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TA로 방한객 감소···‘무비자 중국’ 같은 결기는 어디에 [최수문기자의 트래블로그]
아웃바운드 ‘喜’ vs 인바운드 ‘悲’
지난 11월 1일 중국발 깜짝 뉴스가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저녁 9시(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린젠 대변인의 정례 기자 브리핑 내용을 게시하며, 한국을 포함한 9개국에 대해 11월 8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일방적 무사증(무비자·15일)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외국 간의 인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중국은 비자 면제 국가의 범위를 확대하고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는 우리 정부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중국의 한국인 비자 면제는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현재 한국은 중국인에 대해 제주도 방문에 한해서, 중국은 한국인에 대해 역시 남쪽 섬인 하이난다오(해남도) 방문에 한해서 비자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1일의 조치는 이것을 한참 뛰어넘는 것이다.
중국의 조치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중국이 관광수익을 얻기 위해 최다 방중 관광객 송출 국가인 한국에 대해 더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한다는 것에서부터, 동북아 외교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설 등이 있다. 집권 이후 지금까지 사회 통제를 최우선으로 해온 중국 공산당이 이 정도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그만큼 이것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덕분에 한국 관광업계, 특히 아웃바운드 업계는 한층 들뜬 상태다. 중국에 더 많은 우리 관광객들을 보내면서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여행사에 중국여행 문의 및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코로나 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한해 방중 한국인은 434만 명이나 됐다. 까다로운 중국 비자의 관문이 있었지만 이 정도였다면, 앞으로의 무비자 상황에서 더 많은 이들이 중국에 관심을 가질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의 무비자 정책에 따라 우리 국민의 해외 여행이 늘어나면서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관광적자는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번 ‘무비자 중국 조치’와 오버랩 되는 사건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일 개최한 ‘인바운드 국제경쟁력 강화 포럼’이다.
명칭은 인바운드 포럼이지만 관광업계의 관심은 현재 법무부가 시행 중인 ‘전자여행허가제(K-ETA)’ 비판에 집중됐다. 이날 문체부의 의뢰를 받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K-ETA 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K-ETA는 법무부가 지난 2021년 9월 새로 도입한 출입국 관련 제도다. 무비자 입국 외국인들의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주된 도입 이유다. 무사증 입국 대상 국가에 대해서도별도의 K-ETA 심사를 하면서 입국 불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K-ETA 실시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방한 시장인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방한 관광객이 특히 현저히 줄고 있다. 이들 국가 출신의 국내 불법 체류자가 많고 더 꼼꼼히 K-ETA 심사를 하다보니 불허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은 “K-ETA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유 없이 입국 불허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갖게 된다”며 “현지 상품 공급자(여행사)는 한국여행 상품 기획을 피하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고 했다. 이어 “해당 국가에서 K-ETA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3년 4월부터 2024년 5월까지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2개국의 방한객은 월평균 1만 6985명, 연 단위로 환산하면 1년간 총 20만 3820명이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연간 관광 수입이 최소 1억 7000만 달러(약 1924억 원)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날 참석한 인바운드 업계 관계자들이 일제히 불만을 쏟아낸 이유다.
이러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당초 법무부 기대와 달리 K-ETA 도입으로 해당 국가의 불법 체류자가 감소했다는 의미있는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부터 불법 체류 의사가 있는 사람은 브로커를 통해 K-ETA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량한 외래 관광객만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난 한 주 동안 벌어진 비자 관련 사례에서 중국과 한국의 대처는 크게 대비됐다. 경제에 올인(다걸기)하는 중국과, 방관하는 한국 정부의 차이 말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 공산당 만큼의 결기도 없나.
앞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1~9월 기준 누적 우리 국민 해외여행객은 2120만 명인 반면, 외래 방한객은 1214만 명이었다. 거의 두 배 차이다.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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