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뛴 LG전자 자원봉사자…“태어나 처음 달린다 해 뭉클했죠”
뇌병변 장애인 마라톤 페이스 메이커로…5주간 훈련 동행
“거창한 계기 아닌 경험 하고파 참여…배운 게 더 많았다”
러닝 크루에서 기부까지…“도움 주기 위해 계속 달릴 것”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봉사를 하러 갔지만 배우는 게 더 많았습니다.”
8일 서울시 금천구 LG전자 가산 R&D 캠퍼스에서 만난 김승엽·장진호 LG전자 책임은 지난 3일 열린 ‘2024 JTBC 서울 마라톤’에서 장애인 프레임 러너 페이스 메이커로 참여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김승엽 책임과 장진호 책임은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장애인 참가자와 짝 지어 목표 거리를 완주할 수 있도록 함께 훈련했다.
훈련은 하루에 약 두 시간 진행했다. 장 책임은 20대 후반의 러너 김동현씨와 함께 했다. 4km 완주가 목표였다. 장 책임은 훈련을 함께 하며 김씨와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일상 속 불편함을 어렴풋하게 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장 책임은 “파트너가 ‘내가 이렇게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한 소감이 마음에 깊이 남아있다”며 “햇살이 내리쬐고 바람도 시원한 그런 좋은 날씨에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동일하게 달릴 수 있는 권리와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장 책임은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던 곳이었지만 누군가를 앞에서 부축하면서 매장에 들어가려니 땀이 날 정도로 힘들었다”며 “우리 사회의 장애인 접근성이 아직 높은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언급했다.
김 책임은 “걷거나 달릴 때 양 발 모두 안정적으로 앞으로 내딛어야 하는데, 함께 한 파트너는 오른발을 내딛는 데에 힘들어했다”며 “훈련을 같이 하며 달리기뿐 아니라 평소 걸음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많이 격려했다”고 돌아봤다.
“취미로 따뜻함 나누고파…계속 함께 뛸 것”
이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데에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김 책임에게는 취미의 연장이었다. 한 마라톤 대회에서 시각장애인과 함께 뛰는 페이스 메이커를 본 게 계기였는데, 그 이후 혼자만의 만족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달리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에 2년 전부터 회사 밖에서 지적장애인 러닝 페이스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다.
김 책임은 “개인 시간은 투자하지만 얻는 게 더 많을 거라고 말하며 동료들에게도 경험을 전파하고 있다”며 웃었다.
장 책임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호기심과 따뜻함을 나누는 보람이 참가 계기였다. 그는 폐양말목으로 방석 만들기, 동화책 만들기, 베리어프리 영화 자막 제작 등 LG전자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도 꾸준히 참여해온 ‘봉사 베테랑’이다. 장 책임은 “평소에 가볍게 뛰고 있는데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서 자원봉사도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신청했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LG전자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이유 역시 거창하지 않다. 취미의 일종이면서 즐거운 경험을 쌓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다. 이들은 “회사 안에서든 밖에서든 봉사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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