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구 감소’ 시대…‘저출산’은 한국만의 문제일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 11. 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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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출산율 2.1명 이하…소득 수준 관계없는 동일한 현상
사회.경제 시스템 재편 급선무…원인 찾다간 시간만 허비할 뿐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다. 많은 이가 저출산 이유에 대해 다양한 원인을 제시한다. 처음 문제로 대두됐던 2000년대 초반 저출산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 것은 열악한 보육환경이었다. 맞벌이 확대에도 제대로 된 보육환경이 제공되지 않아 출산을 포기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서는 자체 보육시설 확보가 의무화됐고, 육아휴직 및 각종 지원 제도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하지만 출산율은 더욱 낮아졌다. 2010년대 후반에는 높은 주택 가격이 저출산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파트에 익숙한 세대가 결혼 후 아파트에 입주하기에는 경제적 장벽이 너무 높아 출산을 포기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비롯한 주택 공급 우선 정책이 나왔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 대해서는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는 제도까지 만들어졌다. 이런 노력에도 출산율은 계속 하락했다. 급기야 대한민국이 살기 좋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출산을 포기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대한민국 책임론이라 부를 만한 주장이었다.

하지만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저출산은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1300년대 흑사병 대유행으로 인한 인구 감소 이래 처음으로 전 지구적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흑사병 대유행 이후 세계 인구는 20배 증가했고, 20세기에 4배로 인구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인구 감소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세계적인 저출산과 인구 감소의 원인은 아이를 원하는 욕구의 감소에 있다. 수많은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조사를 해왔지만 결론은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0월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교도 막지 못한 저출산 현상

사실 인구 감소 이전에 출생률 하락이 먼저 찾아왔다. 1960년대 인구 폭발 이후 세계 출산율은 급락했다. 2015년 전 세계 출산율은 1965년의 절반에 불과했다. 여성 1인당 2.1명의 출산율이 인구 현상유지를 위한 기준인데,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2.1명 이하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동아시아의 경우 2022년 기준 한국, 일본, 중국, 대만에서 인구 감소가 나타났다. 동남아시아 역시 2018년 이후 2.1명 이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의 출산율도 2022년부터 2.1명 이하로 낮아졌다. 필리핀, 미얀마, 태국 모두 같은 상황이다. 남아시아의 인도, 네팔, 스리랑카 모두 2.1명 이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도시 지역의 경우 출산율 하락은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는데 인도 콜카타의 경우 2021년 합계출산율이 1명을 기록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도 출산율은 급락하고 있다. 쿠바와 칠레는 1.1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멕시코시티 등 에서 지역 대도시 출산율은 1명 미만으로 낮아졌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통해 저출산을 피해갈 것으로 예상되었던 중동과 북아프리카도 상황은 비슷하다.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은 1.2명 이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란 역시 비슷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저출산의 원조로 여겨지는 유럽에선 2023년 370만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이는 1964년의 680만 명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대다수 유럽 국가는 역사상 최저 신생아 출산을 기록하고 있다. 복지정책이 잘 갖춰진 북유럽 국가들도 출산율이 급락하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비교적 높은 출산율(1.6명)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도 점차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대량의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급격한 인구 감소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미국 역시 결국 인구 감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은 사하라 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지역이다. 이 지역 인구는 12억 명이고, 현재 합계출산율은 4.3명을 기록하고 있다. 210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아프리카에 거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출산율은 1970년대 후반 6.8명과 비교하면 많이 낮아진 수준이며, 그 감소 속도는 가파르다.

일반적으로 출산율 감소는 경제적 발전과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로 인한 결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선진국의 경우 출산율이 낮고 개도국은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출산 경향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빈곤국인 네팔과 미얀마 등도 2명 이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 가운데 하나는 결혼 회피다. 내가 중요하고,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출산과 양육에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결혼-출산-육아'는 이제 여성에게 인생을 망치는 리스크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를 회피하는 것이 현명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2023년 12월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새 시대에 대한 적응 따라 기회도 열린다

주변에서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학습 기회가 드물어지는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드물어질수록 결혼과 출산이 더욱 가파르게 감소하는 것이다. 결국 저출산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며 현재까지 알려진 어떤 정책적 수단도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극복 대상이 아니라면 우리의 과제는 인구 감소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된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전제로 한 연금제도는 폐기돼야 하며, 경제성장도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갈등을 겪고 난 후 세계는 더 적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체제로 개편될 것이다. 한정된 인구를 더 잘 교육시키고, 그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이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가 살아남을 것이다. 당연히 인구 부족을 상쇄하기 위한 이민의 문은 더욱 넓어질 것이고, 이민자들을 빠르게 동화시킬 수 있는 국가가 유리해질 것은 분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고, 조만간 급속한 인구 감소를 경험하게 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비하와 자책을 멈추고 사회·경제 시스템을 재편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면 우리의 경험은 다른 곳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잊고 현실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의 원인과 책임자를 찾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간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걷고, 길을 찾을 임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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