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왔다가 전쟁난 줄 알았어요”…외국인 관광객이 주말 도심서 소스라친 이유
차로·도보 장악에 통행 불가능
경찰 질서 통제엔 물리력 대응
‘맞불’ 집회 고조로 아수라장
관광객 “전쟁난 듯” 호소하고
상인들 “매출 줄어” 푸념만
하지만 광장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나뉘어 내뿜는 고성이 광장을 지배하면서 시민들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행사 후반부 광장 무대 위에서 펼쳐진 클래식 연주자들의 공연은 행사장 밖에서 울려 퍼지는 시위대의 소음 탓에 무대 바로 앞에서조차 들리지 않았다.
주말마다 서울 도심 광장이 집회·시위에 참가한 인파로 가득 메워지며 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 정권에 반발하는 진보 진영과 정권을 수호하려는 보수 진영이 맞불 집회를 열고 대치를 거듭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통제하려 현장에 투입된 경찰과는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며 광장을 갈등의 공간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광장이 소수 집단의 점유물로 전락하면서 시민들의 휴식과 즐길거리로서의 역할은 상실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신고되지 않은 도로를 점거하던 중 경찰의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고 방패를 든 경찰관과 철제 펜스 등을 밀치고, 경찰차 유리를 손으로 치며 위협했다. 이들은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검거돼 남대문경찰서 등으로 연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집회로 변질돼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등 혐의로 검거한 불법행위자들에 대해서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김건희 수호’라는 구호가 수차례 들리자 몸사리를 치며 “제발 좀 그만하라”고 외쳤다. 대만인 제인 저우씨는 “시위 음악이 군가 같아 전쟁 난 것처럼 무섭다”고 했다.
계속되는 대규모 집회에 광화문 인근 상인들도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날 오후 광화문 소재 한 호텔에는 ‘위험 출입금지’라고 적힌 노란 띠가 둘러져 있었고, 호텔 옆 상가 건물의 출입구는 봉쇄돼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의 무단 침입과 건물 사용을 막기 위함이었다.
광화문 인근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 씨는 “주말마다 집회 참가자들이 가게 화장실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대기 손님을 위해 마련한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거나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서 의자를 치워버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손님들이 주말에는 시끄럽다고 찾지 않아 매출이 평일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고 푸념했다.
남대문에서 10년간 카메라 가게를 운영해 온 김대용 씨(59)는 “맞불 집회라 하면서 고성이 오고 가니 도저히 시끄러워서 가게 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다”며 “시위대와 경찰이 가게들을 가리고 있으니 손님들이 가게로 안 와서 보통 오후 7시까지는 문을 열어 놓는데도 오늘은 일찍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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