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매년 줄면 농촌학교 교육 질 더 나빠질것”
순회·상치·가간제교사 증가 우려
지역소멸 가속화로 이어질수도
“학급기준 최소 교원 배치 보장을”

“정부가 학교 선생님을 보따리장수로 만드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담임교사마저 다른 학교를 순회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부모가 농촌 학교에 자녀를 맡기겠습니까?”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공립교원 정원 감축을 추진하면서 농촌 교육의 질 저하와 지역소멸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립교원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특수학교, 비교과 교사(보건·영양·사서·전문상담) 등 5개 분야의 국가공무원으로, 매년 2월말 국회 심의를 거쳐 정원이 확정된다. 교원 정원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증가해왔지만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지난해 처음 감소해 34만2351명을 기록했으며 올해엔 33만8838명으로 줄었다.
감소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시·도 교육청은 8월말 교육부로부터 내년도 정원 감축 인원을 통보받았다. 전남의 경우 324명(초등 145명, 중등 179명)의 교원이 감축될 예정이다. 이는 전년 감축 인원(103명)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경북은 292명(초등 88명, 중등 204명) 감축 예정이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급수를 기준으로 교과교사를 배정하는데, 3학급 기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각각 1명을 축소해 내년에는 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전체 교원 감축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소규모 학교(전교생 60명 이하)가 많은 농촌지역에선 교사 1명이 여러 학교를 다니는 ‘순회교사’, 전공이 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상치(相馳)교사’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학부모연합회는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해 7500여명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이희진 전남학부모연합회장은 “농촌지역은 소규모 학교가 많아 학생수는 적지만 학급수가 많은 특성이 있어 단순히 학령인구만을 기준으로 교원 정원을 감축하면 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며 “중학교의 경우 12개 교과목을 가르쳐야 하는데, 교사수를 6명으로 줄이면 과목 절반은 순회교사나 기간제 교사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교생수가 16∼18명에 불과한 농촌 학교 교사들은 이미 교육의 질 저하를 체감하고 있다.

전남 고흥의 A중학교에 교사로 재직하는 도경진씨는 “보건실은 있지만 보건교사가 없어 제가 기술가정 수업과 함께 보건교사 업무까지 겸임하고 있다”며 “교사 부족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한문 같은 선택과목조차 개설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남 해남에 있는 B중학교의 교사인 조경애씨도 “영어·과학 같은 주요 교과목마저 1년 단기 계약직 교사들에게 맡기는 실정”이라며 “이대로라면 농촌 학생들의 기본적인 교육권마저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교원 감축이 농촌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지역소멸 위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이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촌 주민들이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시기가 자녀의 유치원 입학이나 중학교 진학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 정책이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서 농촌의 특수성 등을 반영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농촌 현실을 반영한 교원 정원 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조씨는 “농촌지역 학생들이 필수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제정해 학급 기준 최소 교원 배치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령 3학급 규모의 중학교라면 최소 8명의 교사가 배치돼야 학생 생활지도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원 감축 정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수립한 ‘중장기 5개년 교원 수급 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교사수를 감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공무원 인력의 효율적인 운용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는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경감하고 교육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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