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듯 말 듯한 ‘탄소중립’[최종수의 기후이야기]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메타버스,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등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탄소중립’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기업들이 앞다투어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지만 정작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배출량은 산림복원 등의 방법으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의 중립(N) 기어처럼 전진도 후진도 아닌 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마치 자동차가 주행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듯 탄소중립은 배출을 줄이면서도 동시에 남은 탄소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자동차 기어가 중립인 경우 엔진은 돌아가지만 동력이 바퀴로 전달되지 않아 차는 나아가지 않는다. 자동차를 세우기 위해 엔진을 멈춘 것이 아니라 기어를 중립 위치에 둔다. ‘중지’가 아닌 ‘중립’을 선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동차 엔진은 작동시키면서도 자동차의 무리한 질주를 막을 수 있는 묘안인 셈이다. 탄소중립도 이와 유사하다. 자동차 기어가 중립에 있을 때도 엔진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듯이 우리의 경제 활동도 계속돼야 한다. 탄소중립은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중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만큼을 상쇄하자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가 기어 중립에서 잠시 쉬며 엔진의 열을 식히듯 지구의 열도 식혀주자는 의미다.
자동차도 장거리 운전 후에는 기어를 중립에 두고 엔진을 식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도 이제는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휴식은 모든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균형을 찾는 걸 의미한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핵심이다. 단순히 줄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탄소의 균형을 이루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를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까.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약 5~6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울창한 숲은 거대한 자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맹그로브 숲이나 해조류 군락과 같은 블루 카본도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다. 최근에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거나 산업용 원료로 재활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왔다. 마치 자동차 기어를 주행에 두고 쉼 없이 달리듯 우리는 다양한 산업활동을 이어왔다.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 280ppm에서 현재 410ppm을 넘어섰다. 지구의 엔진이 과열되고 있다. 자동차는 적절한 휴식 없이 무리하게 운전하면 더 큰 고장으로 이어져 수리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최악의 경우 차량을 폐차해야 할 수도 있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탄소중립이라는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미래에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구 곳곳에서 경고음을 듣고 있다. 자동차 계기판에 여러 경고등이 켜진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제는 진지하게 ‘정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가 자동차의 주행과 휴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듯이 탄소의 배출과 흡수 사이에서도 균형을 찾아야 한다. 결국 지구라는 자동차에 탑승한 승객은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기 때문이다.
최종수 (clima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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