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모두가 만족할 시험을 위하여 [기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참여 경험이 있는 대학 총장이다 보니 시험이 가까워지면 이런저런 질문이나 의견을 많이 듣는다. 시험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언론에서도 관련 기사를 많이 내고 있다. 올해는 특히 6월 모의평가(모평)와 9월 모평의 난이도 격차, 의대 증원과 연관된 N수생 증가가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지금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져 주변에서 들리는 정보나 예측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9월 모평이 너무 쉬워서 본 수능은 어려울 것이다"라든지 "N수생이 늘어 재학생이 불리할 것이다"와 같은 예측이다.
올해뿐 아니라 해마다 수능철이면 이런 예측이 난무하는데, 당연하게도 그 중에는 맞는 것도 있고 틀리는 것도 있다. 경험자로서 볼 때는 대부분 근거 없거나 무책임한 예측일 뿐이다. 그러니 시험이 끝나면 모든 예측은 원위치로 리셋되고, 다음 해 수능이 다가오면 또 다른 예측이 백가쟁명으로 나선다.
누구나 동의하듯 수능 시험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중요한 시험이다. 한 문항 맞고 틀리는 데 따라 학생의 진로가 달라질 수 있고, 안타깝게도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한 학생도 있었다. 당연히 출제·검토진도 엄중하게 출제에 임할 수밖에 없다. 다년간 축적된 출제 지침은 촘촘하고, 6월 모평과 9월 모평을 통해 영점 조준을 마쳤으며, 현장 교사를 포함한 전문가 수백 명이 문항의 타당도와 난이도를 반복 점검한다. 그 과정에서 출제진 사이 또는 출제진과 검토진 사이에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한다. 모두가 좋은 문항을 내기 위한 산통이다. 그러니 절대 틀리지 않을 유일한 예측은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적절한 난이도의 질 좋은 문제가 나올 것이다"라는 예측뿐이다.
물론, 그동안 심심찮게 출제 오류도 있었고 난이도 조정 실패도 있었다. 하지만 30년이 넘도록 매회 1,000개가 넘는 문항을 만들어 온 역사를 돌아보면, 그런 사고는 인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종의 재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출제진은 그런 사고를 예방하면서 묵묵히 시험의 본질을 추구할 뿐이다. 지엽이 아니라 본질을 측정하는 시험,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시험, 기대에 미치든 못 미치든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시험이다.
대학 입장에선 일정한 변별도가 있어야 하지만, 한편으로 수능이 전부를 결정해 버리면 대학 입시의 자율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변별도 높은 것이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 소수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대학은 수험생이 고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았는지, 대학이 원하는 학습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된다. 오히려 시험이 너무 어려워 다수가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추는 사태가 일어나면 더 큰일이다. 이런 문제는 출제진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라도 급격하게 난도를 높이지 않는다.
"뭣이 중헌디!"라는 영화 대사가 유행한 적이 있다. 수험생 입장에선 6월 모평과 9월 모평의 표면적 난이도가 아니라 이를 통한 올해 출제 기조 파악에 오로지 신경을 써야 한다. 도입기를 지나 완숙기에 이른 '2015 교육과정' 취지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지난해부터 강조된 '킬러 문항' 배제가 어떻게 정착되는지, EBS 연계는 어떤 식으로 다양화되는지를 살펴봐야 시험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근거 없고 책임 없는 불안 마케팅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당연히, 평가원과 출제진은 오류 없고 질이 높으며 적절한 난이도를 지닌 문항 개발이 제일 중한 과제다. 시간 예측과 기출문제 점검, 등급 블랭크, 선택과목 간 형평성 등 고려해야 할 변수는 산더미 같지만, 다 기술적 문제들이다. 지금쯤 출제를 마무리하고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초조하게 시험일을 기다릴 그들의 노고가 좋은 결과로 이어져 출제진과 수험생 모두가 만족하는 시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창원 경인교대 총장·전 수능 검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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