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1990년대 여성의 처지 대변한 주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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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지나면 늘어나는 숫자 중 하나가 이혼율이다.
여성이 명절에 혹사당하며 이혼이 증가해 '추석 이혼' '설명절 스트레스' 같은 말도 나왔다.
여성의 주장이 주류의 목소리로 본격 등장한 것은 1990년대인데 그 사례 중 하나가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의 히트다.
1990년대 초·중반 넥타이 부대의 전유물이었던 가라오케가 노래방으로 대체되며 여성도 출입하게 됐고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는 여성들의 애창곡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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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지나면 늘어나는 숫자 중 하나가 이혼율이다. 여성이 명절에 혹사당하며 이혼이 증가해 ‘추석 이혼’ ‘설명절 스트레스’ 같은 말도 나왔다.
여성의 주장이 주류의 목소리로 본격 등장한 것은 1990년대인데 그 사례 중 하나가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의 히트다. 이 곡은 가수 문주란이 1989년에 발표해 다음해에 히트했다. 1990년대의 시작이라는 시기적 상징성도 가진 의미 있는 노래다.
“처음에 사랑할 때 그이는 씩씩한 남자였죠/ 밤하늘에 별도 달도 따주마 미더운 약속을 하더니/ 이제는 달라졌어 그이는 나보고 다해 달래/ 애기가 되어 버린 내 사랑 당신 정말 미워 죽겠네/ 남자는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네.”
이 곡은 1980년대 조용필의 여러 히트곡을 작사·작곡한 양인자·김희갑 부부의 작품이다. 양인자는 변심한 남자를 소재로 남성 중심의 사회를 비판하는 가사를 썼고, 1987년 가수 임주리에게 줬지만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취입불가 통보를 받았다. “왜 남자가 여자를 귀찮게 하는 존재냐” “여성 편파적이다”는 이유였다. 결국 이 곡은 1987년 가사를 바꿔 ‘정말 좋겠네’로 발표했지만 히트하지 못했다.
그리고 2년 후인 1989년, 양인자·김희갑 부부는 가수 문주란에게 이 곡을 주면서 원곡대로 심의를 넣었는데 이때는 통과가 돼 빛을 볼 수 있었다.
문주란은 이 곡으로 그야말로 행운을 잡았다. 그는 1966년 발표한 ‘동숙의 노래’가 흥행하며 주류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작곡가 박춘석 사단에 들어가 1974년 ‘공항의 이별’ 등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여성 저음 가수라는 타이틀로 이미 1960∼1970년대에 전성기를 보냈다. 이런 경우는 시간에 따라 잊히기 마련이지만 1990년에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하네’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편 이 노래엔 남성들의 항의도 잇따랐다. 가부장적인 철학이 지배적이던 한국 사회에서 “남자가 여자를 귀찮게 한다”는 가사가 상당수의 남성들 귀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노래는 차트에 등장했다. 1990년대 초·중반 넥타이 부대의 전유물이었던 가라오케가 노래방으로 대체되며 여성도 출입하게 됐고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는 여성들의 애창곡이 됐다. 이후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는 지난해 방영돼 히트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경력단절 의사로 열연한 주인공 엄정화가 부르며 주목받았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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