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급 정예 인력인데 성과급 걱정”… 뒤숭숭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직원들
비메모리 사업부서로 간 인력은 성과급 ‘뚝’
“내부서 불만 고조, 정예 인력 이탈 우려”
삼성전자가 반도체연구소의 최정예 연구 인력을 메모리사업부를 비롯해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 등으로 재배치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석·박사급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성과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인력의 경우 개별 사업부 실적과 관계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수령해 왔다. 하지만, 시스템LSI 사업부나 파운드리 사업부 등 꾸준히 실적이 부진했던 사업부로 배치된 직원들의 경우 내년부터는 성과급이 거의 제로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각 사업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연구소 인력을 사업부로 배치해 왔다. 연구소의 전문 연구인력을 사업부로 투입해 흔들리고 있는 연구개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상당수 인력은 D램, 낸드플래시 개발 역량을 복구하기 위해 메모리 사업부에 투입됐으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연구소 인력이 대거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기존 반도체연구소 임직원들의 상·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과 연말에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이 하향 조정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통상 반도체연구소의 경우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와는 별도로 평균 이상의 TAI, OPI를 받았다. 메모리 기술을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 설계, 공정, 검증 등과 관련한 수석급 연구원을 비롯해 석사, 박사급 엔지니어와 고급 연구개발 인력들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하반기의 경우 TAI 지급률을 살펴보면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가 0%, 메모리 사업부가 12.5%를 수령한 반면 반도체연구소는 25%,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는 25%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가장 중요한 OPI의 경우 대규모 적자로 모든 반도체 사업부가 0원이었지만, 올해의 경우 메모리 사업부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메모리 사업부에만 일정 수준의 OPI가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시스템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1년 내내 적자였으며 내년 역시 반도체연구소 수준의 성과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시스템LSI로 재배치 받은 한 직원은 “올해의 경우 반도체연구소 소속으로 OPI를 지급받지만, 내년부터는 사업부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받게 되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성과급이 대폭 감소하거나 아예 못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인력이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전자 경영진에도 적잖은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이윤우 전 부회장 체제에서 반도체연구소에 조직관리나 실적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마스터 제도가 대표적이다. 마스터란 특정 분야에 필요한 전문 기술에 통달한 전문가를 말한다. 사업부 실적과 무관하게 차세대 기술 개발에만 매진해온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는 전사적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연구개발에만 전념하던 고급 인력들이 사업부로 배치되면서 반도체연구소의 본원적인 경쟁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지난 6~7년간 퇴사한 인재들이 적지 않고, 위기 돌파에 적합한 인력을 발굴하고 영입하려면 평가보상 체계를 전면 손봐야 한다는 요구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인력들을 재배치하고 조직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성과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할 수 있는 공평한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며 “DS 부문 정비 작업은 올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 내외부 의견을 청취하며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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