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도 즉시 발 뺐다···공모주 물량 떠안는 개미들 [시그널]

김남균 기자 2024. 11. 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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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일줄 모르는 공모주 한파
토모큐브·에이럭스 등 재무적투자자
유통 가능한 물량 대부분 팔아치워
기관 '팔자'에 상승 기대 접고 투매
코스닥 10곳 줄줄이 공모가 밑돌아
개미들만 '눈물'···"청약 신중해야"
[서울경제]

최근 새내기주의 상장일 주가 급락 국면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까지 보유 지분을 상장 당일 대거 팔아 치우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오랜 시간 투자해온 FI들도 주가 우상향 기대를 접고 투매에 나서면서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반등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벤처캐피탈(VC) 데일리파트너스는 의료 장비 기업 토모큐브(475960)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난 7일 펀드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토모큐브 주식 45만 358주를 장내 매도 했다. 이는 전체 상장 주식 수의 3.5% 수준으로 상장 당일 기관 순매도(141만 1311만 주) 물량의 31.9%를 차지했다. 토모큐브는 상장일 공모가(1만 6000원) 대비 37.1% 내린 1만 70원에 장을 마감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2021년 9월 토모큐브에 투자해 161만 7746주의 주식을 취득했다. 의무 보유 기간이 설정된 주식을 제외한 53만 9246주가 상장일부터 매도 가능했는데, 이 중 83.5%의 물량을 상장 당일 처분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FI가 상장 당일부터 보유 지분을 대량 매도하는 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FI들은 장내 매도, 블록딜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는데 해당 기업의 성장성을 믿고 장기간 투자를 해온 만큼 엑시트를 단계적으로 진행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토모큐브가 공모 당시 구주매출(기존 주주의 지분을 공모 과정에서 매각하는 것)을 계획하지 않은 것도 당시 FI들이 토모큐브의 미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FI의 상장일 대량 매도 사례는 이외에도 다수 발견됐다. 지난 1일 상장한 에이럭스(475580)의 FI이자 상장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은 에이럭스 보유 지분(48만 5000주) 중 유통 가능 물량인 33만 9500주를 상장일 전량 매도했다.

사모투자회사 에스지에이스도 지난달 25일 웨이비스(289930) 상장일 보유 지분(133만 1198주) 중 유통 가능 물량 39만 9359주를 전량 매도했다. 각각 전체 주식의 2.56%, 3.22%에 해당하는 물량이 매도되면서 상장일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달 22일 상장한 한켐(457370) 역시 FI인 SBI인베스트먼트(019550)(3.22%)와 산은캐피탈(7.24%)이 유통 가능 물량을 모두 장내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켐의 상장일 시초가는 3만 2500원이었지만 종가는 2만 2800원이었다.

수요예측에 참여해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은 기관투자가가 손실을 무릅쓰고 상장일 매도 행렬을 이어가는 가운데 FI의 투매 추세 역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년전 낮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한 FI 입장에서는 상장 후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팔 수 있는 지분을 최대한 빨리 처분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향후 의무보유 기간이 풀리는 시점마다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모주 시장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더본코리아(475560)마저 상장 후 3거래일 만에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 마감하면서 새내기주를 향한 투자 심리는 더 냉랭해졌다. 개인투자자들이 FI와 기관투자가들의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냈지만 코스닥 시장 기준 10개 종목이 연속으로 상장일 공모가보다 주가가 떨어짐에 따라 이들 대부분 평가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당분간 상장일 유통물량 비율이 높은 종목의 경우 청약을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며 “혹은 펀더멘탈 대비 주가 하락폭이 과도하게 컸던 종목 위주로 장내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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