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 임현택 의협 회장, 6개월 만에 탄핵

안준용 기자 2024. 11. 1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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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전환… 의정 갈등 새 국면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임현택(가운데) 의협 회장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열린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퇴진하게 됐다.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10일 취임 6개월 만에 탄핵됐다.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인 의협 수장이 탄핵된 것은 2014년 노환규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올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그간 전공의들이 임 회장 탄핵을 요구해 온 만큼 새 의협 지도부 출범 이후 의정 대화가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는 11일 야당과 의협·전공의 등이 빠진 채 출범한다. 다만 의협·전공의 간 관계가 개선되면 향후 협의체 논의 진행 상황에 따라 의료계가 추가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고 임 회장 불신임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출석 대의원 224명 중 170명이 불신임에 찬성표를 던져 탄핵 가결 정족수(150표)를 넘겼다. 올 5월 취임한 임 회장은 임기를 2년 6개월 남기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고, 의협은 새 회장 선출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대의원회는 12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13일 투표를 통해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위에 전공의가 많이 참여할 것이며, 회장 선출은 가급적 한 달 내 하겠다”고 했다.

의협은 정관상 회장 탄핵 시 60일 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한 달 내 선출’로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선거 전까지는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 이날 비대위 구성 안건은 재투표 끝에 찬성 106명, 반대 63명으로 통과됐다. 비대위원장 또는 차기 회장 후보로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 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김성근 전 의협 비대위 대변인,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협의회장 등이 거론된다.

임현택 회장은 지난 3월 선거에서 ‘대정부 강경 투쟁’ 기조를 내세워 결선 득표율 65%로 당선됐다. 하지만 정부 기조대로 내년 의대 증원이 확정됐고, 여야 합의로 의사들이 반대하는 간호법까지 통과되면서 내부 비판이 커졌다. 또 각종 막말 논란과 함께 최근엔 온라인에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지역의사회 간부를 고소한 뒤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확산됐다. 여기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전공의·의대생의 불신이 결정타가 됐다.

의협 대의원 103명이 지난달 임 회장 탄핵을 위한 총회 소집을 요청한 이후 대전협은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의협 대의원들에게 임 회장 탄핵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8일 “임 회장을 신뢰할 수 없고 향후에도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임 회장 불신임안이 통과되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의협 대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의협 대의원이기도 한 박단 위원장은 이날 임 회장 탄핵 직후 소셜미디어에 “결국 모든 길은 바른길로”라고 썼다.

임 회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한 뒤 이날 총회에서도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한다. 사명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탄핵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올 2월 시작된 의정 갈등은 변곡점을 맞게 됐다. 우선 전공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됐다. 임현택 체제에서 의협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했던 전공의들이 새 의협 지도부와는 소통 가능성을 언급했고, 비대위에도 다수 참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향후 의정 간 대화 가능성이 전보다는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온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의협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비대위원장이 전공의 단체와 긴밀히 소통하고, 비대위에 전공의들이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서로 의견 교환을 통해 협의체에 들어갈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최근 전공의 내부에서 “이젠 복귀 여부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능 시험(11월 14일)도 곧 끝나는데 계속 2025년도 증원 백지화만 요구하면서 무대응으로만 일관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다만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은 의정 대화가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전협 등은 지금도 ‘2025년도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위에서 강성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의정 대화가 더 꼬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한 의협 대의원은 “비대위가 한 달 정도 운영되는데, 야당도 참여를 보류 중인 상황에서 새 회장 선출 전에 협의체 참여를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11일 출범하는 협의체 논의 상황과 정부의 태도 변화를 지켜봐야 대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의대협은 수능 시험 다음 날인 15일 학년별 대표자 등이 참석하는 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비대위 설치 안건은 애초 찬성 84명, 반대 120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그런데 박단 위원장 등 일부 참석자가 “비대위 설치가 필요하다” “사전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뒤 대의원 약 20명이 퇴장한 상황에서 재투표가 이뤄졌다. 이에 한 대의원은 “절차상 재투표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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