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림위성’에 거는 기대

박철현 기자 2024. 11.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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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전국적으로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농민들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피해를 입었다.

일부 지역 농민들은 불과 2년 사이에 두번 세번 피해가 반복되면서 재기 의지마저 상실하기도 했다.

전북지역의 한 농민은 "대파대 지원이나 재해보험 보상이라도 받으려면 피해를 인정받아야 해 조사 나올 때까지 베지 못하고 뒀는데, 벼멸구가 더 번질까 봐 속이 타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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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전국적으로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농민들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피해를 입었다. 일부 지역 농민들은 불과 2년 사이에 두번 세번 피해가 반복되면서 재기 의지마저 상실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농민들을 더 힘들게 한 것은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가 피해 규모조차 신속하게 파악하지 못한 점이었다.

특히 올가을 전국 들녘을 강타한 벼멸구 피해는 발표 때마다 수치가 크게 달라지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피해면적이 9월16일 기준 1만549㏊였던 것이 4일 만인 20일 기준 2만6000㏊로 두배 이상 늘었고, 25일에는 3만4000㏊로 9일 만에 세배 이상 증가했다. 물론 피해면적 급증은 벼멸구 확산세가 빨랐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사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적으로 인력에 의존하는 조사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지역별 공무원들이 일일이 피해 현장을 다니며 조사하고 사진을 찍고 데이터를 하나하나 입력하고 있다.

문제는 한정된 인력으로, 육안에 의존해서 조사를 진행하다보니 조사 속도와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전북지역의 한 농민은 “대파대 지원이나 재해보험 보상이라도 받으려면 피해를 인정받아야 해 조사 나올 때까지 베지 못하고 뒀는데, 벼멸구가 더 번질까 봐 속이 타들어갔다”고 말했다.

힘들기는 조사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한 공무원은 “짧은 시간에 광범위한 피해지역을 조사하는 것이 쉽지도 않지만 눈대중으로 진행된 조사가 얼마나 정확할지도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피해조사 결과는 이후 관련 지원이나 보상 등 대책을 마련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신속성과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농촌진흥청 농업위성센터가 문을 열었다. 2025년 발사 예정인 ‘농림위성’을 통해 농업 환경을 정밀하게 관측하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이 첨단기술이 앞으로 수많은 이상기후의 습격과 싸워야 하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재해 예측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속한 재해 대응이 가능하도록 관련 데이터를 정확하게 제공해주기를 바란다. 정부의 약속이 하늘에 머물지 않고, 농민들의 현실에 가닿을 때 비로소 농업위성은 이름에 걸맞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박철현 전국사회부 차장 kore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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