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입 의혹 둘러싼 명태균의 25시간 변명 [명태균이라는 스모킹건 ②]

특별취재팀/주진우 편집위원, 김은지·문상현·주하은 기자 2024. 11. 1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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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개입 의혹은 ‘명태균 게이트’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25시간 동안 진행된 대화에서, 명태균씨는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의 변명을 날것에 가깝게 정리했다.

명태균씨의 말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윤석열 정부 의혹의 스모킹건’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 간접 정황들을 못 박아 확인시켜주는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가 10월31일 공개되었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의 수많은 ‘공적’ 대화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다고, 명씨는 호언한다. ‘명태균 게이트’의 본론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시사IN〉은 명태균씨의 주장 중 핵심이 되는 말을 추렸다. 9월29일 명씨와 최초로 인터뷰하고 이후에도 25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주진우 〈시사IN〉 편집위원과 협업 특별취재팀을 꾸렸다. 그 첫걸음으로, 명씨로부터 시작된 의혹의 핵심 두 갈래에 집중했다. ‘공천개입 의혹’ 그리고 ‘여론조사 조작 의혹’. 명씨의 말을 최대한 날것 그대로 살렸다. 앞뒤 상황과 그의 주장과 배치되는 맥락을 해석으로 붙였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국민의힘 김영선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022년 5월1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최윤덕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은 ‘명태균 게이트’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온갖 의혹 중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제시된 사안이기도 하다. 10월31일 공개된, 17초짜리 음성파일에 담긴 자신의 목소리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공천개입 의혹은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청탁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천개입 의혹은 두 차례 선거에 걸쳐 있다. 우선 2022년 6월1일 재보궐 선거다. 비례대표 및 경기 고양일산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선 전 의원은 연고가 없던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돼 당선됐다. 과거 명태균씨의 측근이자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이었던 강혜경씨는 이 공천이 ‘여론조사 대가’라고 주장한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여론조사를 조작했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공천개입 의혹은 지난 4월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발생했다.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김영선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컷오프를 당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명태균씨는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그런데 명씨의 구상과 달리 김영선 전 의원은 김해갑 지역구에서 단수공천을 받는 데 실패했다. 계획이 틀어지자 명태균씨는 다시 김건희 여사를 찾았다. 명씨는 “중진들이 험지에 가면 단수공천을 주듯이 김영선 전 의원에게도 단수공천을 달라”는 취지로 김 여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자신을 둘러싼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명태균씨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도움을 청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문제가 아닌지 묻는 질문엔 말을 돌렸다. 때로는 ‘무엇이 문제냐’며 오히려 따져 묻기도 했다. 9월29일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주진우 편집위원과 명태균씨 사이 대화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여사님은 다 도와줬어요”

주진우: 처음에 재보궐에서 김영선이 공천을 받은 것 자체가 힘 써주신 거잖아요.

명태균: 뭘 힘을 써. 다 힘썼지. 내가 볼 때는 김영선한테 조상의 덕으로 된 거라고 생각하라 했지. 건진법사가 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천공이 도와줬다고 생각하지 말고. (···) 내가 무슨 공천권이 있어, 뭐가 있어? 재보궐 선거의 공천 기준이 벌써 발표 다 됐잖아요. (···) 룰이 다 정해져 있는데 내가 미리 알았다? 당연히 미리 알지. 룰이 정해지면 누가 이길지 다 아는 사람이 나인데. 그 룰을 누가 짰어요? 윤상현하고 공관위(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짠 거 아니야.

주진우: 그런데 그때 공천은 ‘여사님이 도와줬다’ 이런 기사도 나왔잖아. 보셨잖아요.

명태균: 여사님이 도와줘? 여사님은 다 도와줬어요. (···) 그 룰이 잘못된 게 있어요? 단 한 개라도? 그리고 여사님은 당연히 대선 때 도움을 다 받았는데 다 잘 되게끔 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하늘 같은 거 아니야?

-9월29일 대화

9월29일 명태균씨를 인터뷰 하고 있는 주진우 편집위원. ⓒ주기자LIVE 갈무리

이날(9월29일) 대화 당시는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명태균씨는 ‘김건희 여사의 도움은 절대 없었다’라고 반박하지는 않았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다 힘썼다” “여사님은 다 도와줬다”라고 말하며 공천개입 의혹 자체를 희석시키려 시도했다.

동시에 명태균씨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이 ‘시스템 공천’이었다고 주장한다. 윤상현 당시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공천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명태균씨가 말한 기준은 총 세 가지다. 대선에 공을 많이 세운 사람과 여성을 우선하고,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사람은 배제하는 것이다. 이 규칙을 적용한다면 김영선 의원이 공천될 것을 충분히 미리 알 수 있었다고, 명씨는 말한다.

그러나 그동안 명태균씨가 강혜경씨에게 한 말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공천을 약속받았다고 강씨에게 과시했다. 공천 결과가 발표되기 8일 전인 2022년 5월2일, 명씨는 강씨에게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말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했다).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했다. “하여튼 입조심해야 된다. 알면은 난리 뒤집어진다”라며 보안을 요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살구나무가 있다고 구라 쳐서 그 산을 넘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주진우: 박사님, 그런데 근데 저기 여사님 선물(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그런 녹취가 나오니까 지금 계속 사람들이.

명태균: 창원에 5개 구가 있어요. 근데 그때(2021~2022년) 마산고등학교가 창원시장을 앉히려고 난리가 났거든요. 그래서 윤한홍(국민의힘 의원)이가 밀어서 홍남표(현 창원시장)가 됐다고 소문이 다 자자했어요. 같은 다 마산고등학교거든요. 창원시장 경선이 끝나서 후보가 됐어요. 홍남표씨가. 그러면 그때 어떻게 됐냐면은 5개 구에서 홍남표 시장을 위해서 뛰었던 각 지역 사무실이 있을 거 아니에요? 여기 창원이 서울특별시보다 더 커요. 면적이. 그러면 그 조직들이 다 어디로 갔겠어요? 마산고등학교 30회, 저기 39회인가 그럴 건데 김종양(당시 국민의힘 소속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재보궐 선거 출마 준비) 거기(캠프)로 싹 쏟아져 들어온 거예요. 5개 구에서 싹 다 의창으로. 그러면 김영선이는 상태가 어떻겠어요? 지금.

주진우: 안 좋죠.

명태균: 거기 학교도 안 나오고 친인척도 없고 김종양은 북면이 자기 고향이에요. 그러면 그(김영선) 밑에 있는 애(강혜경씨) 다독거리면서 ‘저 산을 넘으면 살구나무가 있다’라고 구라를 쳐서 그 산을 넘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입에 침이 돋게 해서? 기본적인 병법을 알아요? 그래서 얘기한 거 갖고 뭘 그래요? 아니 그러면 내가 그렇게 구라 친, 이렇게 좀 허풍을 좀 떨고 한 애가 강혜경 말고 다른 사람 있어요? 걔가 너무 그때는 고생을 많이 했거든. 내 직원일 때 사고 친 적이 없어.

-10월29일 전화 통화

강혜경 씨가 10월21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공천 선물’ 보도가 이뤄지고 난 10월29일, 명태균씨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구라(거짓말)’라고 말했다. 김영선 전 의원이 불리한 형국에서, 김 전 의원을 위해 뛰는 강혜경씨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허풍을 쳤다고 변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허풍’으로 취급하기엔 이미 이를 반박하는 많은 증거들이 나와 있다. 심지어 당사자인 김영선 전 의원 역시 자신이 명태균씨의 도움으로 공천을 받았다고 이해했다. 2023년 5월2일 김영선 전 의원과 통화에서 강혜경씨는 “본부장님(명태균씨)은 우리가 대선 여론조사 이래저래 해가지고 의원님(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명 본부장이 (여론조사를) 해서 내가 도움을 받을 그런 영향을 받은 거는 맞지만 그거는 내가 그냥 도움받은 걸로 감사해야 되지”라고 답했다.

그리고 10월31일, 마침내 ‘스모킹건’이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공천에 개입했다는 뉘앙스를 담은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을 공개했다.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둔 2022년 5월9일 명태균씨와의 통화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언으로만 알려져온 공천개입 정황이 윤 대통령의 육성을 통해 드러난 순간이었다.

뒤이어 공개된 명태균씨의 ‘해설’은 윤석열 대통령이 명씨에게 직접 전화한 이유를 가늠하게 한다. 명씨가 제3자와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45초 분량 녹취에서 명씨는 이렇게 말한다. “지 마누라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님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이렇게 아침에 이래 놀라셔갖고 전화오게끔 만드는 이게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 처음에 무슨 말이 많은지 ‘나는 했는데, 나는 분명히 했다’라고 마누라한테 얘기하는 거야. (···) 마누라 앞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해 공천에 개입하게끔 했다는 이야기다.

■ “윤핵관들이 불편하니까 당무감사 꼴등 주고”

명태균: 저 사람들이, 윤핵관들이 불편하니까 (김영선을) 당무감사 꼴등 주고. 김영선이 왜 당무감사 꼴등이냐. 그런데 뭐 어떻게 여사가. 당무감사에서 (하위) 10%(인데). (···) 그거 어떻게 알았느냐, 컷오프를? (···) 그거는 장동혁(당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가 얘기한 거예요. 조해진이도 거기 가봐라. 소문이 안 좋다. (하위) 30%인지 10%인지 확인을 해봐라. 30%는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경선을 해봐요. 그런데 하위 10%는 무조건 컷오프래.

-9월29일 대화

제22대 총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은 다시 한번 창원의창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의 도전은 시작부터 수포로 돌아갔다.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결과를 받아 컷오프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명태균씨는 이 컷오프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명씨에 따르면, 윤핵관들은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 때부터 창원의창에 김영선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을 공천하려 시도했다. 미수에 그친 재보궐 선거 때와 달리, 지난 총선에서는 윤핵관들이 ‘김영선 밀어내기’에 성공했다고 명씨는 주장한다.

윤핵관에 대한 명태균씨의 적개심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명씨는 자신이 현재와 같은 곤경에 처하게 된 것 역시 윤핵관 탓이라고 말한다. 10월30일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명태균씨는 “윤핵관들이 여태까지, 경선부터 해서 대통령을 싸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핵관들이 자신을 견제했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대해선 “맞다. (윤핵관들이 나를) 음해하고 이간질한다”라고 답했다.

9월29일 주진우 편집위원과의 대화에서 명씨는 지난 2월18일 강혜경씨에게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라고 말한 배경을 설명한다.

명태균: 애들한테는 “여사가 전화 와서 컷오프(라고 했지)”. 컷오프는 그전에 벌써 봐서 (하위) 10% 됐고. 걔들(김영선 의원 보좌진)이 (김해로) 안 갈라(가려) 해. 안 갈라 하는데, 거기라도 가서 비벼봐야지. “여사가 전화 왔다” 저거를 그래야 걔들이 움직이지. 김영선이 가면 걔들이 김영선 따라서 “의원님 우리 못 갑니다” 하고. (···) 애들이 자기중심적이라. 나중에 내가 다 나와서 설명할 때가 있어요. 그럼 내가 다 깔 거야.

-9월29일 대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0월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은 장동혁 당시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통해 컷오프 소식을 확인했지만, ‘자기중심적’인 보좌진을 움직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재보궐 선거 당시 사기 진작을 위해 허풍을 쳤다는 것과 유사한 주장이다. 강혜경씨와 통화가 있었던 2월18일, 김영선 전 의원은 실제로 창원의창 지역구를 떠나 김해갑 출마를 선언했다.

■ “김영선이는 안 보냈겠어요? 나는 안 보냈겠어요?”

주진우: (텔레그램을) 본 걸 들었다는 거 아니에요?

명태균: 보여줘요, 내가? 텔레그램?

주진우: 네.

명태균: ‘나야 단수 주면 좋지. 기본 전략으로 경선이 돼야 합니다.’ 내가 끝없이 이야기하잖아요, 끝없이. (김해갑에) 단수 좀 주세요. 왜 중진들 험지에 가면 단수 주는데, 경선하라고 나오잖아요, 진짜. ‘단수 주면 좋지. 기본 전략 경선이 되어야 되고.’ 예? 내가 그 위에는 싹 다 빌어요. (···) 김영선 그 거(기) 가봐야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경선해서, 당원도 한 명도 안 됐는데 이깁니까? 또 보여줘요?

주진우: 네, 하나만 더 보여주세요.

명태균: 다 경선 얘기밖에 안 나오잖아요. (···) 단수, 단수 달라는 얘기밖에 없네. 여사가 안 된다는데. 자기가 힘이 없다는데. 봤지, 아까?

주진우: 근데 여사님하고 공천 얘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 아녜요?)

명태균: 공천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우리가 문자를 보냈어요. 김영선이가 억울하게 경선도 못 갔다. 김영선이는 안 보냈겠어요? 나는 안 보냈겠어요?

-9월29일 대화

‘윤핵관에게 밀렸다’라고 판단한 명태균씨가 기댈 곳은, 다시금 김건희 여사였다. 명태균씨는 김건희 여사에게 ‘단수공천을 달라’고 수차례 이야기했다. 창원의창 지역구에서 김영선 의원이 컷오프됐지만, 험지인 김해갑에 중진 의원이 도전장을 내민 만큼 ‘공평하게’ 단수공천을 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는 명태균씨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자신은 힘이 없다고 답했다. ‘권한이 없는 김건희 여사에게 공천 얘기를 한 게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명태균씨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공천 얘기를 한 게 아니다”라며 앞선 자신의 말과 모순된 입장을 내놓을 뿐이었다.

명태균: 여사는 “절대 내가 힘이 없다.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당에서 경선할 거면 경선할 수밖에 없다”. 나는 솔직한 얘기로 그때 너무 화가 났어요. 왜 화가 났냐? 내가 미션 준 것마다 안 한 게 있나. 나는 한동훈이 그렇게 하는지 몰랐어요. 왜냐면 안 봤잖아요. 몰랐다니까. 나중에 보니까 내가 마음속에 여사한테 너무 미안한 게. 안 되는 걸 계속 이렇게 해서. 나는 여사가 안 해준다 하는 줄 알았어요. 그게 너무 열이 받은 거예요. 그래서 준석이(한테) 얘기했어요. (···) “봐라. 여사가 이거 봐라, 이게 말이 되나?” 그때 (개혁신당) 당대표가 누구예요? 이준석이었거든. 다 알잖아.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일이 그렇게 시작된 거라고. 김영선이가 오라고 해서 준석이가 오겠어요? 내가 성이 너무 나니까 ‘어 이 대표’ 그래가지고 온 거예요. 그럼 우짤꼬? 그래서 개혁신당 얘기가 나온 거예요. 비례 1번이.

-9월29일 대화

김건희 여사의 거절에, 명태균씨는 화가 났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가 일부러 자신을 돕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설명하다 명태균씨는 ‘단수공천’ 요청이 일종의 ‘보상’ 요구였음을 이야기한다. “미션 준 것”을 자신은 다 했는데도 그에 대한 보답이 없자 화가 났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에게 화가 난 명태균씨는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표를 찾아간다. 이른바 ‘칠불사 회동’이 성사된 배경이다. 명씨는 이준석 대표가 김영선 전 의원의 요청으로 올 사람이 아니라며, 자신이 불렀기 때문이 ‘준석이’가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준석 의원의 주장은 명씨와 상반된다. 이 의원은 지난 9월20일 SNS에서 “5선 의원급이 뭔가 할 이야기가 있다는데 가서 만나는 게 어디가 이상하냐”라고 되물었다.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9월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마중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악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건희 여사(오른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도 함께 서 있다. ⓒ연합뉴스

■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보도가 쏟아지자, 대통령실은 10월8일 해명을 내놓았다. 대통령실은 “경선 막바지쯤 (···)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10월31일 민주당이 제시한 음성파일에 의해 정면으로 반박됐다.

민주당의 폭로 직후 대통령실은 새로운 입장을 내놓았다. 우선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선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관위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라던 과거 입장에 대해선 “당시 윤 당선인과 명태균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에게 한 말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육성 공개의 파장은 커지고 있다. 10월31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70여 명은 “민주주의 훼손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라며 시국선언을 내놓았고, 사회 각계 원로들이 모여 임기 단축 개헌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11월2일에는 대대적인 장외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가을부터 시작된 ‘명태균 게이트’ 의혹은 겨울까지, 2024년의 남은 기간을 뜨겁게 달굴 공산이 커졌다.

특별취재팀/주진우 편집위원, 김은지·문상현·주하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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