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압박받는 70세 女대법관… ‘긴즈버그의 악몽’ 때문
1954년생, 당뇨 앓아… 진보 일각 “바이든이 교체해야”
故긴즈버그, 퇴임 시기 놓쳐 대법원 보수화 초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방대법원 진보 성향 대법관 중 최고령인 소니아 소토마요르(70)의 조기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진보 진영에서 높아지고 있다. 당뇨병을 앓는 소토마요르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 임기를 마칠 경우 후임을 트럼프가 임명해 대법원이 더 보수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총 9명인 미국 연방 대법관은 자진 사퇴하거나 탄핵당하지 않는 이상 종신 임기가 보장된다.
진보 진영에서 소토마요르의 사임을 요구하는 것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선례 때문이다. 진보 성향 긴즈버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여러 차례 암 투병을 하면서도 대법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2020년 그가 췌장암으로 사망하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강경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닌 배럿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6대3의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은 동성애 배척, 학자금 채무 탕감 금지, 친환경 정책 폐기 등 보수적 판결을 잇따라 내놨다. 그때마다 진보 진영에선 긴즈버그 책임론이 일었고,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대법원이 49년 만인 2022년 공식 폐기했을 때 반감이 절정에 달했다.
소토마요르는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히스패닉 최초로 대법관에 지명됐다. CNN은 “트럼프 당선으로 대법원의 대표적 진보주의자인 소토마요르가 은퇴하고 바이든이 연말까지 후임자를 지명·확정할 것이라는 희망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복수의 소토마요르 측근을 인용해 “그녀가 은퇴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퇴진 요구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진보 성향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0일 NBC에 출연해 “현명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수 성향 사법 운동가 레오나르도 레오 변호사도 성명에서 “소토마요르에 대해 유통기한 지난 고기처럼 말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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