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공격에 ‘주주이익 확대’ 상법개정안… 난감한 재계

성유진 기자 2024. 11. 1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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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에 ‘주주 이익 충실’ 반영땐
주가 하락·적자 소송당할 우려
기업들 “장기 투자 위축될수도”

행동주의 펀드의 공습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商法) 개정안을 놓고도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업 이사진은 경영진이 제안한 경영 계획과 예산을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행 상법은 ‘기업의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사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 둔 것이다. 이 조항이 주주로까지 확대되면 기업의 경영진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권리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만큼 자칫 이사진이 배임 소송에 내몰리고 미래를 내다본 장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국내 8개 경제 단체는 지난달 반대 성명을 내고 “반도체 산업의 경우 1983년 삼성이 반도체 진출을 선언한 이후 1987년까지 1400억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는데,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남발했다면 현재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998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부터 최근 기업들의 바이오 신사업 투자에 이르기까지, 중장기적 가치를 위한 결정 시 단기적으로 주가가 출렁일 수 있는데 그때마다 소송에 시달린다면 누가 과감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뿐 아니라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한경협 관계자는 “무분별한 기업 지배구조 규제는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늘려 기업을 부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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