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제이주 문제와 글로벌 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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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업은 대내외적인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이주는 농업부문에서 유출된 노동력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기에 자국 내 공업부문에서는 저임금 노동력 유입에 따른 생산비 절감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주가 이슈화돼 다양한 논의와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국제이주 문제가 국내 농업 발전,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농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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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업은 대내외적인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 공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의 도움 없이는 농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와 있다. 외부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불안정이 깊어져 농산물 가격 변동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전쟁과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돼 농식품 수입국의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 요인은 상호간에 전이성을 가진다. 노동력 부족은 기후변화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전쟁은 노동력 유출을 촉진해 유출국의 농업생산 여건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유입국의 농식품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주는 지역과 산업간에 이뤄지고 주요 원인은 소득 격차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연의 순리처럼 더 높은 소득으로 더 양질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동력은 농촌에서 도시로, 농업부문에서 공업·서비스부문으로 이동했다. 최근의 특징은 지역 범주가 국가간으로 확대됐고, 같은 산업부문으로의 이주도 보편화됐다는 것이다.
한국만 보더라도 농업부문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는 아시아 전역에서 유입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자국의 농업에 종사했던 농민이다. 이러한 양상은 아시아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나타난다.
국제이주는 국가간 부를 분배하는 순기능을 한다. 개발도상국 농촌을 다녀보면 해외로 이주한 가족이 송금한 돈으로 지은 주택을 쉽게 목격할 수 있고, 해외에서 모은 돈으로 고향에서 창업한 이주노동자 출신 주민도 적지 않다. 이는 국제이주가 개도국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방증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루이스 전환점’ 이론의 지적처럼 농업부문에서의 과도한 노동력 유출은 결국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생산비를 증대시켜 농가의 실질소득을 저하시킨다. 국제이주는 농업부문에서 유출된 노동력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기에 자국 내 공업부문에서는 저임금 노동력 유입에 따른 생산비 절감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미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농업을 기피하는 청년층이 도시로 이탈하고 해외 이주노동자로 유출돼 루이스 전환점을 지나친 지 오래다. 최근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중남미의 과테말라를 예로 들어보자.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과테말라는 176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그중 상당수가 미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다. 평균 3%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19%가 이주노동자의 송금이다. 즉 과테말라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주축 산업이 부재하고 해외 이주노동자의 송금으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이 불법으로 체류하면서 언어 장벽과 기술 부족으로 단순노무직에 종사한다. 전체 인구의 55%가 빈곤층이고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며, 농업소득만으로 빈곤 탈출이 어렵기 때문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미국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정작 과테말라 농업은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농촌지역 빈곤이 더욱 심화해 해외이주를 더 부추기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주가 이슈화돼 다양한 논의와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국제이주 문제가 국내 농업 발전,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농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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