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개선’ 명목 반강제 철거 내몰린 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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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왔는데 농장이 폐쇄될 위기에 처해 막막합니다."
충북 괴산·증평에서 각 1000마리 규모의 양돈장을 20여년간 운영해온 김모씨는 농장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 시행 주체인 지자체들이 민원 등을 이유로 축사를 공간 정비 대상으로 지정해 축산농가들이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앞서 괴산군은 2021년 사업에 공모해 연풍면 신풍지구에 있는 축사 19곳의 이전·철거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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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에 밀려 사실상 폐업 종용
사육제한지역 탓 이전도 불가
한돈협 “사업 시행지침 개정을”
“자식들이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왔는데 농장이 폐쇄될 위기에 처해 막막합니다.”
충북 괴산·증평에서 각 1000마리 규모의 양돈장을 20여년간 운영해온 김모씨는 농장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농촌공간정비사업 때문이다.
이 사업은 농촌 난개발로 인한 주민 삶의 질 악화를 막고자 체계적인 농촌 공간 관리·개발을 목적으로 2021년 도입됐다. 그런데 사업 시행 주체인 지자체들이 민원 등을 이유로 축사를 공간 정비 대상으로 지정해 축산농가들이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앞서 괴산군은 2021년 사업에 공모해 연풍면 신풍지구에 있는 축사 19곳의 이전·철거에 착수했다. 이후에도 올해까지 사업에 지속해서 공모해 감물면·사리면·청안면 등에서도 축사 철거를 계획하고 있다. 증평군도 지난해 사업에 공모, 증평읍 남차1리에 있는 축사 3곳을 철거하고 있다.
김씨는 “축사를 이전·철거하려면 반드시 농장주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지역민들이 비난 현수막을 걸어놓는 등 강력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사업에 동의하면 농가들은 사실상 강제 폐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행 농촌공간정비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축사 등 정비 대상 시설의 소유주가 이전을 원할 경우 지자체는 연계사업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의무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지자체들이 이전지구 확보에 나선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괴산 신풍지구 정비 대상 축사 19곳 중 11곳은 이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폐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농촌공간정비사업 시행지침상 농가가 축사를 이전하면 국비 등으로 영업 손실과 지장물에 대해 보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폐업을 선택할 경우 별도 보상이 없는 상태다.
김씨는 “이전을 하고 싶어도 대부분 지역이 가축사육제한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이전이 불가능하다”며 “반강제로 폐업에 내몰려 생업이 끊기게 될 판”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최근 대한한돈협회는 올 3월부터 시행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재구조화법)’을 반영해 농촌공간정비사업 시행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해당 법률은 올해부터 농촌공간정비사업의 근거 법령에 포함됐다. 특히 5월 제정된 시행규칙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사업’ 계획수립권자가 시설·부지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돈협회는 시행규칙에 명시된 지원 근거를 바탕으로, 농촌공간정비사업 시행지침에 농장 소유주가 이전을 희망하면 이전 시설에 대한 재정적 보상과 함께 부지 확보 등 구체적인 조성 계획을 포함해달라고 주장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특히 근거 법령이 규정한 농촌유해시설에 축사가 포함돼 있지 않은 만큼 축사를 무분별하게 정비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공간계획과 관계자는 “폐업 보상문제는 다른 시설과 형평성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생산자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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