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국고보조금 부활시켜야"… 강윤근 협회장이 꿈꾸는 미래
코나솔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강소기업이다. 세계에서 단 2곳만이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고성능 HIP(열간등방가압·Hot Isostatic Press)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금속나노분말 소재업체다. 2021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표 기업으로 선정했다.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탄화티타늄합금강이 대표적이다. 코나솔은 녹는점이 1000℃ 이상인 철, 티타늄 등 금속복합소재를 나노미터 단위로 배합한 뒤 HIP를 이용해 탄화티타늄합금강을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코나솔의 탄화티타늄합금강은 99.9%의 고순도 제품으로 압연롤로 가공돼 포스코, 현대제철을 비롯한 전 세계 140개사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극한공정장비생산업체 에너진과 함께 최고압력 200MPa(메가파스칼), 최고온도 2000℃를 견딜 수 있는 HIP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해당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미국의 에이아이피, 일본의 코벨코 등 2곳이 전부였기 때문에 한국 산업계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철강부터 세라믹까지 모든 소재를 가공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사양을 자랑한다. 완결성, 치밀함으로 우주·방산분야에서도 수요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코나솔은 스퍼터링(Sputtering) 공정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스퍼터링은 기판에 재료나 금속을 얇게 도포하는 공정을 일컫는데 현재처럼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필요한 기술이다. 코나솔은 국내 주요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1차 벤더(협력업체)로서 스퍼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 원자력기업 오라노와 협력을 통해 중성자 흡수플레이트 양산에도 성공했다. 코나솔은 2030년 매출액 3000억원, 시가총액 3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코나솔의 이런 성장세는 2022년 6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이후 가팔라졌다. 기술 잠재력에 자본시장의 백업이 더해졌고 해외기업들과의 계약 과정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정규시장 상장기업이라는 인지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게 강윤근 코나솔 회장의 말이다. 올해 6월 제4대 코넥스 협회장에 취임한 강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코나솔의 성장세에 코넥스 상장효과도 보탬이 됐는지.
▶코넥스시장이 2013년 7월 개설된 이후 올해 10월까지 300여개사가 상장했고, 이 가운데 100여개사가 코스닥에 이전상장했습니다. 우리 회사도 코넥스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지방의 그저 그런 대기업 2차 벤더로 끝났을 것이란 생각을 종종 합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주어진 시간 내에 차별화된 성과를 보이려면 코넥스시장에 들어오기를 권합니다. 코넥스만큼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환경이 조성된 곳이 없습니다. 다른 코넥스 기업들을 만나면서 자극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효과도 큽니다.
-최근 코넥스 시장이 다소 침체된 분위기입니다.
▶동감합니다. 올해 코넥스 신규상장 3사, 이전상장 3사에 그쳐 최근 2년에 비해 다소 활력이 떨어졌습니다. 현재처럼 100여개 남짓한 회원사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입니다. 중소기업이 국내에 약 70만개 있다고 가정하고 이 중 1%인 7000개사만 상장해 있어도 코넥스 시장이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큽니다. 신임 협회장으로서 현실 앞에서 걱정이 우선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에 부담도 큽니다. 그럼에도 협회장으로서 회원사들의 저력을 믿고 코넥스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시장의 규모가 작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비상장 기업이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코스닥으로 직상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인기 업종이거나 고밸류에이션 기업이 코스닥 상장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인식도 코넥스 스타기업 배출이 어려워진 이유입니다. 코넥스 인지도도 올려야 합니다. 지역 기업인이나 정치인을 만나면 코넥스시장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케이스의 동기유인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코넥스는 중소·벤처기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꼬마집단이라는 인식도 있는 거 같고 국가보조금도 사라지면서 자부심도 많이 쇠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부분이 있을까요?
▶코넥스에 상장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쉬워질 수 있도록 개선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코넥스 기업들은 소액공모(유상증자) 한도만 증액해 줘도 큰 도움이 됩니다. 금액을 최소 30억원 정도로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모를 하는 경우는 증권신고서 등을 작성해야 하는데 코넥스 상장기업의 경우 최대 10억원까지는 증권신고서 없이도 증자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도금액이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겁니다.
10억원이라는 금액은 좀비기업이라 불리는 한계기업이 급하게 자금을 조달할 때 받을 수 있는 금액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10억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는 코넥스 상장사를 한계기업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금액을 늘림으로써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겠지만 이는 세부적으로 보완을 하면 되는 사안입니다.
-제도적 지원이 많은 중견기업연합회에서 활동하신 걸로 압니다. 코넥스에 참고할 부분이 있는지.
▶화승R&A에서 일하며 중견기업연합회에 몸담았던 시절 중견기업특별법이 만들어지는데 공헌한 적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중견기업연합회는 회원사수가 400개사 정도에 그쳤습니다. 당시에는 중소기업법과 대기업법 두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혜택보다 규제가 급증하다 보니 피터팬증후군(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장을 꺼리는 현상)처럼 중소기업들이 안 크려고 하는 겁니다.
하지만 중견기업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규제가 줄어드니 중견기업이 급증했습니다. 연합회 회원수는 지난해 연말 기준 5800여개사를 돌파해 국내 GDP(국내총생산) 15%, 고용의 13%를 담당할 정도로 커졌고 연합회가 경제6단체로 자리매김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코넥스협회는 가장 크게 성공한 중견기업연합회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코넥스기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살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 정부, 산업, 학계가 모두 한뜻으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령도 제정돼야 합니다. 협회에서는 VC파트너스데이, 합동 IR(기업설명회) 등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회차원에서 하는 일 외에도 거래소나 유관기관들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법 제정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당국이나 거래소가 곧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현 규정 체제에서 본다면 이전상장 혜택이 있습니다. 코넥스 기업이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할 경우, 코스닥으로 직상장하는 기업보다 가점을 주는 것이지요. 올해 들어 폐지된 코넥스 상장 국고보조금도 다시 부활했으면 합니다. 금액이 6230만원으로 크지 않아 협회장 욕심으로는 2억원 정도로 상향됐으면 하지만 금액을 떠나 보조금이 주어지는 건 국가에서 인정한 기업이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격려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코넥스 기업들의 가치평가 문제도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코넥스는 거래량이 부진한 편인데, 이 때문에 주가도 낮게 형성됩니다. 문제는 기업이 자금조달에 나설 경우 주가를 토대로 발행가격(유상증자 등의 경우)이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주가의 신뢰성이 낮은 경우는 별도의 발행가 산정방법을 도입하는 게 방법일 것 같습니다. 거래량이 부진하면 기업과 VC(벤처캐피탈) 간에 발행가를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합니다. 결국 코넥스 기업들이 투자유치 협상에서 불리해집니다. 주식 거래량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비상장기업 가격책정 방식을 따르는 등 가격정책이 코넥스 기업에 친화적이었으면 합니다.
-코넥스 상장을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중소·벤처기업들이 경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코넥스시장에서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새로운 사업기회도 창출된다고 봅니다. 코나솔도 코넥스 상장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철강 관련 제품에 집중해 왔지만 상장 이후 자본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부품회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회사와의 계약과정에서 거래소의 정규시장에 상장됐다는 점이 신뢰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을 줬습니다. 코넥스는 성장사다리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대담=반준환 증권부장 abcd@mt.co.kr 정리=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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