바꿀 '넥스트 빅씽'(Next Big Thing)이라 불릴 정도로 한 창 뜰 때였고, 한국에선 뭔지 모를 때였다"고 회상했다. 국내에선 아직 비타민K2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여서 시장 자체가 없던 탓에 수출 밖에 답이 없었다. 김 대표는 "당시에 조직도 작았을 뿐더러 오직 기술 뿐이었으므로 시장에 어떻게 접근해 팔아야 할지 몰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KISTI는 데이터 기반 기술 사업화 분석 플랫폼인 '스마트K2C'를 통해 품질·기능·가격 부문에서 해외시장을 종합 분석한 뒤 제노포커스 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검증, 이에 맞는 판촉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일반 비타민K2는 지용성 성질로 일반 음료, 우유 등에 적용하기 어려웠으나 제노포커스의 비타민K2는 미세캡슐화를 통해 음료, 유제품 등 일반 식품에 적용이 가능하다. 이런 이점을 강조한 평가결과지는 국제적 공신력을 확보한 일종의 레퍼런스로 통용됐는 데 약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유럽 건기식 원료 전문 유통사와의 계약을 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제노포커스는 최근 바이오기업 HLB그룹에 인수됐다. 이를 통해 제노포커스는 약 7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는 물론 새롭게 추진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임상을 실행할 자금도 마련하게 됐다.
김 대표는 앞으로 HLB제노포커스의 CEO(최고경영자)로 기존 사업 전반에 대한 경영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HLB의 신약개발 임상 경험과 라이센싱 아웃 관련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노인성 황반변성 관련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있어 임상 진행 속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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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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