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 맞아?"…'미국산 소고기' 사려다 깜짝 놀란 이유 [원자재 이슈탐구]
커피, 설탕, 카카오 등 가격 고공행진
밀,콩,옥수수 풍년에도 유럽 수해로 가격 불안정
역사상 가장 덥고 기상재해도 속출했던 여름이 지나면서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미와 남미 목초지가 가뭄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국과 일본 등이 수입해 먹던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급등했다. 대두유와 팜유 등 식용유 가격 오름세도 지속됐다. 밀·옥수수·콩 등 곡물의 경우 올해는 곳곳에 풍년이 들었으나, 최근 유럽 농경지가 대거 침수되면서 내년 작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목초지 가뭄, 미국 소 숫자 1950년대 이후 최소
11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7.4로 전달 대비 2.0% 상승하며 1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식량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산출한다. 식용유(유지류)가 전달 대비 7.3% 오르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한 영향이다. 동남아시아 주요 팜유 산지의 생산량에 대한 우려로 팜유 가격이 올랐다. 대두유·해바라기유·유채씨유 가격도 모두 상승했다. 버터와 치즈 등 유제품도 1.9% 올랐다.
육류 가격 지수는 120.4포인트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0.3% 내렸으나 1년 전보다는 7.5% 오른 가격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돼지·닭고기 값은 소폭 하락했고 양고기도 안정세다. 그러나 글로벌 소고기 가격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남미의 목초지가 가뭄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뭄으로 소의 수가 1950년대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매년 80억달러, 100만톤(t) 내외의 소고기를 수출하던 미국은 호주 등지에서 소고기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농가들이 번식과 무리 재편을 위해 소를 우리에 잡아두면서 당분간 미국산 소고기 수출은 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소고기는 구제역 문제로 한국과 일본 등으로 수출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 수출이 늘어나면서 물량도 부족하다. 브라질 소값은 지난 2개월간 33%나 올라 27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브라질 컨설팅기업 LCA는 연말까지 브라질 소고기 가격이 더 올라 3분기 말 대비 상승률이 7.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가 유일하게 물량을 대고 있으나 글로벌 소고기 가격을 끌어내리진 못하고 있다. 호주산 소고기의 미국 수출은 2022년 월 1만1000t에서 지난 8월 4만t까지 늘어났다. 호주축산공사에 따르면 호주 소고기 수출량은 2023년 108만t에서 올해는 역대 최대인 136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커피·코코아 가격 고공행진
브라질의 강수량 부족은 목축업뿐만 아니라 설탕과 커피 농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탕은 브라질의 건조한 날씨로 생산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달 대비 2.6% 상승했다.
커피 원두 역시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미국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3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현재 파운드당 2.5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아라비카 원두의 40%를 생산하는 브라질의 가뭄 때문이다. 최대 아라비카 원두 산지인 미나스 제라이스 지역의 지난주 강수량이 과거 평균 강수량에 64% 정도인 27.4㎜에 그쳤다. 다만 동남아 등에서 재배하는 로부스타 원두 역시 런던에서 지난 9월 최고가보다 20%가량 내린 t당 4382달러에 거래 중이다.
코코아는 지난 4월 기록한 t당 1만2000달러의 사상 최고가보다는 대폭 내렸지만,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선 2배가 넘는 t당 711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지역의 과도한 강수량과 홍수, 검은 꼬투리병이 계속되고 있다.
풍년에도 불안정한 곡물 가격
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 역시 0.8% 상승했다. 올해까지는 글로벌 곡물 생산량이 넉넉하지만 향후 수급이 불안해지고 있다. FAO에 따르면 올해는 아시아 지역 밀 풍년 등으로 곡물 생산량이 역대 최대였던 작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는 28억48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부터가 문제다. 올해까지 양호한 생산량을 기록한 미국도 가뭄으로 인한 밀 수확 차질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도 강수량 부족으로 파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유럽은 곡물 수급이 더욱 불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 강국인 프랑스가 올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밀 수확을 기록한 후 또다시 농경지가 홍수에 휩쓸렸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는 옥수수 수확도 11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밀과 겨울 보리 파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다른 지역도 많은 비로 농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북서부 유럽의 작물 전환기인 10월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져 일부 밭은 트랙터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습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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