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이탈리아 카판노리式 쓰레기 처리가 뭐기에… 서울시 vs 마포구 충돌
서울시와 마포구가 쓰레기 처리 방식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가 마포에 소각장을 추가 건립하려 하자 마포구가 반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카판노리처럼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소각장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게 마포구 주장이다.
◇伊 카판노리, 재활용과 1회 용품 줄이기로 쓰레기 최소화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난 5일 세계소각대안연맹(GAIA)과 공동 개최한 폐기물 소각 반대 포럼에서 “(서울시는) 소각장을 없애고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최소화) 정책을 펼치는 이탈리아 카판노리를 벤치마킹하길 바란다”고 했다.
카판노리는 인구 4만6000여 명의 작은 도시다. 시민들이 1990년대 후반 쓰레기 소각장 설립을 막았고, 2007년 제로 웨이스트 도시를 선언했다. 이어 2011년에는 재활용 센터를 만들었다. 시민들이 버린 옷, 신발, 장난감, 가구, 전자제품을 수거해 고친 뒤 다시 판매했다. 센터는 이듬해 물품 93t을 재활용했다. 현재는 목공 등 재활용에 도움되는 기술을 시민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카판노리는 또 우유 리필 스테이션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은 용기를 가져와 우유를 담아가 포장을 줄인다. 우유는 지역 농장에서 직접 공급받는데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아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카판노리는 천으로 만든 쇼핑백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학교 식당 등에서 일회용 수저 사용을 금지했다. 덕분에 카판노리의 1인당 잔류 폐기물 발생량은 2006년 340㎏에서 2011년 146㎏으로 57% 감소했다.
◇마포구, ‘페트병은 재활용’ ‘커피 찌꺼기는 퇴비로’
마포구는 작년부터 카판노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쓰레기 최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소각 제로 가게’에서 쓰레기 18종(비닐·유리병·종이·캔·플라스틱·의류 등)을 재활용 할 수 있게 해준다. 페트병을 압착할 수 있는 다용도 압축기와 폐(廢)스티로폼을 재생 원료로 바꾸는 설비 등을 갖췄다. 시민들은 여기에 쓰레기를 가져가면 1㎏당 10~600원을 받을 수 있다. 구는 현재 7곳인 소각 제로 가게를 33곳으로 늘리면 쓰레기를 연간 150t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포구는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 퇴비로 만들기도 한다. 커피 찌꺼기를 매립·소각하면 탄소가 배출돼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된다. 구는 올해 1~9월 커피 전문점 165곳에서 커피 찌꺼기 128t을 수거했다. 구내 1500여 곳 커피 전문점에서 하루 3.5㎏씩 커피 찌꺼기를 재할용하면 쓰레기를 연간 2000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포구는 올 3월 폐기물 감량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구민들이 자율적으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도록 동(洞)별 폐기물 발생량·감량 현황을 매월 구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올해 생활 폐기물을 1만t 줄이는 게 목표다.
◇서울시, 마포에 기존보다 큰 소각장 추진… 지역 주민들은 반대
반면 서울시는 쓰레기 소각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폐기물 관리법 시행 규칙 개정으로 2026년부터 생활 폐기물을 직매립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태운 뒤 남은 재만 묻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의 기존 쓰레기 소각장(하루 750t 처리)을 2035년 폐쇄하고, 바로 옆에 처리 용량을 늘린 소각장(1000t)을 새로 짓기로 했다. 소각장 근처엔 상암월드컵파크 아파트 단지 등이 있다.
서울시는 소각장을 새로 지어도 반경 10㎞ 이내에서 대기질, 악취, 온실가스 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환경·기후 변화 영향 평가에서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2) 다이옥신 등이 모두 기준을 만족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어 양측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소각장을 2035년 폐쇄할 줄 알고 불편을 참았는데 다시 짓는다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 입장이다. 시는 오는 12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주민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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