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동창 채용하려 자격요건 바꿨다니… 이기흥 체육회장 등에 수사 의뢰
수뢰 대가로 직위 제공 의혹 등 11명 징계 요청
정부가 대한체육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부정채용과 금품수수, 횡령 등 각종 비위 혐의를 적발해 관련자 8명을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한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10일 지난 한 달간 진행한 대한체육회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단은 직원부정채용(업무방해), 물품후원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물품의 사적사용(횡령), 체육회 예산낭비(배임) 등의 비위혐의를 발견해 이기흥(사진)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회 간부와 직원 총 8명을 수사의뢰하고, 수사의뢰 대상자 7명을 포함한 총 11명에 대해 소관부처에 징계를 요청했다.
또한 체육회 고위간부가 회장의 승인하에 한 종목단체 회장으로부터 8000만원 상당의 물품 구매비용을 대납받고, 해당 인물에게 2024년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제공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 중 6300만원 상당을 회장실로 배정받아 휴대전화 14대(1700만원 상당) 등을 임의로 지인들에게 제공한 혐의도 드러났다. 또 타 부서 배정 후원물품 중 3500만원 상당의 신발과 선글라스를 회장실로 가져와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방문객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 회장은 체육회 직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회피할 목적으로 긴급성이 떨어지는 지방 일정을 진행했다고 점검단은 전했다.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이 회장은 98명으로 구성된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지인 5명을 포함시켰으며, 이들의 항공료(1인당 301만~336만원)를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점검단은 또한 대한체육회의 후원물품 관리 체계가 매우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점검단 관계자는 “체육회 임직원들의 비협조와 방해로 어려움이 있었으나, 주요 비위 혐의들을 확인했다”며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혐의가 명확히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감사 결과는 조만간 검찰에 이첩될 예정이며 문체부는 점검단의 통보를 받아 해당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대한체육회는 특별감사 결과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한체육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 회장을 비롯한 종목단체장들의 연임심사를 이틀 앞둔 시점에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불법적인 선거개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파리 올림픽 이후 3개월에 걸쳐 문체부, 국회 문체위 청문회와 국정감사, 국무조정실 현장 조사, 감사원 감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받아 체육회 구성원들은 피로감에 지쳐 있고, 일부 직원들은 공황상태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의 자료제출 요구에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비위혐의 모두에 대해 엄정한 재조사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점검단의 발표 내용은 이 회장의 대한체육회 3선의 최대 고비로 여겨진다.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으며, 체육회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거치면 3선도 도전할 수 있다.
관건은 이 회장 체제에서 선임된 스포츠 공정위원들이 이 사안을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판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수사 의뢰’라는 정부 조사단의 발표와 체육계 안팎의 비판에도 공정위원들이 이 회장의 3선 도전 길을 터주면, 이 회장은 걸림돌 없이 내년 1월에 열리는 차기 회장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다.
다만 문체부는 이 회장이 3선에 성공하더라도 회장 인준(승인)을 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못을 박았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과 체육회 간부들은 이 회장의 3선 도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으나 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는 노조의 행동이 선거 개입이자 공정성 훼손이라고 비판하는 등 현재 체육계는 분열 직전에 있다.
박지원·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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