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서 온 광대와 컬래버…'힙한 가을밤' 선사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근대 첫 유료 공연 재현
전통은 머물지 않고 현재와 이어지는 것
전통의 '힙' 담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
해외 관객 겨냥해 내년 1~2월 장기공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유행은 돌고 돈다. 과거의 유물로만 여겨졌던 전통예술이 ‘힙’(Hip, 개성 있고 멋있다는 뜻)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서울 시내 고궁에는 전통의 정취를 느끼려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정년이’는 잊혀졌던 여성국극(여성들만 나오는 창극)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전통예술의 새 유행을 이끌고 있다.
웃음이 만발하는 무대에서 펼치는 즐거운 놀이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안경모 연출, 이규운 안무가를 최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났다. 100여 년 전의 공연을 지금 시대에 어떻게 재현할지 궁금했다. 두 사람은 “전통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와도 이어지는 것”이라며 “전통의 ‘힙’을 담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춘대유희’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극장인 협률사에서 1902년 공연했다. 원래는 고종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칭경(稱慶, 경축) 예식을 올리려고 했으나 역병(콜레라)이 창궐하면서 취소됐고, 이에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받고 판소리, 탈춤, 궁중무용, 땅재주(땅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거나 재주를 넘는 기예를 보여주는 전통연희) 등을 선보이며 한국 최초의 근대식 유료 공연으로 기록돼 있다. ‘소춘대유희’라는 제목은 ‘웃음이 만발하는 무대에서 펼치는 즐거운 놀이’를 뜻한다.
국립정동극장이 ‘소춘대유희’를 다시 무대에 소환한 이유는 극장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국립정동극장은 1995년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 원각사의 복원 의미를 담아 개관했다. 원각사의 전신이 바로 협률사다. 안 연출은 “논문을 살펴보면 ‘소춘대유희’는 이전까지 왕실만 볼 수 있었던 궁중무용과 함께 민간에서 유행하던 판소리까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화제였다”며 “전통 공연예술의 모든 것을 담은 공연으로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통에 판타지 가미한 ‘한 가을밤의 꿈’ 같은 공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였던 2021년 ‘소춘대유희 백년광대’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던 작품을 새롭게 구성했다. 가장 큰 차별점은 궁중정재(궁중 무용)가 새로 추가된 점이다. 이 안무가는 “궁중정재와 민속무는 물론 타악과 무용이 결합한 ‘타악무’도 펼쳐진다”며 “최근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한국무용의 다채로운 매력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 또한 산수화에서 영감을 받은 영상으로 볼거리를 더한다. 안 연출은 “전통 기반의 멋스러움, 대중적인 해학, 여기에 신명까지 담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전통이 더 이상 과거의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안 연출은 “21세기의 예술단이 과거에서 온 광대들을 만난다는 일종의 해프닝을 담은 작품으로 그 속에는 선배와 후배가 함께 서로 바라보며 문화를 주고받는 이야기가 있다”며 “전통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임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전통에 판타지를 가미한 ‘한가을밤의 꿈’과 같은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정동극장은 이번 쇼케이스에 이어 내년 1~2월 장기공연으로 이번 작품을 다시 선보인다. 국내 관객은 물론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은 해외 관객까지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이 안무가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정체성은 ‘전통을 기반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에 있다”며 “대중적인 공연인 이번 ‘소춘대유희’를 통해 많은 관객에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전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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